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됐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정몽준 위원, 이혜훈 최고의원이 그들이다. 의사들은 정몽준·이혜훈 두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이다.
정 의원과 의사들의 악연은 201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포괄수가제 강제·확대시행에 반발해 7월 1일부터 백내장 등 수술을 일주일간 연기하는 투쟁에 돌입키로 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앞두고 의협은 수술 연기 방침을 전격 철회했다.
결정의 중심에 바로 정몽준 의원이 있었다. 정 의원은 6월 29일 의협회관을 방문해 노환규 의협회장을 만나 포괄수가제 강제 시행의 원흉이자 잘못된 건보제도의 근원지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수술 연기 계획을 철회해 줄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당시 정 의원은 7선 의원이자 무시 못할 대선 후보였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그가 "의협이 어째서 복지부의 산하 기관인가?"라며 자존심을 추켜세우자 의사들은 감동했다.
결과적으로 그날의 '빅 딜'은 실패했다. 정 의원은 의료 대란을 막았다는 훈장만 챙긴채 건정심 구조개선을 위한 입법 약속을 잊어버렸다. 의사들은 아직도 그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정부의 강압적인 의료정책에 항거할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린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의협의 결단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정 의원과의 '빅딜'이 남긴 상처는 두고두고 의사 사회 내부의 반목·갈등을 일으키는 단초로 작용했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꿈꾸는 이혜훈 최고의원도 정 의원 못지 않게 의사들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의원은 3월 24일 한의사협회 총회에 내빈으로 참석해 건강보험 진료비 총 51조원 중 한방 관련 진료비가 2억원 밖에 안된다며, 이는 의학과 한의학이 '주객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의 중심은 의학이 아니라 한방이라는 얘기다.
또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도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 한방특위,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내과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등은 일체히 이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고 서울시장 후보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정 의원과 이 의원, 둘 중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되든 의사들은 별반 관심없어 보인다. 이미 그들의 마음은 정부·여당을 떠났다.
2013년 12월 9~19일까지 <의협신문>이 의사 10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5%가 '박근혜 정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섰다'고 답했다. 원래부터 반대한 26.6%까지 합치면 무려 69.1%에 달하는 의사들이 현 정권에 분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