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소리티닙의 골수섬유증 치료연구 결과 과거 대조군과 비교해 "생존기간의 연장 확인"
2012년 6월 세계적인 의학저널 Blood에, JAK 억제제인 룩소리티닙(ruxolitinib; 제품명 자카비)의 골수섬유증 치료 효과와 관련한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본 연구는 중간위험군 및 고위험군의 골수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최초의 JAK억제제와 기존 치료법의 비교 연구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 된다. 연구 결과 룩소리티닙을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치료했을 때 증상개선과 생존기간의 유의미한 연장이 확인됐다. |
골수섬유증은 희귀 혈액암의 한 종류로 혈액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 이상으로 혈액생산에 장애를 일으키는 심각한 질환이다. 골수섬유증은 발병 시 합병증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비장비대, 피로, 체중 감소, 빈혈과 출혈 등의 임상적, 병리적 특징이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까지 골수섬유증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치료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었다.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완치를 위한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65세 이상의 환자들은 이식관련 치사율이 높아 이식 적용에 많은 한계를 가진다.
또한 대부분의 약물요법은 임시 방편적인 치료법으로 비장의 크기와 빈혈 등의 증상 개선 역시 미미하고 일시적이었다. 골수섬유증 환자 중 약물요법에 실패해 비장이 거대해진 경우 비장절제술이나 방사선치료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수술 관련 합병증이 높고 반응 역시 일시적인 한계를 가진다.
그러던 중 혈구 생성을 조절하는 JAK-STAT 경로의 이상 활성화가 골수섬유증의 한 원인이 됨이 밝혀졌고, JAK1 및 JAK2의 신호기능을 억제해 JAK-STAT 경로의 활성화 정도를 줄여주는 표적항암제 룩소리티닙(ruxolitinib)이 개발됐다.
룩소리티닙은 1/2상 시험(임상연구 INCB18424-251)과 2번의 3상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COMFORT-Ⅰ 및 COMFORT-Ⅱ)에서 중간위험군 및 고위험군의 골수섬유증 환자들에게 임상적 이점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Blood>저널 2012년6월에 발표된 이 연구 논문은 임상실험에 참여해 룩소리티닙 치료를 받은 골수섬유증 환자158명의 치료 후 상태와 생존율을 추적 관찰해, 룩소리티닙의 장기적인 치료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다.
이 연구는 그 동안 검증되지 않았던 룩소리티닙의 장기적인 효과와 생존률 연장에 대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골수섬유증은 완전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만큼, 룩소리티닙 치료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는 치료 방법의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골수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시험 방법
이 연구는 룩소리티닙의 장기적 유효성 및 안전성 평가를 위한 개방 표지, 비무작위 배정 연구로서, 미국 메이요 클리닉(n=51)과 MD앤더슨암센터(이하 MDACC, n=107)에서 진행한 룩소리티닙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08명의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참여한 환자들은 과거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거나 다른 치료가 필요한 중간위험군(중증도-2) 또는 고위험군 일차성 골수섬유증, 진성적혈구증가증 후 골수섬유증, 또는 본태성 혈소판증가증 후 골수섬유증 환자들이었다. 비장길이가 10cm 이상으로 새롭게 비장비대증을 진단 받은 환자가 피험자 대상이 됐다.
과거 골수섬유증 치료 경험이 있는 대조군과 비장크기 감소율, 비장크기 감소 지속기간(reduction in palpable spleen length), 생존율, 치료 중단율 등을 비교했다.
이 중 비장 감소율, 비장 반응 지속 기간, 생존율은 룩소리티닙의 장기적 유효성을, 그리고 치료 중단율은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장 반응 지속 기간과 생존율 측정에는 Kaplan-Meier 분석법이 사용됐다.
시험 결과
본 연구에 참여했던 환자들 중 54%는 32개월 추적관찰 기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룩소리니팁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의 약 80%는 하루 두 번(BID) 룩소리티닙 10∼25mg을 복용하고 있다.
룩소리티닙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비장크기 감소와 그 지속기간에서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으며, 생존율 역시 대조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그 밖에도 골수섬유증의 증상인 복통·복부 불편감·가려움증 등에서도 효과를 나타냈다.
▶룩소리티닙 치료 후 비장비대증의 개선
룩소리티닙 치료를 받는 환자(n=97)의 76%에서 비장 크기가 빠르고 두드러지게 감소했으며, 크기가 줄어든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특히 15∼25mg를 BID 투여했을 때 비장 길이가 50% 이상 감소하는 등의 유의한 임상 반응이 나타났다. 그리고 비장 길이가 50%이상, 35% 이상 감소한 환자들의 비장 반응 지속 기간의 중앙값은 각 166주와 93주로 측정됐다.
▶룩소리티닙 치료 후 생존율 유의하게 연장
32개월간(중앙값)의 추적관찰 기간 후에 룩소리티닙 치료 환자군의 전반적 생존율(OS)는 69%였으며, 33건의 사망이 발생했으나 이에 대해 시험자는 치료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대조군에서는 187건의 사망이 발생했다. 즉, 전반적 생존율은 룩소리티닙 치료군과 과거 치료경험이 있는 대조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위험비 [HR] = 0.58; 95% 신뢰구간 [CI], 0.39-0.85, P = .005; 그림 2A).
특히 고위험 환자에서 룩소리티닙 치료군과 대조군의 생존율 차이가 상당히 큰 편으로 나타났다. 룩소리티닙 치료군의 경우 1~3년의 생존율이 각각 95%, 83% 및 63%였고 대조군의 경우에는 81%, 58% 및 35%였다(HR = 0.50, 95% CI, 0.31-0.81; P = .006; 그림 2B).
또한, 촉진시 비장 크기가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환자들의(n=61) 경우, 비장이 베이스라인 대비 25% 미만 감소한 소수의 환자들(n=23)보다 유의한 수준으로 생존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HR = 0.223, 95% CI, 0.097-0.512; P = .001).
논의 및 결론
연구 결과, 룩소리티닙 치료를 장기간 실시할 때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증상이 호전되며 골수섬유증의 임상적 진행을 바꿀 수 있음이 입증됐다. 룩소리티닙 치료는 비장 크기 및 증상의 장기적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성이나 질병의 진행으로 인한 치료 중단 비율도 낮았는데, 이는 장기간 치료에도 내약성이 우수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과거 대조군과 비교해 얻은 결과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룩소리티닙을 최적의 용량으로 투여한다면, 전반적 생존율 증가, 장기적인 증상 호전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룩소리티닙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비장 크기의 감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 연구에서는 촉진 시 비장이 25% 미만 감소한 환자보다 최소 50% 감소한 환자의 생존율이 유의한 수준으로 높이 나타났다.
비장비대는 골수섬유증의 전형적 특징으로 비장비대 관련 합병증은 골수섬유증 환자의 생존율을 제한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앞으로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에 대한 추가 추적관찰을 실시한다면 룩소리티닙 치료의 골수섬유증 개선 효과를 평가할만한 데이터를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추가 실험 진행시, 연구를 무작위 배정으로 설계한다면 더 신빙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