마크 G. 커쥬스키·로사 린 B. 핀커스 지음/강명신 옮김/청년의사 펴냄/1만 8000원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 특히 연명치료에 대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환자·가족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때론 분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환자현실에 맞는 가장 적절한 결정을, 무슨 이유로 무엇을 위해서 누가 해야하는 가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최근들어 각 병원들은 병원윤리위원회를 두고 이같은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아직 활성화단계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생명윤리학자로 의료와 의학교육 분야의 뉴프로페셔널리즘 운동에 크게 기여해온 마크 G. 커쥬스키와 피츠버그대학 컨소시엄윤리 프로그램 책임자인 로사 린 B. 핀커스가 쓴 <병원윤리 딜레마 31>이 출간됐다.
이 책은 사례집이다. 특히 연명치료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된다. 오래살고 만성질환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이 많아지고 죽음에 닥친 경우나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등장한다.
연명치료의 공적보험 급여기준의 문제, 진료의 지속성과 질관리 문제, 그리고 환자의 결정권을 존중하고 싶지만 여건이 어려운 경우 등 우리도 겪고 있는 동일한 문제들이 다뤄진다.
모두 8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동의와 의사결정 능력 ▲사전의료의향서와 대리의사 결정 ▲퇴원 딜레마 ▲가족과 의료의사 결정 ▲조직 윤리와 기관 윤리 ▲재활 윤리 ▲전문가 책임:고용주, 동료 등 ▲에이즈:기밀보호의 문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사례발표 가르치기 ▲윤리사례발표지침 등이 수록됐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장성'이다. 전 세계 어느 병원에서나 늘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점을 고려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윤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선 의료인들도 누구든지 쉽게 병원윤리의 여러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강명신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서울대 치의학대학원 BK연구교수)는 "이 책을 통해 '적어도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최소도덕의 이야기에서부터, 이상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은 어떠해야 하며 최선의 진료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상도덕의 이야기까지, 여러 관련 한문분과 사이에 소통의 장이 마련돼 논의가 건설적으로 확산돼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02-2646-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