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한계 보완해 MRI 검진 가능한 인공심장박동기 도입
의료기술의 발달이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을 넘어 환자의 불편을 줄이는 데까지 확대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각 분야별로 '환자중심'의 의료기기가 시장경쟁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심장박동기(페이스메이커) 시장도 MRI 검진이 가능토록 환자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인공심장박동기, 자기장 영향으로 MRI 진단 못받아 한계
인공심장박동기는 신체 상태를 감지해 적절한 박동수를 조절하는 체내 삽입형 의료기기로, 부정맥 중 하나인 서맥(느린맥) 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법으로 쓰이고 있다.
인공심장박동기는 국내 연간 3000건 정도 시술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300만명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공심장박동기의 경우, 금속성 재질과 전자회로를 사용하는 의료기기 특성 때문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특히 MRI는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면서 인공심장박동기 이식환자가 MRI 진단을 못받는 한계가 있다.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한 후에 MRI 검사를 시행할 경우, 기기의 오작동과 전극선의 발열로 인한 조직손상, 의도되지 않은 심장 자극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한계로 환자들은 인공심장박동기 이식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인공심장박동기에 적용되면서, MRI 검진에 대한 걱정을 덜어낸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는 '환자중심'의 인공심장박동기가 도입되고 있다.
메드트로닉, 바이오트로닉…국내 시장 진출
메드트로닉은 '어드바이자 MRI'를 지난해 7월 보험급여 적용을 받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어드바이자 MRI는 메드트로닉이 자체 개발한 고유기술인 슈어스캔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환자 신체 부위에 제한 없이 MRI 전신 스캔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 환자의 MRI 검진 직전에 엑스레이를 통해 MRI 지장을 받지 않는 제품임을 판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제품은 미국FDA와 유럽CE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오트로닉도 최근에 식약처로부터 MRI 검진이 가능한 인공심장박동기 제품인 '에비아'를 허가 받으면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에비아는 프로MRI라는 자체 기술을 반영한 제품으로, 환자가 MRI 스캔을 받을 수 있다.
해외시장, MRI검진 가능한 제품 개발·출시 이어져
아직 국내에는 진출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MRI 검진이 가능한 인공심장박동기 제품의 개발과 출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보스턴사이언티픽스의 '인지니오'는 자사의 '지레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심장박동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MRI 검진 부위에 제한이 없는 점이 장점이며, 엑스레이를 통해서도 MRI 검진이 가능한 제품임을 판별할 수 있다. 현재 CE마크를 획득한 상태다.
세인트주드도 '엑센트 MRI'를 개발해 CE마크를 획득, 유럽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 FDA 승인은 아직 받지 않았으며, 현재 식약처의 허가 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심장박동기 이식 환자들의 90%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다양한 질환에 의해 MRI검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실제 이식환자의 절반 이상은 일생동안 한 번 이상의 MRI 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이처럼 환자중심의 의료기기로 변화되면서 인공심장박동기 이식 환자들은 MRI검진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인공심장박동기 외에도 만성통증과 척추수술 후 통증 등 치료에 사용되는 척수자극기도 이미 MRI 검진이 가능토록 개발되고 유럽에서 시판되는 등 의료기기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공심장박동기 시장은 환자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면서 "앞으로 환자와 사용자를 위한 의료기기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는 MRI 검진 제한이 사라진 새로운 인공심장박동기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다른 이식형 의료기기에도 MRI가 가능할 수 있도록 확대 적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