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정부 투쟁' 전환...비상위 구성키로

의협 '대정부 투쟁' 전환...비상위 구성키로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3.09.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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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대표자들 7일 '의권탄압 중단 촉구' 결의대회
리베이트 쌍벌제 소급처벌·도가니법·수진자 조회 '중단' 요구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대표자들이 7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리베이트쌍벌제 소급적용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전국의 의사대표자들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정부의 의권 탄압 정책을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결의대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의사대표자들은 7일 오후 5시 '의사 인권탄압 중단 촉구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고 ▲리베이트 쌍벌제 소급적용 중단 ▲의사를 성범죄자 취급하는 도가니법 개정 ▲의사를 도둑놈 취급하는 수진조회 중단 등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미래먹거리가 보건의료산업에 달려있다고 하면서도 보건의료산업 종사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인권이 탄압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결의했다.

의협은 9월 중에 전국의사대표자들의 대정부 투쟁 결의를 실행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구체적인 투쟁방안과 실행계획안을 도출키로 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최근 행정법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리베이트에 대해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관련 행정처분을 전담하는 부서의 신설을 요청했다"며 "이같은 보건복지부의 움직임은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8000여명의 개원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행할 의지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법을 소급적용해 처벌을 강행하겠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의사처벌 전담 부서를 추진했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크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의사에 대한 인권 탄압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최근 5년 동안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2458명에 달한다"고 설명한 노 회장은 "8000여명 의사들에게 행정처분이 내려진다면 1∼2년 사이에 우리나라 의사의 10%에 달하는 1만명 이상의 의사들이 면허정지를 당하는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든 의료인들이 경찰서를 방문, 성범죄 경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받아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가니법)과 의료법 위반의 처벌에 공소시효를 두고 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노 회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해 주지 않고 있다"며 "의사에 대한 역차별을 중단하지 않으면 정부와 의료계간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이 떠 안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정부가 기어이 리베이트 쌍벌제를 소급적용할 것이라면 의협 회장의 의사면허증부터 가장 먼저 걷어가야 할 것"이라며 의사 역차별 정책과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훼손하는 정책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의료 악법을 바꾸기 위한 투쟁의 상황을 언제까지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냐"고 반문한 노 회장은 "고귀한 의료의 가치와 존중받아야 할 면허의 가치를 협회와 대표자들이 먼저 앞장서 10만 전체 의사회원들이 힘을 모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방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과 김경수 부산시의사회장을 비롯한 의료계 주요 지도자들은 "의사에게 면허는 긍지이자 자존심이며, 생명"이라며 "전문가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상황에서는 더 이상 의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밝힌 뒤 "한마음으로 단결해 잘못된 제도개선을 촉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문배 대한전공의협의회장도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이 인간의로서의 기본권을 보장받아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구호나 울분으로는 의료를 둘러싼 환경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밝힌 뒤 "의사로서의 본질적인 존재가치를 스스로 지키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결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며 의사로서의 본질적 가치에 방점을 찍었다. 정영기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도 "의사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를 훼손하는 일에 결연히 일어나야 한다"며 가치를 위한 행동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의협 회장과 집행부의 솔선수범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은 "시도의사회와 대의원회를 비롯한 의료계 여러 조직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동의와 협조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효율적인 투쟁을 이끌 수 없다"며 "회장과 집행부가 앞장서고, 회원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일부 회원들은 정부의 의사 탄압정책에 정면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집회와 총파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투쟁 국면 전환을 위한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한 지역 대표자는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지 말고 전면 거부 선언을 해야 한다"며 "당장 의약분업 거부 투쟁부터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강청희 의협 총무이사는 "범의료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투쟁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방상혁 의협 기획이사는 "단순히 투쟁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투쟁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대정부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정부의 의사 인권탄압에 맞서 투쟁키로 의견을 모았다. ⓒ의협신문 김선경

■ 전국의사대표자대회 '비대위' 투쟁 전환 이유는?
리베이트쌍벌제 이전의 금품 수수에 대한 법원 판결과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벌 움직임이 도화선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에 리베이트 수수 혐의가 있는 4명의 개원의사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 이에 불복해 행정처분 무효화 소송을 제기한 개원의사들에게 행정법원은 쌍벌제 시행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도 처방의 대가로 돈을 받은 정황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른 행정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로 사실상 리베이트 쌍벌제를 소급적용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안전행정부에 리베이트 관련 전담부서 신설을 요청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약 8000여명의 개원의사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전담부서 신설을 요청한 것은 이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급적용을 적용해 처벌을 한 것도 충격적인데 의사를 처벌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보건복지부의 행태에 공분하고 있다.

의협의 배신감은 더 크다. 의협은 지난 2월 일부 회원들의 반발을 무릅쓴 채 정부의 의약품 유통 선진화 노력에 동참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 의약품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했다.

하지만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까지 소급적용을 통해 죄를 묻고, 과도한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가혹한 처벌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범위를 확대하고, 정상적인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까지 불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까지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가 자신들의 책임에는 침묵한 채 의사들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은 비겁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하다"고 지적한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에 귀를 닫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과 책임 전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도가니법의 경우 10만명의 의사들과 20만명의 간호사들에게 경찰서를 방문해 성범죄 경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의료인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물론 인권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인격적인 모독을 주는 과도한 법안이 법조인이나 공무원들은 제외한 채 유일하게 의료인들에게만 차별해서 적용함으로써 인권은 물론 법적 형평성의 문제까지 지적되고 있다.

의료법 위반을 처벌하는데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있다는 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살인을 저지른 자도 15년의 공소시효를 두고 있는데 의료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공소시효가 없다.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반발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집단적 저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확대 시행으로 촉발된 의사의 자율권 박탈에 항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열린 대표자대회에 이어 현 의협 집행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열린 대회.

전국의 의사대표자들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의대회를 연 배경에는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는 정부의 전봇대 규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저수가·저급여의 악순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순된 의료제도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전문가단체의 자각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사 사회 전반에 적지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결의대회는 단순한 성추행만으로도 형벌과 함께 의료기관 개업과 취업을 10년간 정지하는 가혹한 처벌과 원칙없이 남발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 조회로 인해 언제든지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암울한 현실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갑'의 위치에 있는 정부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의 금품 수수까지 면허정지를 내리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의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현재 의사들은 국민이 마땅히 가져야 할 기본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의사에게 생명과 같은 의사면허 자격정지를 비롯한 과도한 행정처분을 남발해 의사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들의 책임과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모든 책임을 의사들에게만 돌린다면, 의사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노 회장은 "의사는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 노예가 아니다"면서 "이번 결의대회에서 정부에 주는 경고는 단순한 경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경우 2000년 의료대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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