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모 의협 이사,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 비판
"무리한 정책 추진 후유증, 공급자·가입자 몫 남겨질 것"
"VIP가 기침하면 정부와 공단, 심평원이 집단 폐렴에 걸린다는 것을 과거 여러사례를 통해 목격했다. 하지만 무리한 정책추진으로 인한 후유증을 감당하는 것은 언제나 공급자와 가입자의 몫이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정부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유승모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필수의료서비스 어디까지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릴레이 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소신을 밝혔다.
유 이사는 이날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이 그대로 국정과제로 이어진데 대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현실가능성을 봐야한다. 자기반성이나 잘못된 공약에 대한 방향 수정없이 무조건 추진하려는데 대해 우려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는 전문가 단체로서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의 목적과 목표가 불명확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 수정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약속을 지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는 잘못된 정책 추진으로 피해가 의료계는 물론, 국민모두에게 생채기를 남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켜질 수 없는 공약 때문에 발생할 문제들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면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책임자가 바뀌면 그만이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공급자와 가입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았던 정형선 교수 또한 '4대 중증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정부의 국정과제 자체만을 놓고 볼 땐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건강보험 지출증가율을 반영해 볼 때.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보장률(63%)를 유지하는데만 2014년 4조 1000억원, 2015년 8조 7000억원, 2016년 13조 7000억원, 2017년 19조 2000억원 등 박근혜 정부 임기동안 무려 45조 8000억원의 추가 소요액이 필요하며, 보장성을 70%로 올리자면 60조 9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됐다"면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자면 천문학적인 재정소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모든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자면 수백조원에 이르는 상상키 어려운 규모의 자금이 소요된다"면서 "무상의료·비급여항목 전면 급여화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시는 이런 공약이 나오지 말았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정형선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과제가 지향하는 바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로 볼 수 없는 항목과 비필수적인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급여화 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배제항목을 확인하고 나머지 항목을 목록화해 급여화 하되, 급여항목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현행부담률·50%·80% 등으로 다양화해 항목 확대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반면, 정부측은 정책과제 이행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현재룡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급여실장은 "비급여를 모두 급여로 한다는 것은 좀 무리한 것 같다"면서도 "비급여 가운데 의료적 중대성과 비용효과성·다른 수단과의 대체관계성 등을 기준으로 필수의료를 잘 골라내고 항목별 중요도에 따라 본인부담을 차등화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이 기회에 재정안정화 측면에서 현행 급여항목을 재검토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 실장은 "재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급여권 안에 들어와 있는 항목들에 대한 후속관리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라면서 "비용효과성을 기준으로 현행 급여항목 가운데서도 효과가 없는 것을 솎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며, 솔리리스 등 초고가 약제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아닌 별도의 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행위별 수가 하에서 많은 항목들이 추가되고 세분화되고 있어, 급여보장성을 아무리 논의해도 보장성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보장성을 늘리고 공급자도 자유로우려면 포괄수가제 안에 녹여서 가야한다.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비급여 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