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회장, "폐지결정했으면 효력중단해야 혼란없어"
폐지 전 시장 혼란 우려 제약계 목소리 반영한 듯
이경호 한국제약협회장이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결정 이후 실제로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현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먼저 폐지하고 새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자는 '선폐지, 후 대안 마련' 의견을 24일 밝혔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 결정 이후 제도가 바뀌기 전에 제약사들을 압박해 인센티브를 가능하면 많이 챙기려는 의료기관의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제약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의료기관이 상환가보다 싼 가격으로 약품을 납품받을 경우 그 차액의 70%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14일 병원계와 제약계,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보험약가개선협의체' 전체회의를 열어 올 2월 재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폐지하고 빠르면 올 7월 새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회장은 24일 계획없이 제약협회 기자실을 들려 "제도가 타당성을 잃어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면 가능하면 빨리 제도의 효력을 중단하는게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새 제도 도입 전 시장형 실거래가제 시행령을 폐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약가 일괄인하조치와 쌍벌제·리베이트 적발 급여퇴출제 등 도입으로 시장형 실거래가제 도입 목표였던 약가 상시인하와 투명성 강화가 모두 가능해졌다"며 "정부가 명분에 집착하기 보다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잘결정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정책자료 등을 만드는 등 제약협회가 다른 때와 달리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밝혔다.
시장형 실거래가제 폐지를 반대해 제약계와 맞섰던 병원계에는 "약가제도가 병원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며 "병원 재정문제는 수가 현실화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물론 "수가현실화를 위한 의료계의 노력에 협조할 생각이 있다"고도 제안했다.
이 회장은 "시장형 실거래가 폐지 결정 이후 새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인센티브를 가능하면 많이 받기 위한 일부 병원들의 압박이 있다"며 "일부 병원들의 저가견적서 요구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공정위 등을 통한 해결보다는 서로 노력해 정상적인 입찰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험약가개선협의체에서 논의한 실거래가 폐지 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래가 폐지 이후의 일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대안을 논의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선 상태에서 이 회장의 제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