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서울시공공보건의료지원단 '시립병원 종합개선 프로젝트' 추진
'공공·효율' 두 토끼 잡기 '딜레마'…의료 질 향상이 최우선 과제 진단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주관한 '서울시 공공의료 발전 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서울시는 '서울 시립병원, 종합개선 프로젝트'의 틀을 공개하고, 공공의료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정면으로 겨냥해 서둘러 마련한 것으로 시의성에서는 점수를 받았으나 연자 및 토론자를 구성하면서 무게 중심을 맞추지 못했고, 공공병원 경영진이 누락, 현장의 목소리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둘러싼 논쟁이 사회적·정치적 대립 양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 산하 13개 시립병원·25개 보건소·보건소 분원·도시 보건지소 등 공공 의료기관 종사자 500여명이 참석, 준비한 400부의 토론회 자료집이 금새 동이 날 정도로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축사를 통해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공공의료가 의료체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음에도 유독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존재가 미미하고, 미운 오리새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급기야 진주의료원 폐쇄와 같은 가당치도 않은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고 홍준표 지사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공공병원의 역할을 저소득층 진료에 국한하게 되면 공공의료의 역할을 올바로 정립할 수 없다"면서 "공공병원은 과잉 혹은 과소 진료가 아닌 환자에게 가장 알맞는 표준진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시립병원과 보건소가 질병 및 건강관리를 연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동민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공공의료를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준 홍준표 지사에게 감사패를 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공공의료를 경영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철학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건세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은 시립병원 혁신 슬로건으로 '최상의 의료를 시민에게'로 제시하고, ▲건강 안전망 강화(미충족 의료공급 강화·포괄적 건강관리 강화) ▲시민 안심의료 선도(시민안심 의료시스템 구축·인재 육성과 동기부여 강화) ▲병원 생산성 개선(책임경영 시스템 구축·혁신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제시했다. 이 단장은 서울시가 강화해야 할 미충족 의료영역을 노인·주산기·장애아동·정신건강·감염증·응급 및 재난 의료를 꼽은데 이어 시립병원의 기본의료 확충 지역으로 서북권(은평)과 서남권(양천)을 꼽았다.
이 단장은 미충족의료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시립병원내에 백세건강증진센터를 설치, 고령화로 인한 만성질환·치매 등을 적극 대처하는 방안을 비롯해 시립병원과 보건소간 연계를 통해 예방·사후관리 등 포괄적 건강관리사업도 제안했다.
시민안심의료시스템 구축방안으로는 환자권리 옴부즈만제도 도입을, 인재육성과 동기부여 강화 방안으로는 직영병원 전문의들의 급여수준을 높이고, 겸직 및 은퇴의사 확보·전공의 확보 여건 개선·공공아카데미 운영·서울시 베스트 닥터 제도 도입 등을 꼽았다.
이 단장은 이밖에 병원장 권한 강화·수가관리 표준화·직영병원의 책임운영기관 전환·직영병원 진료부 위상 강화 등 책임경영시스템 구축과 공공의료 혁신위원회 설립·병원경영혁신센터 설립·사립병원장 운영협의회 활성화·시립병원 명칭 개선·자원봉사자 통합관리지원센터 운영 등 혁신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공공병원의 바람직한 역할'을 통해 "공공병원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료의 질을 높여 지역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진료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불건강한 적자'와 '건강한 적자'를 구분한 경영수익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건강한 적자'는 재정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급 과잉상태에서 민간병원과 구분되지 않는 공공병원은 굳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며 "공공병원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 적자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되고, 지원을 받는 공공병원은 훨씬 더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공공병원 구성원 조차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과 역량이 취약한 만큼 구성원들의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 구축·주민 참여형 공공병원 운영위원회 구축·공공병원 운영 표준지침 마련·중앙 및 지방 정부의 관리 및 지원 역량 강화 등을 공공의료가 지향해야 역할로 제시하고, "시민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하고, 얼마나 자기 혁신을 하느냐에 공공병원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