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개병원만 친환경병원 확산에 동참…더 많은 참여 요구
한국,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병원 공기감염 고려한 건축 필요
세계적으로 친환경병원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브란스병원 등 10개의 병원만 의료분야 환경경영 확산에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참여확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친환경병원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지만, 친환경 건축에 대한 개념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배려형 병원'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어 의료기관의 친환경병원에 대한 개념도 재정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병원을 위해 에너지절감과 환경배려형 건축도 중요하지만, 병원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26일 오후 1시부터 연세대의료원에서 열린 '2013년 한국친환경병원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친환경병원 연구동향과 각종 사례들이 소개됐는데, ▲친환경병원 국내외동향 및 추진방향(임현정 환경경제실장·한국환경산업기술원) ▲친환경병원 건축물 및 구현기술 고찰(이승민 박사·삼성물산) ▲병원내 공기매개 감염의 예방(김영삼 교수·연세의대) ▲친환경 건출물 인증제도의 현황과 전망(왕정준 부원장·한국환경건축연구원) 등의 내용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먼저 임현정 환경경제실장은 "병원은 일반 상업용 건물의 2배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에너지 집약적인 분야이며, 의료폐기물 관리 부실 등의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병원은 국민 건강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유해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친환경병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2009년부터 보건·의료, 공공행정, 교육, 숙박분야의 환경경영 확산 필요성이 검토된 이후 세브란스병원·경북대병원·건양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서울재활병원 등 10곳의 병원이 2012년 환경경영 확산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10곳의 병원은 환경오염물질 관리, 용수관리, 에너지 온실가스, 친환경 공간조성, 친환경 의료서비스, 친환경제품 구매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차원에서는 지속적인 녹색경영 이행을 위한 글로벌 녹색병원(GGHH) 네트워크 가입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친환경병원 국내외 동향에 대한 소개가 있은 후에는 친환경병원에 대한 도입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에너지절감과 환경배려형 병원 건립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왕정준 부원장은 "저탄소 녹색성장법 시행 및 에너지관리 규제에 따라 병원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며 "최근 녹색경영, 그린호스피탈 등의 친환경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경영은 에너지 절감, 그린호스피탈은 환경배려형 병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실정이며, 제대로된 친환경병원을 구현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숫자가 극히 적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왕정준 부원장에 따르면 선진국 의료기관들은 1992년 브라질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후 녹색 의료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025년까지 제로 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하기 위해 인증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친환경제도인 LEED에서 인센티브 제도로 인증을 유도한 결과 병원 건물 인증이 증가추세에 있다.
또 일본은 각종 보조금 및 저책자금 지원을 통해 고효율 에너지 건물의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고효율 건물에너지시스템 도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에너지소비를 20% 줄이는 내용의 에너지효율지침을 채택해 건물 매매 시 에너지효율인증서를 의무적으로 제시토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2월부터 녹색건축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선진국들과 비교해 친환경병원 실현을 위한 노력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왕정준 부원장은 "녹색건축 인증제도는 공공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 숙박시설, 복합건축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으며, 병원건물은 그밖의 건축물로 분류돼 있어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자 전염 예방, 냉난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스템, 1인실 병실의 증가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 의료 기능을 위한 높은 조명 수준, 모든 입원실의 연중 24시간 운영 등 특수성을 고려해 병원은 별도의 평가프로그램을 만들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삼 교수는 친환경병원을 구축할 때 병원 내 공기매개 감염의 예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공기감염 질환이 출연해 집단발생과 사망이 늘고 있으며, 최신 병원들도 공기감염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감염의 위험에서 안전한 병원이 친환경병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기감염은 병원내에서의 원인균에 의한 감염도 있지만 최근에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원인균에 의한 감염도 크게 증가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공기감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표준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신동천 한국친환경병원학회장(연세의대 교수)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문제가 국내외적으로 발생되고, 이와 관련된 부작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의료계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동참하고 있다"며 "앞으로 학회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통해 의료기관들이 친환경 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