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탁 교수(벨기에 루벤대학 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 환자들이 만성변비로 병원을 찾는데 까지는 1년에서 수십년까지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만성변비 여성 환자가 한 해 21만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변비증상을 경험하는 환자의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만성변비는 치질, 장 폐색, 장 출혈 등 이차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 대부분이 완하제(락사티브)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락사티브를 복용해도 만성변비가 완전히 치료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서울 힐튼호텔에서 'New Resolution for Chronic Constipation'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이날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잔탁(Jan Tack) 교수(벨기에 루벤대학 소화기내과)를 만나 만성변비의 진단 및 치료, 새롭게 출시된 레졸로(성분명:프루칼로프라이드)는 어떤 약물인지 들어봤다.
Q.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무엇인가?
만성변비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발표하기 위해 방문했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서 허가를 받은 레졸로(성분명:프루칼로프라이드)에 대해 소개하고, 환자 케이스를 공유했다.
Q. 한국에서는 변비가 질환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유럽은 변비 환자들이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가?
사실은 유럽에서도 한국과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보면 25~30% 정도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치료율이 낮다는 것은 아니다. 비 의료적인 치료를 받다가 안되는 경우 약국서 락사티브(완하제) 등 일반의약품을 구입해 복용하고, 그렇게 해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다. 한국에서 락사티브를 사용하는 비율은 11%정도이지만 유럽은 40%정도이다.
Q. 락사티브는 어떤 약인가?
락사티브는 기존의 모든 변비약을 일컫는다. 장 안에서 변을 부풀게 하거나, 장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게 한다. 또 장의 벽을 억지로 자극해 변을 보게한다.
Q. 어떤 경우에 만성변비를 의심할 수 있나?
변비는 1차 변비와 2차 변비로 나눌 수 있는데, 1차 변비는 장의 기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증상이고, 2차 변비는 다른 약제나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만성변비의 경우 딱 떨어지는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6개월 정도 이상 지속적으로 일상생활의 변화와 무관하게 변비 증상이 나타날 때 만성변비로 구분 할 수 있다.
Q. 2012년 유럽에서 새로운 만성변비치료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것으로 알고 있다. 레졸로의 발매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2010년 레졸로를 변비치료의 어느 단계에 넣어야 할지 논의를 했다. 그때 결과적으로 나왔던 내용은 락사티브를 사용한 후에 사용을 하자는 것이었고, 락사티브를 한번 사용해서 효과가 없을 경우 다른 락사티브를 사용해보고, 그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 레졸로를 2차 치료제로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락사티브를 사용한 후에도 효과가 없으면 음식물의 장내 통과 시간 등 다른 추가 검사들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레졸로까지 사용해보고도 반응이 없는 환자들에게만 진행을 하게 됐다.
Q. 기존 변비약은 오래 사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부작용인가?
사실 안전성에 대한 문제 보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가 더 크다.
락사티브의 효과에 대한 자료 자체가 없으며 굉장히 오래된 약물 들이고, 많이 사용은 되나 연구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 실제로 기존 변비약은 주의할 점이 많지 않으나, 예전에 장 신경계에 영향을 주고 나중에는 장 기능이 정지되는 상황에 이르게 한 치료제가 있었다.
장 자극제도 많이 사용되는데 데이터가 있는 것은 4주짜리 연구결과 2건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처음에 주로 변의 부피를 늘려주는 약제를 복용하다가 효과가 줄어들어 나중에는 장 자극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을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전해질 불균형 등의 상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장 자극제의 경우 단기적이고 간헐적으로만 사용돼야 하고, 일주일에 2~3번 정도만 복용해야 한다.
Q. 만성변비를 제때 치료하지 않았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환자들은 변을 못 보는 경우 갖게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직장암이나 다른 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인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계속 방치할 경우 변비 증상을 계속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환자들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질환인 것은 확실하다.
또 만성변비 환자들에게서 우울증이 특별히 많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우울증 환자들 가운데 절만은 만성변비를 갖고 있다.
Q. 레졸로는 어떤 치료제인가?
락사티브와 레졸로는 작용기전에 완전히 다르다. 락사티브의 경우 대장의 점막에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사람에 따른 편차가 크고, 효과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3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레졸로의 경우 복용 후 장 자체가 정상적으로 수축 작용을 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므로 전혀 다른 약이다. 그리고 레졸로는 70% 정도의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나므로 수치상으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장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수축과 이완이 반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에 관련되는 수용체가 5HT4 수용체이다. 레졸로는 이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장이 움직일 수 있게 해 준다.
레졸로는 대장을 완전히 비워낼 수 있는 효과를 갖고 있고, 복용 첫날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또 2년간의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입증 했다.
부작용으로는 설사가 있는데, 이는 이 치료제의 역할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로 볼 수 있고, 일부 환자에게 나타나는 두통 또한 복용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대부분의 경우 약한 두통이고 금방 사라진다.
기존의 변비 치료제에도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이며, 배변 횟수나 장의 운동을 개선 시킴으로써 복부 불편감, 가스, 딱딱한 변 등의 변비와 관련된 모든 증상을 개선시켜 준다.
아시아인에게서 임상효과가 더 좋았다. 아마도 아시아인이 유럽인보다 체중이 적기 때문에 약물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또 유럽에서 더 중증의 변비 환자들이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
Q. 레졸로를 장기복용 했을 때 부작용은 없나?
임상 데이터 자체가 상당히 강력하다. 임상3상 시험에 1800명 정도의 환자들이 참여했다. 3달의 임상시험 후 36개월까지 장기간 복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655명은 18개월까지, 250명은 24개월까지 관찰했다. 이 환자들 가운데 80%는 이전에 변비약을 복용했던 환자들이었고, 20%는 레졸로를 처음으로 복용하는 환자들 이었다. 또한 3년간의 PMS 자료를 볼때도 안전성의 문제는 없었다.
Q. 여성 환자들에게만 허가가 됐는데 이유는?
임상시험 자체에 참여한 환자들이 남자가 11% 이고, 여자가 89% 였다. 남녀 모두에게 효과는 있었으나 연구에 참여한 남자 환자의 숫자가 너무 적어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입증하지 못해 여성 환자에게만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스위스·캐나다·호주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하지 않더라도 남성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인정해 적응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