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하게 설레는 과거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공유했던 친구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1일부터 10월 7일까지 연극 '여행'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 3년 간 무대에 오른 작품을 대상으로 한 '예술의전당 명품연극시리즈' 공모당선작인 이 연극은 고 윤영선 작, 이성열 연출로 초연된 후 여러 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
연극 '여행'은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 2005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에 선정, 2006년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희곡상·연기상·무대예술상 수상, 2006년 중국 상해국제연극제 초청 등 다양한 수상 및 초청기록으로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부터 호흡을 맞춘 연출가와 연기자들이 다시 뭉치며 연극 마니아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성열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죽음에 대한 문제는 시의성이 있는 것이 아니긴 하지만 소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2005년에 비해 지금이 훨씬 큰 것 같다"면서 "양극화 사회에서 점점 팍팍해지는 삶에 고단한 사람들의 느낌을 이번 연극에 좀 더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맨몸뚱이 아저씨들의 무박 2일!!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들이 하룻밤 동안 죽은 친구의 문상을 다녀오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 '여행'은 윤영선 극작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실제로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면서 썼다는 이 연극은 세상에 한발 더 다가선 예술가가 토해놓은, 죽음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기억만으로도 아련하게 설레는 과거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공유했던 친구들이 한 친구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같은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그들이 공유했던 과거는 시간 속에서 추억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각인되고, 또 굳이 그 모습이 같아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세대에서…'이제는 추억 속에서 친구들을, 어쩌면 나를 떼어내야 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이 연극은 관객에게 묻고 있다.
올해는 작가 윤영선이 타계한지 5주년이 되는 해다. 그와 각별했던 동료·후배 연출가와 배우들이 윤영선을 기리는 '윤영선 페스티벌'을 12월 개최할 예정이며, 그의 대표작은 물론 미발표작들도 소개될 계획이다.
그래서 이 연극은 윤 작가의 5주년을 기리는 첫 작품이자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작가의 전작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여행'을 본 후 윤영선의 다른 작품들을 감상해보는 방법도 그의 예술세계를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여행해보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문의=02-580-1300).
▶시놉시스 겨울 새벽. 영화감독인 태우와 모피회사 사장 만식이 그리고 택시기사 양훈이 서울역에서 만난다.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친구, 경주의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빈소에 가기 위해서다. 신발가게 주인 상수와 중소기업 사장인 대철이가 영등포역과 대전역에서 합류한 뒤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푼다. 상수가 자기의 이상한 여성편력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친구들은 파안대소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우정이 돈독해 보이는 친구들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사회적 위치나 경제적 차이로 인한 질투나 시샘 또는 돈거래로 인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친구들…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지만 그 기억마저도 서로 엇갈리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억보다는 개별적인 기억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채고 만다. 객사한 망자의 조문실은 썰렁하다. 친구들만 만취한 채 화투를 치며 밤을 새우고 있다. 갑자기 그동안 실종되었던 기택이가 등장한다. 갑작스런 그의 출현으로 망연자실한 친구들. 그러나 기택이 너무나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자기의 선택이 옳았음을 주장하고 몇 몇 친구들과의 다툼은 급기야 몸싸움으로 이어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