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은 서울의대 교수팀..인체의 생리학적 현상 정확히 재현·예측
국내 연구진이 폐의 기본 구성요소인 폐포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장기모사 시스템을 이용해 중증 폐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다.
마이크로칩을 개발한 허동은 서울의대 교수팀(서울대병원 의공학과)은 이를 통해 항암치료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알려진 폐부종의 새로운 원인을 처음으로 알아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가 폐부종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신약 개발을 위해 임상실험 전 단계에서 시행하는 세포배양실험이나 동물실험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인체 환경을 정확히 모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허 교수팀은 그 대안으로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장기칩을 개발하고 여기에 개발 중인 약을 실험함으로써 약의 임상효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실험모델을 구상했다.
폐포는 허파로 들어간 기관지의 끝에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는 작은 공기주머니로 이산화탄소가 혈액에서 나오고 산소가 혈액으로 들어가는 장소이다. 폐부종(pulmonary edema)은 폐와 연결된 혈관내벽조직이 손상돼 체액이 폐포로 들어가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으로 피부암이나 신장암에 쓰이는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빈번히 나타난다.
허 교수팀은 폐포의 기능을 재현하기 위해 메모리카드 크기의 투명한 플라스틱 칩 내부에 두개의 미세 세포배양공간을 형성해 위에는 공기가 지나는 폐포 세포를, 아래에는 혈액이 흐르는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한 후 두 세포 사이는 물질 이동이 가능한 분리막을 만들었다. 분리막 양쪽에는 주기적으로 진공상태를 만들어 칩 전체가 주기적으로 수축 운동을 하게 해 호흡할 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폐포의 모습을 동일하게 재현했다.
이 칩을 통해 항암제에 의한 폐부종의 발생과정을 완벽하게 재현한 허 교수팀은 칩 하단의 모세혈관 채널에 피부암·신장암 항암제인 인터루킨-2(IL-2)를 투여한 결과 IL-2가 모세혈관 세포와 폐포 상피 조직을 손상시켜 모세혈관 채널 속 체액이 폐포로 침투하기 시작했으며 실험 4일째 공기로 차있던 폐포 전체가 체액으로 채워졌다.
인체의 호흡과정에서 생기는 폐포의 수축이완 작용이 항암제에 의한 폐부종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허 교수팀은 대조군에는 칩의 수축운동 없이 모세혈관 채널에 IL-2만 투여하고 비교군에는 칩의 수축운동과 함께 IL-2를 투여한 그 결과 비교군에서 더욱 많은 체액이 폐포 채널로 침투했다. 이는 폐포의 수축 이완 과정이 세포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그 틈으로 항암제가 들어가 폐포 상피조직을 더욱 손상시켜 폐부종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허 교수팀은 또 장기칩을 이용해 현재 개발 중인 폐부종 치료제의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비교군에서는 모세혈관 채널에 IL-2와 함께 안지오텐신-1이나 GSK에서 개발 중인 트랜션트 리셉터 포텐셜 바닐로이드(TRPV4) 이온채널 인히비터를 투여하고 대조군에는 IL-2만 투여한 후 비교 관찰했다. 6시간 후 대조군에서는 조직 투과성(Barrier permeability)이 정상상태와 비교했을 때 15배까지 증가했으나 비교군에서는 통계학적으로 유효한 증가가 측정되지 않아 비교군이 대조군에 비해 10배 이상 체액의 폐포 침투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마이크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장기모사시스템들이 난치성 질병발생과정의 메커니즘의 규명하는 기초의학연구나 새로운 치료약, 치료법의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고 말했다.
허 교수팀이 개척하고 있는 장기칩 기술개발은 인체의 생리학적 현상을 정확히 재현하고 예측할 수 있는 모델시스템이 없는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연구 분야로 각광받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FDA(식약청)·NIH(국립보건원)·DARPA(국방성)등 핵심 정부기관에 의해 앞으로 5년안에 의학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로 선정되는 등 차세대 융합연구의 중점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션 메디신> 11월호 커버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