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6천→87억 증액 예결…센터 추가 2곳 건립 목표
간접비 전환 국고지원 시 국시 수수료 인하까지 예상
지난해 의사 실기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장소 부족으로 인한 파행적 시험기간이 지적되면서 실기시험센터 추가 건립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는 안이 탄력을 받고 있다.
향후 이 기금이 정례화돼 시험관리기관 인건비 등의 간접비 용도로 전환될 경우, 의사국시와 같은 보건의료인 자격을 부여하는 국가시험 응시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전체회의에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사업 예산을 기존 9억6천만 원에서 87억4천만 원으로 10배 가까이 증액한 201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실기센터 부족 문제는 지난해 의사실기시험 문제 유출 파문이 확산되면서 불거졌다. 센터가 단 2곳에 불과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시험기간 동안 먼저 응시한 학생이 나중에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내용을 알려주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된 것이다.
실기센터를 확충하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예산 부족으로 진척은 지지부진했다. 국시원이 민간재단법인으로 분류돼 있어 추가 건립에 필요한 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
이 같은 문제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사건 발생 이후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 센터 추가 건립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원인을 찾아보니 다름 아닌 국시원의 예산 구조에 있었다"며 "국시원의 국고보조금 확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실기센터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시원에서 실시하는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경비는 각 직종별 응시수수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2012년도 총 수입예산 약 155억원 중 145억원(93.5%)이 시험 응시수수료 수입이고, 국고보조금은 9억6천만 원(6.2%)에 불과하다.
국고보조가 미약하다보니 응시료 부담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을 기준으로 보건의료인 전체 직종 가운데 가장 수수료가 높은 의사국시 필기 및 실기시험 응시료는 87만2천 원에 이른다. 다른 전문직 자격시험인 변리사·세무사·감정평가사 등의 응시수수료가 3~4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턱 없이 높은 수준이다.
문 의원은 국감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낸 이후 지속적으로 국시원 예산 증액 필요성을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뿐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인의 시험관리를 체계화하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국시원을 특수법인화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국시원측은 대폭 늘어난 예산이 반가우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도 센터 추가 건립과 관련해 90억 원 증액을 책정했지만, 예결특위에서 좌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늘어난 예산을 다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국회의원이 도와줘서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힘쓰고 있다. 향후 기획재정부에서 간접비로 허용해주면 응시료를 낮출 수 있는 효과도 있다"면서 "이번 예산은 복지부에서 자체 추진하고 있는 실기센터 2곳 확충과 출제센터 건립에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남기훈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의장은 "최근 대의원 총회에서 응시료 인하를 포함한 국가고시 개선안에 대해 논의하고, 문정림 의원측과도 만나 조언을 구했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환경에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