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정말인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게 정말인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12.06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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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병원장들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 충격
노환규 회장 지역순회 이틀째, 창원서 거리시위

 ▲노환규 의협 회장(가운데)과 박양동 경상남도의사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창원 시내에서 원격진료, 영리병원 반대를 위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의협신문 이석영

의료계 대정부 투쟁을 이끌고 있는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의협 비대위원장)의 전국 순회 행보가 부산과 창원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노 회장은 4일 고신대복음병원·동아대병원·부산대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 등 부산지역 대학병원을 방문한데 이어, 이튿날인 5일에도 양산부산대병원·삼성창원병원·경상대병원을 찾아 병원장 등 보직자들과 전공의들을 만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이날 양산부산대병원 성시찬 원장과 김건일 기획실장, 삼성창원병원 김성록 진료부원장, 경상대병원 장세호 병원장과 잇따라 만나 정부가 강행 추진하는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 투쟁의 시급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노 회장은 "공정하지 못한 의료체계로 인해 많은 의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모 대학병원에서는 교수들에게 1인당 매출을10%씩 올리라는 공문을 보낼 정도로 의대 교수들도 힘든 상황"이라며 "1~2차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빅5 병원을 제외한 대형병원들까지 매우 어려운 처지"라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과 박양동 회장이 차량 이동 중 투쟁과 관련해 의논하고 있다. 

이어 "모든 것은 원가의 75%에도 못미치는 살인적인 저수가 때문"이라며 "이번 원격의료·영리병원 저지투쟁은 '저수가'라는 우리나라 건보제도의 근원적인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일차적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원격의료, 영리병원 저지를 위한 의사들의 동력을 끌어올려, 이를 바탕으로 왜곡된 의료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관치의료 종식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 회장은 "원격의료와 영리병원은 의료의 기본틀을 뒤흔드는 제도"라고 지적하고 "의료의 질과 환자를 위한 목소리를 병원계에서 적극적으로 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대체조제 및 성분명처방 활성화 정책 방향에 대한 위기 상황도 환기시켰다. 노 회장은 "보건복지부 차관이 국정감사에서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성분명처방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체조제 인센티브..."의약분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병원 임원들은 특히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도가 최근 시행됐다는 사실에 놀라워 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약사가 처방약을 저가약으로 대체 조제한 경우 건강보험재정에서 약가 차액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약사에게 장려금(인센티브)으로 지급토록 하는 보건복지부 시행령이 시행됐다는 설명을 노 회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크게 우려했다.

 ▲성시찬 양산부산대병원장

성시찬 양산부산대병원은 "이건 앞으로 약사들한테 대체조제 열심히 하라는 얘기가 아닌가?"라며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되면 의약분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정말 엉망진창으로 만들려 하나?"고 성토했다.

경상대병원 윤철호 기획처장도 "전혀 몰랐던 제도"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세호 경상대병원장은 "의사들이 힘이 없어서인가…"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정부의 선택진료비 폐지 방침에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노 회장은 "선택진료비에 대한 의협의 입장은 정상적인 진료에 대한 손실 보전을 위한 선택진료비는 반대하되, 우선 수가를 현실화한 뒤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일부 언론에서 의협이 선택진료비 폐지에 찬성했다는 보도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정부 투쟁에 대한 적극적인 성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성시찬 양산부산대병원장은 "의협 회장님이 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수술을 마치자 마자 올라왔다. 전국을 순방하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정성이 대단하시다. 회장이 이렇게 직접 다니시는걸 보니 눈물겹다"고 말했다.

성 원장은 "미리 알았으면 전공의들 모아서 회장님 강연을 듣게 했을 것"이라며 "젊은 의사들이 의료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일 기획실장도 "노 회장 말씀에 100% 공감한다. 의협이 노 회장님 이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있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돕겠다"고 말했다.

 ▲경상대병원 전공의들이 노환규 회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석영

전공의들 "우리도 투쟁에 나서고 싶습니다"

노 회장과 만난 전공의들은 현 의료계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의협의 대정부 투쟁에 동참 의지가 있으나 현실의 두터운 장벽에 안타까워 했다.

노 회장은 양산부산대병원과 경상대병원 전공의들과 만난 자리에서 "왜 의사들이 환자로부터 비난 받는가?"라며 묻고 "모든 근본적 원인은 왜곡된 수가체계를 낳는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얼마전 병원에서 뇌 MRI 촬영을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어 120만원 전액을 지불했다. 건보공단 부담은 한 푼도 없었다. 그런데 환자들은 거액의 검사비에 대해 의사를 비난하지 건보공단을 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이 선택진료비 등 각종 비급여 항목으로 적자를 보전하고 있는 것은 원가의 75%에 불과한 저수가 때문인데, 정작 저수가를 만든 건보공단은 뒤에 숨어 있고, 대신 의사들이 악역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가협상은 말이 협상이지 의사에겐 협상을 거부할 권리가 없고, 심지어 협상이 결렬되면 패널티를 받아 수가가 깎인다"며 "노예제도와 뭐가 다른가?"라고 물었다.

 ▲허재형 전공의

이어 "전 세계 모든 노예제도는 노예들의 투쟁을 통해서 폐지됐다"며 "이번 의료계의 투쟁은 젊은 의사들을 위한 것이다. 지금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10~10년간 현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의 폐해,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의 부당성, 정부의 PA 양성화 제도 도입 계획 등을 전하며 위기의식을 함께 가질 것을 당부했다.

노 회장을 설명을 들은 경상대병원 내과 3년차 허재형 전공의는 "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란걸 깨닫게 됐다"며 "진료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의료행정을 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절감한다"고 말했다.

허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참여 의지는 있으나 당장의 현실이 어렵다. 의협에서 힘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창원시내 피켓 시위 "국민을 위한 싸움입니다"

이날 노 회장과 일정을 함께 소화한 박양동 경상남도의사회장은 "영리병원은 의약분업과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의료가 전반적으로 중앙집중화돼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며 "이 상태를 더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양동 경상남도의사회장

박 회장은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정부 계획에 따르면 원격의료 대상은 국민의 5분의 1, 전체 환자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전국에 8800개의 원격진료 센터를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과 박 회장은 오후 5시부터 창원시청 사거리에서 창원시의사회 소속 회원들과 함께 원격의료·영리병원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노 회장은 피켓시위를 마친 뒤 창원 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제 13회 창원 의사가족의 밤 행사에도 참석, 회원들을 격려하고 오는 15일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의사결의대회 참여를 호소했다.  

지난 4일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의사들의 행진'을 시작한 노 회장은 부산과 창원 지역 방문에 이어 6일에는 경북대학교병원과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영남대학교병원,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등 경북지역 순회에 나선다.

 ⓒ의협신문 이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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