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B형 간염,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3)
우리나라는 만성B형간염 유병률이 8% 정도로 2% 미만의 유병률을 보이는 미국·호주 보다 4배가 높지만 진단 및 치료율은 아직 낮은 편이다.
임상적 완치가 가능한 만성C형간염과는 달리, 대부분의 만성B형간염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환자들은 장기간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현재 만성B형간염의 치료제는 페그인터페론 주사제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두 가지가 있는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장기간 강력한 HBV DNA(혈청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억제를 통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유지시켜준다.
최근 만성B형간염 치료제들은 내성 감소 및 치료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내성이나 바이러스 완화뿐 아니라 치료를 종료하고 완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협신문>은 만성B형간염 치료제들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살펴보고, 최근 내성률이나 항바이러스 효과를 줄여주는 치료제의 출시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 만성B형간염 치료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전망해보고,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기준은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 정책간담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00년 이전 인터페론과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만성B형간염 치료의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이 보편화 되는 추세다.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국내에서 사용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으로 제픽스(성분명:라미부딘)와 헵세라(성분명:아데포비어)가 널리 사용되다가 내성률의 증가로 인해 바라크루드(성분명:엔테카비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바라크루드 역시 내성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최근 출시된 비리어드(성분명:테노포비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가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쟁점은 ▲강력한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 ▲장기간 사용 시 내성 발생 빈도 ▲안정성과 가격이다.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가 앞으로 만성B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두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주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쟁점을 짚어봤다.
▶ 치료효과, 바라크루드·비리어드 모두 '우수'
바라크루드는 임상연구결과 투약 5년째에 94%에서 B형간염 바이러스 DNA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80%에서 간효소 수치가 정상화 됐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48주 투여 결과 72%의 환자에서 간조직 염증 및 섬유화의 호전을 보였으며, 이후 투여를 지속적으로 했을 때 좀더 많은 환자에서 호전을 보였다.
이와 관련 임영석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는 "이러한 바라크루드의 치료효과는 e항원 양성 및 음성 환자에서 모두 좋은 결과를 보였으며, 간경변 환자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비리어드는 외국에서 시행한 임상연구를 참고하면, 투약 5년째 B형간염 바이러스 DNA 음전율은 96~99%로 나타났으며, 실제 임상에서 사용한 결과 투약 48주째에 90% 이상의 DNA 음전율을 보였다.
특이할 만한 부분은 비리어드는 이전에 제픽스에 내성이 발생했던 환자들에서도 초치료로 사용한 환자들과 동일한 치료효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임영석 교수는 "이전에 다른 약제를 사용한 적이 없는 환자의 초치료 약제로서는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 모두 우수한 효능을 나타내며, 두 약제간에 의미 있는 효능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약제 내성에서는 비리어드 '판정승'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가 초치료 환자에서는 효능의 차이가 없어 '무승부'를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약제의 내성에서는 누가 더 우위를 차지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리어드가 한 수 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B형간염 항바이러스제의 바이러스 억제효과와 약제 내성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바이러스가 치료제에 의해 강력하게 억제돼 활동량이 거의 없는 상태가 지속 되면 그만큼 확률적으로 내성이 생기기 어렵다.
만성B형간염 환자 치료에 있어서 약제 내성 발생 가능성은 환자가 이전에 제픽스 등의 약제에 대한 내성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는지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전에 제픽스에 대한 내성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한 환자에서 바라크루드를 2년간 사용했을 때 34% 환자들이 B형간염 바이러스 DNA를 검출한도 이하로 감소됐으며, 5년간 치료했을 때 바라크루드에 대한 추가 내성이 51%의 환자에서 발생했다.
반면에, 비리어드는 여러 연구들에서 제픽스 내성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초치료로 사용한 경우와 비슷한 정도의 우수한 치료효과라 보고되고 있다.
또 비리어드는 소규모 연구들에서 바라크루드나 헵세라에 내성이 있는 환자들에서도 추가 내성 발생 위험이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영석 교수는 "다약제 내성 환자들에서 비리어드 단독요법이 비리어드와 다른 약제의 병합요법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비리어드에 대한 추가 내성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다는 것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신독성 문제, 더이상 논할 이유 없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부작용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먼저 바라크루드는 간기능 상실이 심한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 바라크루드 투여 후 젖산혈증 발생이 보고된 적이 있어 치료 전 간기능이 매우 나쁜 환자에서는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바라크루드 도입 초기에 우려됐던 악성 종양 발생 가능성은 6년간 장기간 관찰 결과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비리어드는 HIV 감염 환자에서 보고되었던 급성 신부전 위험은 만성B형간염 환자에서 보고된 적이 없으며 6년간의 장기간 치료결과 신기능 감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비리어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 골밀도 감소 우려도 있었으나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 비리어드의 신독성 문제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와 관련 라이 교수(홍콩대 소화기내과)는 "신기능 위험군 한자에게 용량조절을 통해 아무런 문제 없이 비리어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비리어드의 신독성 문제가 과장되고 있으며, 안전성 문제가 없기 때문에 바라크루드와 함께 1차 치료제로 권고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리얼라이프 데이터, 바라크루드 '자신만만'
리얼라이프 데이트는 치료제를 실제로 사용했을 때 얻어지는 결과물로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
이것을 고려하면 바라크루드는 6년간 한국에서 처방됐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한국 시장에 2012년 12월 출시된 비리어드는 리얼라이프 데이터가 없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바라크루드는 국내 환자들에게 초치료로 6년간 처방된 이후 누적 내성발현율은 1.2%밖에 보고되지 않았다. 그만큼 내성률에 있어서 안전성을 입증한 것.
반면, 2012년 12월 출시된 비리어드는 임상연구에서 '0%'의 내성발현율을 보였지만, 실제 임상에서도 그같은 효과가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세계적으로 비리어드에 대한 추가 내성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 내성환자에서의 단독요법 재조명 필요
현재 보험급여기준은 내성이 발생한 환자의 경우에만 다른 약제로의 전환 및 병용투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비리어드를 단독으로 처방했을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삭감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제픽스와 헵세라 내성환자, 바라크루드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지 않은 환자에게 비리어드 단독요법을 처방한 것인데 이에 대한 삭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대한간학회는 심사기준 개선을 위한 건의서를 심평원에 제출했으며, 현재 단독요법에 대한 불합리한 심사기준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에 있다. 최근 다양한 임상연구를 근거로 했을 때 병용요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단독요법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치료 환자에서는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는 모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이전에 다른 약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비리어드가 바라크루드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