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강제보험 도입하면서 정책 못바꿔…공공·영리 혼재 방치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이슈페이퍼' 통해 의료 갈등 진단
의료분야의 갈등이 지속되는 원인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건강보험의료의 성격을 규범적 차원에서 공공재로 바뀐다는 점을 분명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은 <이슈페이퍼> 최근호 '의료분야의 갈등과 이념'을 통해 "의료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간의 갈등이나 정부와 의료계 간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은 1989년 전국민을 강제 가입시키는 사회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건강보험의료의 성격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고 건강보험제도를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으로만 다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의료서비스는 경제적에서 볼때 분명히 사적 재화에 속하지만 전국민을 법률에 의해 강제로 가입시키는 사회보험제도에서는 의료의 성격이 달라진다"며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전의 의료는 개인의 권리로 간주되지만 건강보험제도는 의료를 인간의 기본권리로 간주하게 되고, 의료의 성격도 사적재화에서 공공재로 바뀌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의 성격 규명을 하지 못함에 따라 보험급여에서 포괄성 원칙과 최소수준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되고, 비급여를 용인함으로써 낮은 보장성 문제로 갈등이 초래됐다는 것.
이 원장은 "의료를 사적 재화라는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국민이 불편하다는 불만에 굴복해 1998년 진료권을 없앤 것이 오늘날 B5 병원으로 환자 집중을 초래했다"면서 "건강보험의료를 공공재로 간주하지 못함에 따라 건강보험 요양기관의 성격을 공공과 영리적 성격이 혼재토록 함으로써 의료비 증가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기관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영리적 공급행태는 건강보험의료의 성격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 이 원장은 "영리적 공급행태는 공공병원도 예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200병상 이상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획을 통해 병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공공재 정의에 입각해 의료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갈등 해소를 위한 의료정책 방향으로 이 원장은 "사회보험제도와 보함되도록 의료의 성격을 규범적으로 공공재로 정의하고, 공공재 공급을 위한 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의료인력의 다양화와 가정의 혹은 일반의 육성 ▲지역단위 의료계획 수립과 병상과잉의 해결 ▲자본비용의 별도 보상 방안 검토 ▲만성질환관리 프로그램 도입·종말기 환자관리 등 공급체계 개선 ▲외상센터·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 원장은 "국민의 다양한 의료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요양기관 계약제가 바람직하다"면서 "비계약병원은 주로 외국환자 유치를 통해 의료산업화에 활용하되 규제는 최소한으로 대폭 줄여야 하고, 계약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민간의료기관도 공공병원과 동일하게 간주해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 수련비용 역시 정부 또는 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불제도 및 수가와 관련해서는 개원 전문의는 행위별수가를 유지하고, 병원에 대한 지불은 포괄화 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통일 이후 북한주민에 대해 건강보험제도를 실시할 경우 현재와 같이 건강보험의료를 사적 재화로 간주한다면 보험 확대가 어렵고, 갈등은 현재보다 더 커질 것"이라며 "건강보험의료를 공공재로 간주하는 정책이 실효성을 거둬야 통일시대의 건강보험정책에 대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