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희 지음/애니빅 펴냄/1만 5000원
병원집 아이였던 그는 어릴적 놀던 곳도 진료실이었다. 서울에서 의대를 다닐 때는 방학에 집에 내려오면 동네공의이던 선친께서 시체를 검안할 일이 생기면 조수로 따라나서기도 했다. 1972년 의사면허를 받고 전공의와 군복무를 마치고 중앙의대에 들어온지 33년. 의사·환자·질병으로 얽히고설킨 의료 현장에서 '잊지 못할 환자들'과 '잊혀질 수 없는 환자'들은 항상 가슴 한켠을 채운다. 의사로서 지낸 40년 세월속에 정년을 맞는 지금 환자와의 추억은 그렇게 스멀스멀 되살아난다.
유석희 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내과)가 <기억 속의 환자들>을 펴냈다.
환자와의 사연은 길고 많다.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들이다. 요즈음 같으면 문제도 되지 않았을 일들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어쩔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일도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의학교육을 받고 1970년대 초반부터 의사로 살아오며 겪은 환자들의 이야기는 저자의 자전적 역사일뿐만아니라 국내 임상의학이 지나온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환자와의 인연을 풀어놓으며 관계된 질환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101가지 이야기속에는 삶의 애환이, 가슴저림이, 환자에 대한 사랑이 소중한 기억속에 담겨 있다.
▲인턴 생활의 시작 ▲내과 전공의 시절 ▲무의촌 파견 근무와 이후 ▲군의관 시절 ▲주니어 스태프 시절 ▲본격적인 신장내과 전문의로 등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연대순으로 구성돼 있지만 오랜시간을 함께 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진다.
권성원 차의과학대학교 석좌교수(강남차병원 비뇨기과)는 추천사에서 "인술이란 말이 점점 퇴색돼 가는 요즘 현실에서 이 책은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이제 갓 의사의 길에 들어선 젊은의사들에게 사람 냄새나는 의사로서 거듭나게 할 것"이라며 "따끈따끈하고 몰랑몰랑한 순두부 같은, 언제나 한결같이 구수한 누룽지 같은 글들로 인해 수필로 쓴 의학교재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저자는 여행과 등산을 좋아한다. 독서를 즐겨하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의사수필가 모임인 '수석회' 활동을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사회봉사와 참여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와함께 대한의사협회 공제회 배상공제심사위원장을 2002년 출범부터 맡고 있고 서울고등법원 조정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삶의 지혜, 환자에 대한 긍휼함이 가득 퍼져 있다(☎ 02-2164-3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