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개선, 정부 힘 빼던지 아예 책임 지든지"

"건정심 개선, 정부 힘 빼던지 아예 책임 지든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12.2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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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평수 연구위원, 건정심 의사결정구조 개선방안 제안
위원선정 정부 임의성 배제 or 정책결정 책임 정부로 이관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의협신문 최승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와 같이 건정심 기능을 유지하려거든 '당사자들간 건전한 논의의 장'이 되도록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제한해야 하며, 아니면 아예 건정심의 기능을 심의기구로 낮춰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평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건정심 의사결정구조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의 건정심이 위원 구성의 편향성에 따른 의사결정 과정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건정심은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대표가 8:8:8 동수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가입자와 공급자, 중재자 역할을 할 정부 등 공익대표가 동등한 협상 테이블 위에서 3자간 합의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 취지에 맞게 건정심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공익대표 8명 가운데 6명은 사실상 정부 관계자"라면서 "공단과 심평원 등 가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며 가입자의 권익을 대표하는 기관, 보건사회연구원과 진흥원 등 정부정책을 집행하는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공익대표로 있는 것은 임명·위촉권자인 정부의 재량권 과다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가입자와 공급자 대표의 객관성·대표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과거 가입자대표 교체 과정에서 기존 대표였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이 정부조치에 반발,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들며 "정부가 입맛에 맞는 시민단체·기관들에만 위원추천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가입자 대표 선정에도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포지티브 리스트로 전환한 이후 급여 약제의 가격결정과정이 별도로 작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약협회가 공급자대표로서 모든 보건의료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며 공급자 대표의 대표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 같은 위원구성의 편향성이 건정한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 정부측 인사들이 대표로 참여하면서, 정부가 사실상 모든 합의를 주도하고 이끌어 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공급자들이 가입자와 정부를 상대로 '8:16'의 일방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펼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권한·재량권 축소로 건정심 위원구성 공정성 확보
공익, 가입·공급자 추천으로...공급자, '파이' 고려해 재조정

이 연구위원은 건정심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건정심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구조와 역할의 재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번째 안은 급여기준과 급여비용 심의·결정이라는 건정심의 기능은 현행대로 두되, 위원 임용이나 위촉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정부의 권한·역할 조정에 있다.

이 연구위원은 "각 직역의 대표를 정부가 재량껏 임용·위촉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을 세워, 원칙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단 공익대표의 경우 원래 취지대로 '중재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급자와 가입자가 추천하는 동수의 위원을 위촉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그는 가입자 대표 또한 가입자대표단체의 연합체가 일정 수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임의대로 위원을 선정할 수 없도록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공급자 대표의 경우에도 현재처럼 각 직역대표들이 죽 늘어서는 형태가 아니라 급여비용의 영향도 등을 반영해 참여의원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이 연구위원은 건정심의 기능을 현재와 같이 두더라도 최소한 결정기능과 조정기능은 구분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수가결정 등 당사자들간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법정 조정기구를 활용해 이해당사자 양측이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공통사항은 건정심 전체 위원회에서 다루되, 분야별 특이사항이나 보험료 등의 문제는 별도 위원회나 전문위원회를 활용해 건정심에 쏠린 무게 중심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건정심 기능 '심의기구'로 축소...최종 결정권 정부로 이관
"정책결정 책임 명확히...정부, 건정심 뒤에 숨는 일 막아야"

둘째는 건정심의 기능을 아예 재정비 하는 방안이다. 건정심의 기능을 심의기구로 재조정하고, 그 심의결과를 반영해 결정을 내리는 권한은 정부로 옮겨, 각종 정책결정에 따른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건정심의 결정을 주도하면서도, 정작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오면 건정심의 뒤에 숨어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심의는 건정심에서 하되, 결정권을 정부로 이관해 정책결정에 대한 최종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평수 연구위원은 마지막으로 "법은 이해관계 당사자간 갈등을 방지하고 조정하는 기본 틀을 제시해야 하며, 법을 집행하는 정부는 법의 구체적인 집행기준 즉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공정하게 적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보험제도는 환경과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므로 변화에 적응하는 법령개정과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을 고려해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의 개선을 위한 법령 정비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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