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재발환자에 '레블리미드' 효과 우수"

"다발골수종 재발환자에 '레블리미드' 효과 우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3.10.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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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한국에서의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을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는 레블리미드(성분명:레날리도마이드)의 등록임상 연구(MM-090, MM-010)에 참여했던 환자들 보다 이전에 매우 많은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적이 우수하게 나타나 레블리미드의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국내에서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약 20개 병원 110명의 재발성 및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김기현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를 만나 연구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레블리미드의 등록임상연구와 어떤 점이 다른가?
레블리미드의 등록임상인 'MM-090', 'MM-010' 연구는 2007년도에 발표됐는데, 이 때 등록 임상시험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환자들은 기존 치료제인 벨케이드(성분명:보르테조밉)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벨케이드가 사용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는 벨케이드 등 다발골수종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 즉, 다른 치료제를 복용한 후 재발성·불응성을 보인 환자들이 참여했다.

외국의 데이터들은 치료가 일찍 시작 된, 그리고 질환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환자들에게 치료제(레블리미드)가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는 치료를 많이 받은 환자들(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제의 효과가 유효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기존 치료제에 대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전체 반응률(ORR),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OS), 진행까지의 시간 중앙값(TTP) 등이 짧은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Q.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였다는 점이다. 90% 이상이 벨케이드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률이 43.7%로 나타난 점은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진행까지의 시간 중앙값이 8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도 23개월로 나타났는데, 질환이 많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치료제 효과가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와 탈리도마이드(성분명:탈리도마이드) 등의 기존 치료제에 실패한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6개월 정도임을 고려하면 23개월이라는 수치는 의미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제의 직접적인 효과인지, 아니면 간접적인 효과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지만, 질환이 많이 진행된 환자들도 생존기간을 상당히 연장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Q. 반응률 43.7%가 갖는 의미는?
반응이 있어야 환자 증상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반응률은 치료의 지표이다. 고형암의 경우 항암치료 후 1년 생존하고 반응률이 30~40% 정도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는 진단 후 레블리미드 치료까지 3.1년 이상 지난 환자들에게도 43.7% 반응률이 나왔다. 이는 많은 환자들이 치료제에 반응하고 그 이후 2년 더 살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다발골수종은 어떤 질환이고, 환자들에게 지금까지 어떠한 치료제가 사용됐나?
다발골수종은 희귀 질환으로 분류되는 혈액암으로, 항체를 생성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림프구에서 계속 분화가 된 최종 단계의 세포) 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엄밀히 말하면 형질세포 종양이 돼야 하는데, 처음 이 질환을 기술할 때 '골수에 있으면서 뼈를 녹이는 증상'으로 기술이 되다 보니, 골수종이 된 것이다.

70~80%의 환자는 뼈가 녹아 잘 부러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빈혈 증상이 생긴다. 과거 항암치료가 불가능 하던 때는 1년 내에 사망하던 질환이다. 60년대 멜팔란으로 항암 치료가 시작된 이후 30~40년간 멜팔란 보다 더 좋은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골수이식이 시행되고, 벨케이드·탈리도마이드 등 다발골수종 치료제가 개발 되면서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2년에서 5년으로 증가했다.

백혈병이나 림프종은 일부 완치가 되지만, 다발골수종처럼 완치가 안 되는 암이 이렇게 몇 년 이상 생존기간이 증가한 예가 별로 없다. 하지만 미국·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같은 치료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험급여기준 때문에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보험급여 혜택을 못받는 대표적인 치료제가 레블리미드이다. 벨케이드는 미국·유럽에서 사용된 후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기까지 약 1~2년 정도 소요됐는데, 레블리미드는 2009년도에 허가가 났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Q. 다발골수종의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은?
다발골수종으로 진단을 받으면, 65세 이상 혹은 자가골수이식이 어려운 경우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예전에는 멜팔란과 프레드니손을 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벨케이드 혹은 탈리도마이드로 치료를 한다. 65세 미만 혹은 환자 건강상태가 양호하면 유도요법 후 자가골수이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발했을 때 외국은 레블리미드·벨케이드·탈리도마이드 중 1~2개를 골라서 치료하는데, 우리나라는 레블리미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또 벨케이드나 탈리도마이드는 신경병증 부작용이 있었던 환자들에게는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벨케이드나 탈리도마이드로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은 다음 단계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레블리미드지만 보험급여 문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예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현재로서는 레블리미드를 쓰면 좋지만 어쩔 수 없이 벨케이드나 탈리도마이드를 조심하면서 쓸 수 밖에 없다.

대한혈액학회에서 지난해 봄에 재발성 다발골수종 환자들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암환자 치료 가이드라인인 'NCCN'과 국내 보험급여 상황을 고려해 만들었다.

Q. 기존 치료제들의 특징이나 장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벨케이드는 효과가 굉장히 빨리 나타나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신경부작용이 많이 나타난다는 점과 주사제라는 것이 단점인데, 최근에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허가를 받는 등 많이 개선됐다.

레블리미드와 탈리도마이드는 같은 계열의 치료제인데, 레블리미드가 더 개선된 치료제다. 탈리도마이드에 효과가 없는 환자 중에 레블리미드에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고, 부작용도 서로 다르다. 탈리도마이드의 부작용은 신경부작용·졸림·어지럼증이지만, 레블리미드에는 그런 부작용은 없다.

벨케이드 치료 중 신경부작용이 생긴 환자들은 탈리도마이드를 쓰기 어렵다. 그런 환자는 바로 레블리미드를 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보험급여문제로 처방하기 어렵다. 레블리미드와 벨케이드, 두 가지 치료제는 상호 배타적인 약이 아니어서 약을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졸린자(성분명:보리노스타트)라는 치료제가 임상시험중에 있는데, 이 치료제는 벨케이드와 병용요법으로 쓰면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포말리도마이드'·'카필조밉'이라는 신약이 외국에서는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레블리미드도 보험급여가 안된 실정이라 2가지 신약의 사용은 요원하다.

Q. 2011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레블리미드의 원발성 악성종양(SPM) 발생 가능성에 대해 안전성 서한을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배경은?
2차 암은 다발골수종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항암제, 방사성 치료 자체가 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환자들이 2차 암이 발생하기 전에 사망해 2차 암 발생 빈도가 낮았지만, 지금은 생존 기간이 늘어나 2차 암 발생 빈도가 증가했다.

예를들어 레블리미드가 전체 생존율을 '10' 증가시킨다고 보면, 2차 암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는 '0.5'나 '1'정도이다. 레블리미드가 사용으로 인한 2차 암 발생률 증가보다, 치료로 인한 혜택이 더 많다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올해 12월 미국 혈액학회에서 레블리미드 1차 치료제 임상연구 중간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MM-020' 연구는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로 우리나라 환자들도 포함돼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

Q. 레블리미드 보험급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레블리미드는 미국에서는 2006년, 유럽에서는 2007년도에 허가를 받아 곧바로 치료에 사용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10년 정도가 늦어지고 있다. 외국에 비해 치료제 사용이 9~10년이나 늦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국가에서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한다면, 국민들의 삶의 질도 좋아지고 생명 연장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연간 1000명 정도 발생한다. 혈액암 중에서는 환자수가 3번째로 많고, 10년 사이에 환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하루빨리 좋은 치료제가 보험급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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