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서부역 소아응급실…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서부역 소아응급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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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소화아동병원

▲ 김덕희 소화아동병원장


 

종착역인 서울역사로 들어서는 KTX의 느릿한 차창 너머로 소화아동병원이란 간판과 함께 하얀색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30년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하얀색 건물과 어색하게 붙어있는 큼직한 병원 간판은 서울역을 오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낡고 오래된 흑백사진 속 풍경처럼 자리잡고 있다.

1946년 고 이하영 박사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소화(小花) 의원을 개원하면서 출발한 소화아동병원은 1981년 서울역 서쪽 서부역 건너편 부지에 둥지를 마련, 200병상급 종합병원으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았다. 은행 차입에 따른 부채와 다른 일반병원보다 더 많은 의료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아동병원의 특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경영난에 봉착했던 것.

평소 육영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종근당 창업주 고 이종근 회장이 사재를 출연, 위기에 빠진 소화아동병원의 구원투수역을 자청했다. 의료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소화아동병원은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많았죠. 당시엔 소아들을 위한 전문병원 개념이 낯설었기 때문에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소아환자들이 몰려왔습니다. 미숙아를 위한 인큐베이터가 100여대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한 병원 직원은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저출산 시대가 열리고, 원가보다 낮게 책정된 수가가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그 많던 인큐베이터는 하나 둘 자리를 감췄다.

 

저출산·저수가 겹치면서 인큐베이터 사라져

오랜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던 소화아동병원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초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을 역임한 김덕희 원장이 부임한 2010년 9월부터다.

"2010년 8월 말 연세의대에서 정년을 맞게 됐는데 소화아동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수 전 연세대 총장께서 '같이 일 좀 하자'고 해요."

"세브란스어린이병원장까지 했으니 제대로 어린이병원다운 어린이병원을 해 보지 않겠나"는 김병수 전 총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소화아동병원은 오래도록 시대의 변화에 둔감했다. 의료진들은 물론 행정파트도 의욕이 꺽여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낡은 건물에, 희미한 조명까지…. 환자중심병원과는 거리가 멀었죠."

6대 원장으로 취임한 김덕희 원장은 아이들 눈높이 맞춰 대대적인 환경 개선에 나섰다.
"10년 동안 공을 들이고 준비한 끝에 개원한 세브란스어린이병원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외벽에는 커다란 기린이 자리를 잡았다. 건강과 행운을 상징하는 꽃사슴 마스코트 '아소미'도 탄생했다. 병원 외벽부터 1층 로비는 물론 입원실까지 곰돌이 푸·미키마우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들도 채워졌다.

아동병원에 걸맞게 일반진료 중심에서 소아전문진료 중심으로 진료시스템의 전문성을 높이고,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새로 도입했다.

"낡은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벗겨내고,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편리하고, 친절한 병원으로 새롭게 인식될 수 있도록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꿔보려 했습니다."

▲ 기린 그림이 그려진 병원 건물 전경.

아이들 눈높이 맞춰 동물 캐릭터 디자인 '변신'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위해 24시간 소아응급실이 문을 열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소화아동병원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남 해남의 현대병원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으로 지정을 받았다.

소아아동병원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 이후 일일 평균 외래환자는 800∼900여명, 병상 가동률도 85%를 넘어서고 있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몸무게가 절반 이하이거나 3분의 1 밖에 안되지만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합니다. 주사를 한 번 놓더라도 어른은 의료진이 1명이면 되지만 아이들은 2∼3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김 원장은 "몸무게에 따라 수가가 줄어드는 비현실적인 보험정책으로는 결코 소아청소년의 건강 수준을 높일 수 없다"면서 "아동 보건복지 분야에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수가 정책에서 벗어나 적정수가체계로 개편하고, 소아가산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미래 한국사회의 주인공들이 더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 원장은 "소화아동병원의 명성에 걸맞게 세부 전문의에 의한 진료의 전문성을 더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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