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크리스토퍼 디에너 교수(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신경과)
60년 간 계속된 와파린의 독주가 끝나고 프라닥사를 포함한 새로운 항응고제(자렐토·엘리퀴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1월부터 보험 급여를 획득하며 본격적으로 처방이 시작된 프라닥사(성분명: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를 비롯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 처방 전략과 실제 임상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3월 29~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프라닥사 FOCUS-SPAF' 심포지엄에서는 프라닥사 및 항응고제를 사용함에 있어 고려되는 여러 가지 요인을 살펴보고, 와파린 요법과 신규 항응고제 요법 간의 처방 시 차이점에 관해 미국 및 유럽, 아시아의 저명한 의료진의 선험 사례들을 공유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독일 신경과학회장을 역임한 한스 크리스토퍼 디에너 교수(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신경과)를 만나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의 처방경험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Q. 프라닥사는 출혈이슈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제품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신약이 그렇듯 처음 출시돼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됐을 때, 이상반응이나 합병증이 나타나면 모두 보고를 하게 된다.
프라닥사의 경우 신약이기 때문에 증상이 나올 때 마다 계속 보고가 되고 있는데,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처방의들이 환자의 특성을 간과해 처방하거나, 허가사항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일본·독일·호주에서 보고된 사례들을 검토해 본 결과, 프라닥사로 인해 발생한 출혈은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이하로 매우 낮거나, 기존에 출혈 발생 경험이 있었거나, 매우 저체중인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미국 FDA는 프라닥사에 대한 사후보고 사례(출혈 경향성)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와파린 사용환자에서 프라닥사 사용환자 대비 두개내출혈과 위장관 출혈 발행위험이 약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FDA는 프라닥사를 치료 지침에 따라 올바르게 복용할 경우, 긍정적인 치료상의 혜택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재차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프라닥사의 뇌졸중 예방 효과와 안전성이 재입증 된 것이다.
Q. 프라닥사의 장점으로 허혈성 뇌졸중 예방 효능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또 허혈성 뇌졸중 예방효과가 왜 프라닥사에서만 나타나는가?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구분된다. 허혈성 뇌졸중은 혈전이 뇌 주변의 영역으로 흘러 들어가 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하는데, 전체 뇌졸중 가운데 92% 가량이 허혈성 뇌졸중으로 분류될 정도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허혈성 뇌졸중은 마비·언어장애·비가역적 신경손상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어 반드시 예방이 필요하다.
심방세동을 겪는 환자들은 허혈성 뇌졸중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데, 이는 심방세동으로 인해 심장 내 심방에서 생성된 혈전이 뇌혈관으로 곧장 흘러 들어가기 쉽기 때문이다.
심방세동 환자들은 허혈성 뇌졸중의 발병 위험성뿐 아니라 후유증에도 더 쉽게 노출된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군에서 허혈성 뇌줄중을 처음 겪은 환자 가운데 약 60% 가량이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심방세동을 경험한 환자들이 비 심방세동 환자들보다 허혈성 뇌졸중 재발을 더욱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프라닥사의 허혈성 뇌졸중 예방효과는 큰 의미를 갖는다. 프라닥사의 주 용량인 150mg은 와파린에 비해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을 25% 감소, 출혈성 뇌졸중 발생위험을 7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 가운데 프라닥사에서만 허혈성 뇌졸중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지에 대한 이유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른 치료제와의 기전의 차이일 수도 있고, 투여 용량에 따른 차이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Q. 프라닥사·자렐토·엘리퀴스는 효과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출시돼 있는 세 가지 신약 모두 와파린 대비 효과를 검토하는 랜드마크 임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RE-LY(프라닥사)와 ARISTOTLE(엘리퀴스)은 와파린 대비 우월한 효능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했고, ROCKET-AF(자렐토)는 와파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일단 세 가지 치료제 간에 아주 큰 차이를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딱 한 가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차이가 있다면 허혈성 뇌졸중 예방 효과일 것이다.
Q. 독일에서는 프라닥사는 고용량(150mg)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나?
독일에서는 신경과 전문의나 심장내과 전문의의 약 70%가 고용량을 사용하고, 30%가 저용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용량은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이하로 매우 낮거나, 기존에 출혈이 많았거나, 매우 저체중인 환자들에게서 주로 처방된다.
