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협의회, 고혈압 약제급여고시개정안 철회 요구
약물 치료 문턱 높이고, 투여시기 늦춰…적극적 치료 제한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보건복지부의 고혈압약제 사용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개정안'(9월 26일 입안 예고)에 대해 "고혈압 약물 치료의 문턱을 높히고, 약물 투여시기를 늦출 뿐 아니라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병의협은 "정부의 개정고시안을 따른다면 약제비는 절감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약물치료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약물치료의 억제는 고혈압 치료를 방해해 자칫 환자의 건강을 크게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병의협은 "치료 지침은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들의 합의에 기반을 둔 최신치료 동향을 반영해야 함에도 정부의 개정고시안은 위험인자가 없는 140/90mmHg의 환자의 경우 초기 약물치료를 금지하고, 160/90mmHg를 넘는 경우에만 초치료로 약물 투여를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심한 고혈압으로 4제 이상의 약물을 투여할 필요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소견서를 작성해 제출한 경우에만 투약을 허가하고 있다면서 부당성을 지적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 국민은 10년 전인 2003년 이전의 진료지침에 따라 고혈압을 치료받으라는 것"이라며 최신 치료경향에 역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은 심근경색·심부전·뇌출혈·뇌경색을 비롯한 심혈관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라고 밝힌 병의협은 "이러한 질환들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면서 "적극적인 초기 치료가 오히려 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합리적인 고혈압 약물치료 조차 어렵게 만들어 약제비용을 줄여보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시도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고 밝힌 뒤 "비용이 절감된다면 국민 건강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병의협은 2002년 Lewington 등이 <Lancet>에 발표한 논문에는 허혈성 심장질환·뇌혈관질환 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수축기 혈압 115mmHg/확장기 혈압 75mmHg을 기점으로 매 20/10mmHg씩 상승할 때마다 2배씩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며 적극적인 혈압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1년 Vasan 등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을 통해 고혈압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130-139/85-89mHg 범위의 전고혈압(Prehypertension) 사람들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120/80mmHg 이하인 사람에 비해 무려 2배나 높음을 보고한 바 있다면서 140/90mmHg를 넘어가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고혈압 치료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는 고혈압 예방과 진료 지침을 통해 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한 바 있다. AHA는 저염식을 비롯해 엄격한 식이요법을 시행해도 혈압 강하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며(수축기 혈압 3.0mmHg∼6.8mmHg 강하), 이와 같은 생활습관 교정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음을 지적하고 140mmHg/90mmHg에서부터 조기에 약물치료와 생활습관교정(체중감량·저염식등)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120∼139/80∼89mmHg 의 전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생활습관교정을 단독으로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AHA는 140mmHg/90mmHg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생활습관교정은 보조적인 요법으로 함께 시행하도록 권고했다"고 지적한 병의협은 "140mmHg/90mmHg의 1단계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도 1제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는 2제 이상의 복합 약물치료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했다"면서 정부의 고협압 치료지침은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권고한 세계 학계의 치료경향에 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