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의협회관에서..."우린 노예가 아니다"
우려와 달리 대표자 대거 참석, 민초회원도 '열기'
대한민국 의사들에게 자행되는 무차별적인 의권·인권 탄압에 대한 저항의 함성이 대한의사협회에서 울려 퍼진다. 의협은 오늘(7일·토) 오후 5시부터 협회 회관 3층 회의실에서 '의사 인권탄압 중단 촉구 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결의대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시행으로 촉발된 의사의 자율권 박탈에 항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열린 대표자대회에 이어 현 의협 집행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열리는 대회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해 말 토요휴무 투쟁 이후 대정부 협상 무드로 인해 소강상태에 접어든 투쟁의 열기를 재 점화하는 기폭제는 물론, 투쟁의 목적과 방법을 구체화하고 대외에 선포하는 상징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의협의 투쟁이 소신진료를 가로막는 정부의 관료주의적 행태를 비판하고, 모순된 의료제도의 근본적 원인인 건정심의 구조 개혁을 위한 것이었다면, 오늘 결의대회 이후의 투쟁 방향은 '의사 인권'에 초점을 맞춰 '면허 수호'라는 방법론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단순 성추행만으로도 형벌과 함께 의료기관 개업·취업이 10년간이나 정지되고, 원칙 없이 남발되는 건보공단의 수진자 조회로 인해 언제든지 면허가 정지·취소 될 수 있는 현실은 의사들이 전문가적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여지를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금품 수수행위까지 면허정지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정부에 약 8000명의 의사들이 망연자실해 있는 상황이다.
오늘 결의대회와 관련해 노환규 의협 회장은 "현재 의사들은 국민이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의사에게 생명과 같은 의사면허 자격정지를 비롯한 과도한 행정처분을 남발해 의사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신들의 책임과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만 돌린다면, 의사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의사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노예가 아니다"라며 "이번 결의대회에서 정부에 주는 경고는 단순한 경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오늘 대회에는 일부 의료계 지도자들의 불참 의사표시로 대회의 규모와 의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각 시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들)를 제외한 대부분 의료계 대표자들은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이 참석 의사를 밝혔으며, 시도의사회장들의 경우 총 16명 중 12명이 참석할 에정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등 직역 단체장들과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을 비롯한 각 과 개원의사회 대표들도 대부분 참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민초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줄 이을 것으로 보여 결의대회의 열기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