하지만 프라닥사 150mg이 효능 면에서 우월하고, 허혈성 뇌졸중을 줄여주는 유일한 치료제로 임상적 혜택이 매우 크므로 일반적으로 주력 용량인 150mg을 처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현재 150mg만 허가가 돼 있는 상태이다.
Q. 프라닥사 두 가지 용량을 각기 어떤 환자군에 처방하고 있는가? 처방 패턴을 소개해 달라.
간단하게 말해 프라닥사 150mg 1일 2회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크레아티닌 청소율이 30~50 사이 정도 되는 경우 ▲verapamil(부정맥 치료제)을 사용하는 경우 ▲하부 위장관 출혈이 있는 경우 ▲출혈을 이미 경험했던 경우에는 저용량인 110mg 1일 2회 요법을 사용하고 있다. 위의 네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프라닥사 150mg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임상적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Q. 임상시험에서 프라닥사가 다른 치료제 보다 투약 중단율이 좀 더 높게 나타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환자들에게 투약을 한 이후 중단율은 어떤가?
현재로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보통 질환이나 치료제에 상관없이 임상시험 시 치료의 중단율은 늘 20~35% 가량으로 집계된다. 이는 파킨슨·알츠하이머 등의 중증질환에서부터 두통 등 경증의 질환까지 모두 살펴보아도 비슷한 결과가 일관되게 나온다.
Q. 독일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기존에 와파린을 쓰던 환자들이 프라닥사와 같은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로 얼마나 전환을 하고 있나?
각 나라마다 다른 보험제도 등 외부적인 요인을 배제하고, 의료 전문가로서 임상적인 부분만을 고려해 말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나 처방을 받지 않고 있는 환자들부터 신규 치료제의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방세동 환자 가운데 약 40%가 와파린 사용을 두려워해 항응고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항응고제 요법을 통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환자들이다.
그리고, 심방세동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 가운데 약 30%는 와파린 대신 아스피린을 처방 받고 있다. 그런데 아스피린은 사실상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런 환자들 또한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를 통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와파린을 사용하고 있는 환자 가운데 약 50% 가량은 적절히 관리를 받고 있지 못해 INR 수치가 2~3 정도로 낮게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도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로 빨리 전환돼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따져보면, 전혀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약 40%의 환자, 와파린 대신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약 30%의 환자, 와파린으로도 적절히 관리되고 있지 못한 약 50%의 환자들은 프라닥사 등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면 심방세동을 겪고 있는 전체 환자 가운데 약 15% 가량이 남게 되는데, 이 15%는 와파린 처방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서 INR 수치가 잘 관리되고 있는 환자들로 와파린 요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다른 항응고제로 전환할 때 노하우가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와파린 등 VKA(비타민K 길항제)의 효과가 필요량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INR 수치를 모니터링 한다. INR 수치가 2.0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 프라닥사를 환자 별 권고 용량에 따라 투약하도록 한다.
그리고 비경구 항응고제(주사제)에서 프라닥사로 전환할 때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약제의 경우 사용하던 항응고제를 새로 투여하기 0~2시간 전에 프라닥사 투여를 한다. 또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약제의 경우 투여를 중단함과 동시에 프라닥사 투여를 시작하도록 한다.
Q. 아시아인에서의 프라닥사의 효과는?
프라닥사 처방과 관련해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시아인에게 더욱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심방세동 환자의 대규모 임상 연구인 프라닥사의 RE-LY 임상의 하위연구(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 비교 임상)에 따르면 와파린 사용 시 나타나는 여러 부작용 중 출혈 발생률은 아시아인이 비아시아인보다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 비아시아인보다 아시아인에게서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발생 위험을 더욱 현저하게 감소시켰으며, 대출혈(major bleeding) 및 전체출혈(total bleeding) 역시 유의미한 감소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이는 프라닥사가 아시아 환자들에게 더욱 큰 임상적 혜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Q. 프라닥사는 와파린보다 비싸다. 비용적 부분이 처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사실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효과와 안전성이 높은 치료제를 처방해야 차후에 의료적 노력과 비용(수술 및 투약)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다만, 신약이라는 점에서 비용적인 부분이 고려 요인이 될 수 있으나, 의학적 혜택 측면에서 봤을 때 비용 효과성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