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화 다시 시작...파국 넘기나?

의-정 대화 다시 시작...파국 넘기나?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3.13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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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대화 제의'에 의협 '환영·수용' 화답
원격의료 등 의견 접근...타협 '낙관'은 일러

전면적인 총파업을 결의한 의협과 강경대응으로 맞서던 정부가 파국을 앞두고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됐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의협에 대화를 제의하고, 의협이 즉각 환영과 수용 입장을 밝힘으로써 지난달 의정협의 불발과 3월 10일 총파업을 둘러싸고 급격히 냉각됐던 의-정관계가 해빙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앞서 정 총리는 12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해 의사협회에서 걱정하는 사안들에 대해 국회 입법과정에서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의료계 발전을 위한 건강보험 제도개선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진정성 있는 대화의지를 보이기 위해 의료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했다"면서 "의사협회도 하루 집단휴진을 철회하고 대화에 나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리의 담화문은 정부가 원격의료 사안에 대해 의료계의 '선 시범사업, 후 입법'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선 입법'을 강조 해온 태도에서 상당부분 물러선 것이다. 정부는 이미 11일 국무회의에서 원격의료법의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함으로써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특히 10일 총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처하겠다고 강조해온 정부가 처벌 대상자 수와 수위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새로 내놓은 것도 기존의 강경대응 분위기에서 한층 유화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화를 먼저 제의한 것도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정부는 의협이 파업을 감행할 경우 대화를 먼저 제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결국 먼저 손을 내밀었다.

▲ 의협은  12일 정부의 대화 제의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만일 총리담화문이 정부의 명분쌓기용으로 정부의 적극적 문제해결의지가 보이지 않을 경우 24일 총파업은 결행될 것이란 원칙을 분명히 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 전공의 파업 동참이 정부 태도 변화 불러

정부의 입장 변화는 10일 파업투쟁에서 보여준 의사들의 결집력이 예상보다 컸고, 특히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파업 동참이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불과 2주 후엔 전면 총파업이 예고돼 있어 정부로선 하루빨리 대화를 재개해 합의점을 도출함으로써 의협이 여론수렴에 소요될 시간을 확보해줄 필요성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정 총리의 담화문 발표 직후 "정부의 진일보한 태도 변화를 환영한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의협이 대화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조만간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논의 아젠다는 의협이 파업투쟁 돌입에 앞서 정부에 공식 제안한 △원격의료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사안과 △건정심 구조 변경 △수가결정구조 변경 △보건소기능 재정립 △의약분업 재평가 등 건강보험제도 및 의료제도 관련 사안들이 모두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0일까지 협의결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협은 전회원 투표에 걸리는 시간, 투표 결과 '협의안 불수용'으로 결정될 경우 총파업 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금주내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12일 담화문을 통해 정부가 의협에 대화를 제의하고 나서 의정대화의 재개될 전망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대화 재개됐지만...걸림돌 '첩첩산중'

파국을 막기 위한 의정간 협의가 다시 시작되지만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 우선 의협이 요구하는 논의 아젠다가 세부 항목으로 22개에 달해 정부가 과연 어느 선까지 수용 가능할지 관건이다.

정부가 의협의 요구 조건을 100%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정부의 수용 수준에 대한 의협 수뇌부의 판단이 회원 투표 결과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4일로 예고된 전면 총파업의 철회를 둘러싼 의협과 정부의 신경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 총리는 담화문에서 의협이 우선 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파업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화가 이뤄지지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회원들의 요구 없이 파업 일정에 대한 변경은 없다는 것이 의협의 불변한 입장이다. 12일 노환규 의협 회장은 "24일 부터의 파업 일정은 오직 회원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파업철회 보다 의정 협의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만일 총리 담화문이 정부의 명분쌓기에 지나지 않고 대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24일 총파업은 결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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