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협 대한간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소화기내과)
대한간학회가 2015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1981년 설립된 '한국간연구회'를 근간으로 1995년 정식으로 대한간학회로 출범하면서 우리나라 간질환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하는 학술단체로 성장해 왔다.
현재는 회원이 1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며, 내과·외과·영상의학과·병리과·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명실상부한 간담도질환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통과 저력을 가진 학회로 거듭 성장하고 있다.
최근 제11대 대한간학회 이사장직을 맡게된 한광협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를 만나 성년을 맞이하는 대한간학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그리고 국민들과 소통은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들어봤다.<편집자주>
Q. 2015년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있다.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학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익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연구지원을 해야 하고, 회원 간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앞으로 기존의 학술 및 연구지원을 더욱 강화하고 더 좋은 지원시스템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
또 학회의 문호를 개방하고 젊은 후학자 양성에 힘을 써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학회가 되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 특히 학회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학회가 주관하는 학술대회가 명실공히 성공적인 국제대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국제화를 선도하는 학회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간질환 환자를 위한 사회적 책무수행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국가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간 분야 관련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제도 개선과 대국민 교육 및 홍보에 노력하겠다.
올해 6월에는 제주도에서 춘계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그동안 간 내과 중심으로 진행됐던 학술대회를 간담췌외과학회·간이식연구회 등과 공동으로 준비해 간과 관련된 분야의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최신지견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것이 바로 '융합'이라고 생각한다.
Q. 학회의 내실을 다지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이해해도 되나?
그렇다. 학회는 회원들이 학술적인 교류를 잘 할 수 있도록 가교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술행사를 제대로 준비해야 하고, 회원들이 연구성과가 반영되는 학술지도 좀 더 발전시켜야 한다.
앞으로 대한간학회 학술대회는 외국의 저명한 연자들을 대거 초청해 국제학술대회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또 회원 개개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며, 소규모 연구회를 활성화시켜 학술적인 부분에 관심있는 그룹을 한 곳으로 모으도록 할 것이다.
많은 회원들이 시간적·공간적 제약때문에 학술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결과나, 심포지엄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울러 20주년을 맞이해 대한간학회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점검해볼 계획이다.
패러다임의 변화도 시도할 생각이다. 한 예로 미국이나 유럽간학회가 잘 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하고, 초록접수도 오프라인으로만 접수를 받는 것이 이나라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고, 회원들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학술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
Q. '간의 날'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하지만 최근에는 캠페인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동안 대한간학회는 간질환 사망률을 낮추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간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캠페인을 실천하면서 간질환 예방과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기도 했으나 요즘엔 중요성이 낮아진 것 같다.
지금도 간질환에 대한 예방가 치료가 늦어져 고생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따라서 '건전음주 캠페인' 등을 통해 간질환의 중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Q. 전임 집행부에서 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을 많이 했다.어떻게 계승·발전시킬 생각인가?
먼저 전임 집행부에서는 간질환 분야 전반을 다룬 백서를 발간하기 위해 준비했다. 조만간 발간되면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으로 전임 집행부는 C형간염 가이드라인, B형간염 가이드라인,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 등을 개정했다.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은 다른 학회보다 선제적으로 제시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임기동안 가이드라인만 전문적으로 고민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수시로 개정작업을 위한 노력하겠다.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많은 변화를 잘 반영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진료지침은 획일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것으로, 의사들이 양질의 의료를 펼치는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수시로 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 개정됐는데, 업데이트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다보니 신선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가이드라인이 진료현장이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신지견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Q. 리베이트 쌍벌제 때문에 학회와 제약회사 간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어떻게 관계정립을 해나갈 것인가?
학회와 제약회사, 그리고 의사의 관계는 가깝고도 멀다. 앞으로 건전한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과거에 불건전한 만남만 있었다는 것이 이니다.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학회와 제약회사 간 투명한 만남을 활성화시키고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불건전한 리베이트 관행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없애고 건전한 만남을 통해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학회에서 연구지원을 활성화 한다고 했다.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대한간학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젊은 의사들에 대한 지원사업이다. 학회는 최신지견 공유뿐만 아니라 후학들을 길러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공부를 하고 싶어할 때 더 많은 지원을 해줄 계획인데, 앞으로 연구활동을 원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더 많이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 학회의 지원을 줄이다보니 우물안 개구리 신세가 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외 논문 발표실적이 상당히 증가했으며, 국제적 위상도 일본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Q. 가이드라인과 급여심사기준이 충돌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어떻게 개선해 나갈 생각인가?
최근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심사기준을 많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헌에 대해 존중해주고 심사기준에 반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임상현장과 심사기준과의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회에서 신속하게 심사평가원과 논의를 해 재검토 할 계획이다. 이같은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의료정책이사'를 새롭게 뒀다.
이밖에 각종 이슈가 발생했을 때, 보건복지부·심사평가원·질병관리본부 등 유관단체들과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개선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환자를 위해 무엇이 가장 옳은 선택인지 학회 차원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관련단체들이 모여서 해결점을 찾게 할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외 의료환경이 갈수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변화하는 사회에서 세계로 우뚝 서는 학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해 열린 마음과 회원과의 소통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 나갈 생각이다. 지도자는 '지도'와 '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전임 지도자들이 길을 찾는데 사용한 '지도'와 '자'를 참고해 앞으로도 대한간학회가 바르게 가야할 길을 회원들과 함께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