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건강 위협한다면 '파업' 정당

정부가 국민건강 위협한다면 '파업' 정당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11.12 19: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천(대한의사협회 국제협력실행위원장)

 
"정부의 불합리한 정책으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당하다는 것이 세계의사회 방콕 총회에서 결의한 내용입니다."

최근 태국에서 열린 2012년 세계의사회 방콕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신동천 대한의사협회 국제협력실행위원장(연세의대 교수·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은 "이번 방콕 총회에서 통과된 '의사의 집단 행동에 있어 윤리적 측면에 관한 세계의사회 성명(WMA Statement on the Ethical Implications of Collective Action by Physicians)'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이라며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환자진료에 차질을 빚거나 환자 진료를 침해할 경우 이에 대항하기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의사들의 파업이나 집단행동은 직업적·윤리적 의무에 비춰볼 때 정당화 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WMA 방콕 성명은 전세계적으로 불합리한 의료제도와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의사 파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신동천 의협 국제협력실행위원장은 "WMA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의무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체제가 접근성과 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할 의무도 안고 있음을 강조했다"면서 "보건의료체제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WMA는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의사 개개인의 윤리적·직업적 의무로부터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집단행동에 관여하게 되더라도 각국 의사회는 일반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파업 중 필수적이고 응급한 의료 서비스와 진료의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의무화 했습니다."

신 위원장은 "의사의 집단행동에 관한 성명에 대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의료 윤리와 자국 법령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한 반대했으나 이스라엘의사회에서 'physician's strike'라는 용어를 'collective action'으로 수위를 낮추고 한국·독일·일본·미국의 지지를 얻어 WMA 정책으로 채택하는 데 성공했다"고 귀뜸했다.

1947년 창설된 WMA는 회장·의장·부의장·재무이사 외에 3개 위원장(의료윤리·재정기획·사회의무)이 참여하는 임원진과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북미·남미·유럽 등 각 지역을 대표한 24명의 지역이사가 참여하는 총회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번 방콕 총회 때 미얀마·스리랑카 의사회의 가입을 승인, 전체 회원국은 102개국이 됐다.

태평양지역에 속해 있는 한국은 1949년 WMA에 가입, 국제활동을 시작한 이래 꾸준히 국제사회와 교류를 확대해 나갔다. 24∼26대(1979∼1988년) 의협 회장을 역임한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이 1985년 세계의사회장에 취임, 세계 무대에서 한국 의료계의 위상을 다졌다. 2008년 의협 창립 100주년 기념 세계의사회 총회를 유치,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역대 최고의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의사회 방콕총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 왼쪽부터 유덕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전용우 대공협 법제이사·신현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복지이사·박경아 국제여자의사회 차기회장(의협 국제협력위원)·신동천 국제협력실행위원장·노경한 대전협 기획이사·황선혁 대전협 참의료진료단장·경문배 대전협 회장.

"WMA는 의사의 직업적 독립성과 의료계의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환경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비의료인의 약처방이나 PA의 의료행위에 대한 결의문을 비롯해 이번에 불합리한 정부정책에 맞서 의사의 집단행동을 정당화하는 성명도 같은 맥락입니다."

WMA 방콕 총회에서는 주류 소비 감소에 효과가 있는 최소 단가를 설정함으로써 알코올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류 최소 단가 설정에 관한 긴급결의문과 담배포장에 업체로고나 브랜드 표시를 금지하고 흡연 경고문이나 사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담배 단순 포장에 관한 긴급 결의문을 채택했다.

주요 정책으로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 의한 보건의료인에 대한 폭력 방지·전자담배 제조 및 판매를 금지·장기 및 조직 기증 상업화 반대·사형집행 때 의사의 관여 금지·예방접종 중요성·강제 불임수술 금지 등을 채택했다.

신동천 위원장은 "WMA에서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이자 의료선진국으로 올라선 한국이 더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문태준 명예회장이 닦아놓은 기반을 발판으로 WMA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활동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피력했다.

신 위원장은 2007년부터 WMA 환경 실무그룹의 핵심멤버로 참여, 2009년 인도 총회 당시 의사가 기후변화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한 '건강과 기후변화에 관한 뉴델리 선언'을 이끌어내는데 앞장섰다. 이번 방콕총회에서도 14개 세계 주요 국가 대표가 참여하는 '건강과 환경 특별위원회' 의장을 맡아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의사의 역할에 대해 모색했다.

"한국이 환경분야의 월드뱅크(World Bank)인 녹색기후기금(GCF) 본부 사무국을 유치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WMA 내에서도 한국이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신 위원장은 "WMA 임원 구성이 영미권과 유럽권에 치우친 면이 있다"며 "지역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WMA 총회부터 참가하기 시작한 젊은 의사들의 모임체인 주니어닥터네트워크(JDN)가 SNS·IT·의료정보보호 등의 역할을 맡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젊은 의사들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WMA는 터키 정부가 의사의 자율성을 박탈하려 할 때 임원들이 팔을 걷고 나서 부당성을 제기한 끝에 무산시킬 정도로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한 신 위원장은 "의사의 직업적 자율성을 침해하고,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필요하고, WMA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WMA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