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위내시경 할 때마다 4만원씩 손실"

"동네의원, 위내시경 할 때마다 4만원씩 손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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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분석 결과 8만745원...현행 수가는 4만3500원
위내시경학회 "히포크라테스 선서 따질 상황인가?"

최근 공중파 방송의 내시경 포셉 재사용 실태 보도 이후 의협이 '수가 정상화될 때까지 포셉 사용 중단'을 학회에 요청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책정한 위내시경 조직생검비용은 8620원, 그러나 생검에 필요한 일회용 포셉(가위)의 가격은 중국산 기준으로 2만3000원에 달해 검사를 하면 할 수록 병의원이 큰 적자를 보는 구조다.

이 같은 실상은 감춰진채 '일회용 의료기 재사용'이라는 현상만 자극적으로 부각시켜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이 의협의 지적이다.

의협은 내시경 포셉 재사용 문제를 계기로 왜곡된 건보제도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14일자 일간지에 광고를 실어 "의사들이 잘못된 제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시작하려 하니 국민들께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포셉은 내시경 시술 중 조직검사에 필요한 하나의 의료기기일 뿐, 실제 내시경 시술에 투입되는 요소들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이들 요소들은 모두 비용을 수반하는 것으로서 내시경 검사의 '원가'에 해당한다.

현재 지난해 기준으로 건보공단이 책정한 조직검사를 제외한 순수 위내시경 검진 비용은 총 4만3490원이다. 여기에는 △검사료 △주사약제료 △주사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위내시경을 시행할 때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비용이 소요된다. 위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위내시경 1회에 투입되는 품목은 무려 32가지에 달하며 이들 비용을 합치면 총 3만3745원에 달한다<아래 표 참고>.

 ▲실제 소요되는 위내시경 부대비용(자료=대한위장내시경학회)

그나마 이것은 인건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내시경실 담당 간호인력이 최소 한 명 필요하다. 간호인력 1명 인건비를 월 평균 150만원이라 보고, 위 내시경을 하루 2개씩, 한 달에 총 50개 정도 소화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위내시경 1회당 필요한 인건비는 1만5000원으로 산출된다.

여기에 의사의 인건비도 추가해야 한다. 1인 원장이 월 평균 8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가정할 때, 하루 일과의 약 5분의 1 정도를 내시경과 관련된 업무, 즉 진료·검사전 설명·내시경 검사·검사설명·처방·약설명·검사후 합병증 설명 등을 수행하게 되므로, 위내시경 1회당 투입되는 의사의 인건비는 약 3만2000원에 해당된다.

따라서 위내시경 1회당 필요한 인적비용은 간호인력과 의사 합쳐 4만7000원에 달한다. 공단이 책정한 비용으로는 인건비 조차 충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의원급 의료기관이 위내시경을 1회 실시할 때 소요되는 실제 비용은 물적비용(3만3745원)과 인적비용(4만7000)을 합쳐 8만745원으로, 공단이 책정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다. 바꾸어 말하면 건보공단은 위내시경 원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을 의료기관에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박창영 대한위장내시경학회 총무이사는 "의료 일선에서 국민의 조기위암 발견을 위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개원의들이 위내시경을 할 때마다 4만원 정도 손해를 보는 셈"이라며 "아무리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직업인 의업을 수행하고 있다지만, 언제까지 위내시경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 이사는 또 "내시경시술 과정에서 가벼운 찰과상 부터 치아손상, 출혈, 사망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고 발생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며 "개인적으로 사망사고를 겪어 1억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일어난 사고이므로 인도적 차원으로 보상해야 한다 하더라도, 4만원짜리 검사를 하다 1억원을 부담하게 된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공단측의 입장은 내시경 검사가 많이 시행되고 있어, 수가를 올릴 경우 전체 의료비용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가?"라며 "최소한 원가에 상응하는 수가가 주어지지 않는 한, 조기 위암 검진율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소화기 내과의 진료 및 치료 수준은 얼마 가지 않아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죄 없는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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