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공급·공익 '5:5:3'으로 조정...공익위원 추천권 당사자에
정부측 인사 공익대표 아닌 가입자대표로...공익 공정성 담보
제2차 의정협의문이 의료계 과반이상의 찬성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앞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만들어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개편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발 맞춰,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박인숙 의원 표 건정심 개편안'도 재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박인숙 의원이 내놓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건정심 내 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고,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의정협의 내용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가입자: 공급자: 공익=5:5:3'으로...이해당사자 목소리 중심으로
박인숙의 안은 ▲건정심 위원을 현행 가입자와 공급자·공익대표를 '8:8:8'에서 '5:5:3' 방식으로 변경하고 ▲공익대표는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 추천하며 ▲보건복지부 차관 당연직으로 규정된 건정심 위원장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공동으로 추천한 공익 위원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독일 건정심인 'G-BA'를 차용한 모델.
독일의 건정심이라 할 수 있는 G-BA의 경우 공급자와 보험자, 공익 대표가 5:5:3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공급자 대표로 의사 2인·병원의사 2인·치과의사 1인 등 5인 △보험자 대표로 질병금고 5인 △공익대표로 공급자 추천 1인·보험자추천 1인·양측이 추천하는 1인이 참여하며, 양측이 추천하는 공익대표가 위원회의 장을 맡는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보험자가 위원회의 핵심이 되며, 이들 사이의 중재자로서 양측이 인정하는 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독일식 구조가 우리 건정심을 둘러싼 객관성·중립성 논란을 해소하는데도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사실상 '관(官)'이 주도하고 있는 건정심 운영권을 가입자와 공급자 등 이해당사자에 돌려주자는 취지다.
박인숙 의원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의 건정심 위원 구성이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최근 10년간 건정심 의결 사항은 협의에 의한 의결보다는 표결에 의한 의결이 절대 다수였다는 점과 이때 공익위원 8명은 대부분 정부 및 가입자 8명과 의견이 동일하였다는 점에서 중립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사례의 경우 건정심에서 정부 및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위원 수를 동수로 두고 있으며, 공익위원의 경우에도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거나 각각 공급자와 가입자의 추천을 통하여 임명하는 등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면서 "실질적 중재와 조정이 가능토록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과거 건정심 개편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독일식 모델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었다.
정부 공익 아닌 가입자로 분류...공익위원 공정성·객관성 제고
정부측 인사를 공익위원이 아닌 가입자위원에 포함시키도록 한 점도 박인숙 의원안의 큰 특징이다.
개정안은 현행 공익위원 몫으로 규정된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몫을 가입자 측으로 돌리도록 제안하고 있다.
현행 건보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2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사장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장이 추천하는 각 1인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4인으로 건정심 공익위원으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 추천 몫으로 돌리는 대신, 당초 공익으로 참여했던 정부를 가입자로서 참여하도록 규정했으며 각각의 인원도 기존의 절반인 1인씩으로 줄였다.
정부를 공익이 아닌 가입자측으로 돌린 점은, '공익위원 8인 중 정부 측 포함 여부'를 둘러싼 의정협의 이후의 논란을 해소할 또 다른 해법으로도 주목할 만하다.
박 의원측은 이번 의정협의가 1년 넘게 지연되어온 법안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건정심 구조개편을 언급하는 것조차 터부시되던 상황이다보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며 "의정협의를 통해 상황이 전환된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상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수가나 요양급여 문제 등 많은 부분을 이 법안을 논의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법안의 조속한 심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