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마음

아버지 마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2.10.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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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원 지음/포브스코리아 펴냄/1만 5000원

 
"암과 싸우는 의사들은 전기작가도 아닌데 환자의 일생을 시시콜콜 들여다 볼 때가 많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같이 기뻐하고 슬퍼한다.…그 힘든 수술, 항암요법을 거쳐 긴 투병 끝에 암이 완치되면 의사와 환자는 평생 동지가 된다.…평생 비뇨기종양학을 전공하다보니 아버지 세대의 환자들만 보아왔다. 그 중에는 지독한 구두쇠 아버지의 자식사랑,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살려내려고 몸부림치는 아버지, 북에 남겨둔 아이들을 만나기 우해 사지에 뛰어든는 대기업 총수도 있었다"(<아버지 마음> 중에서).

권성원 차의과학대학교 석좌교수가 <아버지 마음>을 펴냈다. 이 책에는 40년동안 비뇨기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만나고 헤어진 여러 아버지의 모습이 들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는 오랜 세월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으로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요즘엔 아버지의 위상이 날로 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도 아버지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이 시대 아버지들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묵묵히 헌신하고 있지만, 그런 아버지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무뚝뚝하며 표현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는 소통이 힘들고 어려운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무뚝뚝함·엄격함·독선·인색함으로 비춰지는 한국 아버지들의 모습 속에 자기희생·절제·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한국 아버지만의 따뜻한 모습을 발견한다.

저자는 1만 건이 넘게 집도한 원로의사가 되기까지 기계적으로 환자를 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때로는 함께 기뻐하고 슬퍼했다. 과거 병원시설이나 의료기술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때에는 의료 혜택을 볼 수 없는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인술을 베풀고 그들과 고통을 같이 나누기도 했다. 그 때의 마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권 교수는 10년 넘게 의료봉사법인을 맡아 전국의 도서벽지를 돌며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해 무료진료를 해오고 있다.

책 속에는 해방과 6·25 전쟁 그 후의 사회적 격변 등 파란만장한 세월을 겪으면서 자신이 직접 진료한 아버지들의 끝없는 자식 사랑과 가족애를 담담한 필치로 그리며 사람 냄새나는 의사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독자들은 책 속에서 아버지들의 헌신적인 마음뿐 아니라 초심을 잃지 않고 세상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 희생과 봉사를 일상화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수익금은 배뇨장애로 고생하는 도서벽지 어르신들을 위해 쓰여진다(☎02-6416-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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