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병원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 '공공의료 정상화 방안' 모색
건강보험 급여 만으로도 의료기관 정상 운영 여건 마련해야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21일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에서 열린 제4회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서 '건강한 적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과소계상된 건강보험 급여수가를 원가보존이 가능하도록 상향조정하되, 과다계상된 비급여수가를 급여화하고 수가를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이 동일 규모의 유사 민간병원과 동일한 진료비를 받았다면 각각 1280억원과 320억원의 의료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한 이 교수는 "개별병원 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이 액수만큼 국민의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라며 "이것이 공공병원의 본질적 역할이자 공공병원을 설립·운영하는 이유"라고 풀이했다.
이 교수는 "의료 공공성의 핵심은 취약계층 진료에 국한돼 있는 것이 아니라 질 높고, 친절하며 안전한 의료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건강보험 급여와 수가체계의 결함으로 인해 과잉진료와 비급여진료가 구조화된 현실에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공공병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의 경상운용비용을 충당하는 건강보험수입으로 공공보건의료사업과 자본투자비용까지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 현재의 수가구조에서는 수익성 위주의 진료가 불가피하고, 공공성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진단한 이 교수는 "건강보험급여 중심의 적정진료를 통해서도 의료기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과잉진료와 비급여진료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낮은 건강보험수가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공병원의 적자가 모두 건강한 적자는 아니다"면서 "내부의 비효율과 운영 능력·투명성 부족으로 인한 적자는 더욱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길원 충북의대 교수(의료관리학)도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체계 현황과 문제점'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1977년 관행수가의 45%(병원측 주장)∼75%(정부 발표) 수준에서 출발한 낮은 건강보험 급여수가와 진료과별 배분에 실패한 상대가치체계로 인해 급여서비스 제공량 증가와 비급여의 과도한 팽창이 일어나면서 의료비가 증가하고, 정부는 낮은 급여수가와 급여범위로 규제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공공병원은 비급여가 작다보니 낮은 급여수가를 보상할 기전이 없을 뿐 아니라 의료급여 환자 비율이 높고, 진료강도도 민간병원에 비해 낮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건강보험수가체의 문제점들이 공공병원에 더 심화돼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손영래 보건복지부 건강정보TF총괄팀장(국민행복의료총괄팀장)은 "신DRG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에 대해 적정수가를 지원함으로써 건강한 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의 질 저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의사수가와 병원수가를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손 팀장은 "병원의 근간은 질 높은 진료"라며 "조만간 공공의료과에서 지방의료원 육성대책을 통해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과의 연계와 발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박유미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서울시에서 연간 1200억원 가량을 시립병원에 보조하고 있고, 민간 위탁에 약 58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립병원들이 시민이 참여하고, 환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 위탁병원인 보라매병원의 공공의료에 대한 성과와 역할론에 무게가 실리렸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의료의 질 향상과 공공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보라매병원을 비롯한 질 향상 선도병원에 대해 행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사업비와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보라매병원·공공병원 등이 시민·환자단체와 힘을 모아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협력해야만 공공병원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며 연대와 협력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중심의 평가영역과 기준을 마련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강화함으로써 시민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과 시민에게 신뢰받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