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토비 고조 지음/마고북스 펴냄/1만 5800원
죽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하나.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지점에 대한 인간의 개입이 커질수록 우리는 이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웰빙 못지 않게 웰다잉이 중요하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존엄을 지키며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삶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자연사가 사라지고 병사만이 존재하는 의료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에 대한 자기결정 없이는 평온하고 존엄한 죽음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시비토 고조가 쓴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는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마지막 케어의 구체적인 방법에 다가선다. 40년 넘게 외과의사로 지낸 저자는 지금 도쿄 노인요양시설인 로카홈에서 상근의사로 일한다. 일본에서 '외과부문 좋은의사' 1위에 꼽히기도 했던 실력파 외과의사로 촌각에 달린 생명을 구하던 저자가 수술실을 떠나 죽음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의사에서 인생의 마지막 길을 가는 사람들을 돌보는 의사로 역할이 달라지면서 저자는 오직 수명을 늘리는 데에만 치중해온 현대의학의 모순된 현실과 마주친다. 대부분의 의료현장에서 생명력이 고갈된 노인들도 코나 위로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고 수액주사를 맞으며 연명한다. 생명체는 이미 사명을 다했다고 여러가지 신호로 알리지만 영양과 수분을 강제로 공급하고 노쇠한 몸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가 일어나면 다시 치료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저자는 "먹지 않아서 죽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다해 먹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임종기에 다다른 이에게 과도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는 것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고통만 더할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왜 자연사의 개념을 잊어버렸으며 그 끝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노인이 입으로 먹지 못하게 됐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 하는가. 현실에서 노인 자신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상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족은 어려운 결정을 갑자기 강요당하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인위적으로 열량을 공급하는 대신 공급하는 열량과 수분을 종말기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어 평온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케어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명의 질'과 '존엄한 죽음'을 위해 저자는 실제로 몸담고 있는 노인요양원에서 그 일을 해냈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노인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노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 ▲왜 노인요양원에서 죽을 수 없는가 ▲우리는 어떤 일을 했나 ▲로카홈은 어떻게 달라졌나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소개와 사전의료의향서 양식도 소개돼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20%)에 이른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 삼으면 그들이 치른 사회적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수명의 질, 생명의 의미, 노인의료와 복지 현실에 대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 역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책은 '평온하고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에게 '진정한 생명의 의미'를 되새겨 준다(☎02-523-3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