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목숨끊고, 55억 환수폭탄도…의사처벌 너무 심해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면허를 대여 받아 불법으로 개설한 '사무장병원'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사무장병원에서 일하던 개원의가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격적인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충남 천안 소재 ○○건강검진센터에 근무하던 정 모 의사(61)는 지난 5월 27일 자신이 운영하던 의원 옥상에서 투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2010년 비의료인과 함께 의원을 설립,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사장을 자처한 사무장은 무리하게 투자비용을 회수했고, 어려운 경영 탓에 30억원의 빚을 정 모씨가 그대로 떠안았다.
지역의 한 의사는 "빚은 점점 늘어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면서 "자살 전날 까지도 빚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사무장병원 꼬임에 넘어가 55억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받은 여의사의 사연도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010년 재활요양병원 원장직을 제안 받은 A 원장은 사무장 꼬임에 넘어가 면허를 대여해 주고 병원의 운영자금 등 병원 부채를 그대로 떠안았다.
A원장은 실사를 통해 심평원에 적발돼 55억원의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받았으며, 병원 부채 1억원까지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그는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다.
A씨는 "마음 고생이 심해 잠도 못잤고 탈모도 생겼다"면서 "매일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잤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 A씨는 "돈도 빽도 없다. 큰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면서 "그저 열심히 의사 역할을 하려고만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재부 생협 시행령 개정키로
이런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면서 의사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개원의단체 한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의사가 진료한 급여비까지 모두 환수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사무장병원은 의료계의 모든 모순과 비리의 집약체"라며 "노인병원의 30%,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의 50%가 사실상 사무장병원"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최근 의료생협 관리·감독을 위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생협) 시행령 제4조를 개정키로 했다.
시행령 4조는 의료생협 설립 자격을 조합원 자격이 있는 300명 이상, 출자금 납입총액 3000만원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소비자를 경제 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한 생협이 취지와 다르게 사무장병원을 양산하고 있다"면서 "건전한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의료생협 설립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