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급성심근경색에서 아시아스탠다드에 도전한다
심혈관중재연구회-의협신문 공동기획 특집기획 2부
국내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의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6.4명으로 증가세며, 전체 환자수는 31만명에 달한다. 사회적 비용부담도 연간 1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급성심근경색(AMI)은 심장질환 사망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전체 심장질환 사망자의 42%를 차지하며, 국내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 질환이기도 하다. 국내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입원 30일내 사망률은 6.3%로 일본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인근 아시아 국가보다는 낮은 수치이나 OECD 평균 5.4% (2009년 기준)를 웃돈다. OECD 최하위 (2007년 8.1%)의 오명은 벗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환자의 퇴원 후 1년 사망률 역시 (2009년 8.3%) 여전히 높다. AMI 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나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모순된 상황은 보다 선진화된 예방 및 치료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방증한다. OECD 역시 올 2월 한국 AMI 환자의 병원 내 치료 서비스 외 병원전단계와 사후관리 서비스 등 치료 전반의 관리를 권고했다. 이처럼 AMI 치료 환경의 전반적인 개선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심혈관중재연구회와 <의협신문>이 함께 국내 AMI 사망률 감소 성과를 근간으로 아시아에서 선진화된 사례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편집자 주>
심평원, 2007년부터 AMI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 평가제도 도입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7년도부터 급성심근경색증을 진료하는 병원을 평가하여 병원의 자율적인 질 향상을 유도하고 더불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급성심근경색증 평가는 전국 114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진료분을 평가하며 매년 그 결과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평가는 진료량 부문(AMI 입원건수), 진료과정 부문(병원도착 30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율, 병원도착 90분 이내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실시율, 병원도착 시 아스피린 투여율, 퇴원 시 아스피린 처방률, 퇴원 시 베타차단제 처방률), 그리고 진료결과 부문(입원 30일내 사망) 총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이 결과를 근거로 병원에 인센티브(또는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가 이외의 지표로 구급차 이용률, 급성심근경색환자의 1년 사망률 등 전후 단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업의 결과는 적정시간 내 재관류 실시율과 입원 30일 내 사망률 개선에서 효과를 나타냈다. 실제 국내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입원 30일내 사망률은 2009년 8.1%에서 2011년 6.3%로 감소되어 OECD 가입국 평균인 5.4%(2011년 기준)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가감지급사업은 과정과 결과, 두 측면에서 국내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질 개선을 위한 심평원 정책의 핵심적 중추 역할을 해왔다.
높은 치료 수준에 비해 입원환자 사망률은 높아 '모순'
올해 초 OECD는 심평원과 함께 한국 의료서비스의 질을 분석한 <OECD 보건의료의 질 평가: 한국편>을 발간했다. 이 보고서 발간사업은 OECD 회원국가의 보건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정책을 확인하고, 관련 정책의 개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OECD는 심평원과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질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적절한 병원에 도착한 후 시행되는 진료는 다른 OECD 국가의 임상지침에 나오는 최고 수준의 진료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OECD는 국내의 우수한 치료 성과에도 불구하고, 심혈관 진료지표에 있어서는 명백한 모순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한국이 타 회원국과 비교해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은 낮지만,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의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2009 기준)는 점을 지적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은 치료 성과, 심혈관 중재시술의 진료량 및 수용능력 외에도 추가적 요인이 고려돼야 하며, OECD는 그 원인을 비급성기 부문에서의 낮은 치료 성과와 퇴원 후 재활서비스 등의 부재로 꼽았다.
특히 OECD는 1차 진료와 이를 위한 지원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퇴원 이후 심장재활서비스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아서 많은 환자가 재입원을 하게 되는 악순환이 초래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ECD, "급성기 전후 의료서비스에서의 질 향상 도모가 절실" 권고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예방관리 및 병원 내 진료 강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 개선을 위해 좀 더 다양한 방면의 노력을 제언했다. 특히 급성심근경색 치료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건강증진 및 예방 투자 확대 ▷보건의료시스템 전체에 걸친 심혈관계 질환 임상경로 확립 등 투자의 중심 전환 ▷고위험군환자의 정기적인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 서비스 제공 ▷대중과 환자의 인식증진 ▷응급서비스 대응성과 질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는 소수의 병원들에게 집중 투자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최상의 임상진료모델을 채택하는 병원을 지원해야 하며 지역 심혈관센터는 건강증진·급성기 진료·재활서비스를 포괄하는 수직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환자 관리에 있어서도 고위험군 환자등록제를 도입해 장기적으로 위험에 있는 환자의 진료조정을 돕고,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환자등록(registration)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급성심근경색 발생시 신속한 발견과 처치를 위한 대중과 환자의 인식 제고, 응급서비스의 대응성과 질 강화, 다양한 영역의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역사회중심 재활서비스를 통한 한국 보건의료체계의 재활 역량 확대 역시 OECD의 제언 내용에 포함됐다.
5년 맞은 AMI 평가 및 가감지급사업…통합평가 전환 검토
국내 급성심근경색 치료 현실 향상을 위한 심평원의 정책은 작지 않은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아직 개선을 위한 과제가 산재해 있으며, 심평원은 국내 의료정책을 주도하는 기관 중 하나로서 그 역할을 잊지 않고 있다.
이에 심평원은 허혈성심질환 진료의 통합된 정보제공을 위해 허혈성심질환 포괄평가 검토를 추진 중에 있으며, 2013년도 진료분부터 급성심근경색증, 관상동맥우회술,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 등을 통합하여 평가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 중에 있다.
위와 같은 OECD의 제언은 국내 급성심근경색 치료 현실에 대한 정책 시행에도 방향성을 제시한다. 물론 보완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제언들이 정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학계·의료계의 전향적인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정책을 통한 현실 개선은 정부기관의 의지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학계의 방향성 제시, 의료 현장의 적극적인 참여와 피드백이 조화돼야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AMI 사망률 감소라는 목표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속적이고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