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린타 등 처방, 유럽에서는 이미 대세"

"브릴린타 등 처방, 유럽에서는 이미 대세"

  • 최승원 기자 choisw@doctorsnews.co.kr
  • 승인 2014.04.30 18:2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렉소폴로스 파트라스의대 교수

알렉소폴로스 파트라스의대 교수
신규 항혈전제들의 공략이 무섭다. 기존 항혈전제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플라빅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와 차별화된 효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브릴린타(티가그렐러)'는 플라빅스와는 다른 작용기전으로 빠른 반응시간은 물론, 상대적으로 약효에 대한 개인차가 컸던 플라빅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등 의미있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학회(Cardiovascular Summit-TCTAP)' 참여를 위해 내한한 그리스의 알렉소폴로스 파트라스의대 교수(순환기내과)를 4월 23일 만나 신규 항혈전제 관련 유럽 치료 경향과 브릴린타의 특징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알렉소폴로스 교수는 브릴린타 관련 대규모 글로벌 임상시험 'PLATO'에 참여한 바 있다.

신규 항혈전제들이 최근 부각되는 이유는?

유럽은 지난 15년 동안 항혈소판제 사용에 있어 큰 진척을 이뤘다. 25년 전에 이미 심근경색 환자 치료를 위해 아스피린이 도입됐고 15년 전 플라빅스가 출시됐다. 하지만 아스피린과 플라빅스를 병용투여했을 때 급성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심혈관 질환(cardiovascular events) 발생률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환자의 치료와 관리에 항혈소판제 사용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혈전을 생성하는데 혈소판이 작용하고 이러한 혈전은 여러 부작용의 발생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항혈소판제 사용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력한 항혈소판제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됐다.

유럽에서 브릴린타의 처방비율은 플라빅스와 대비해 어떤가?

그리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가 등록된 'The Greek Antiplatelet registry'에 따르면 2013년 2100명의 환자 가운데 브릴린타를 처방받는 환자들이 43%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빅스는 30%로 브릴린타 처방률이 더 높았다. 다른 신규 항혈전제까지 합치면 그리스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0명 중 7명이 신규 항혈소판제를 처방 받고 있다.

국가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최근에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를 보면 유럽의 처방경향도 파악할 수 있는데 EUROMAX 임상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의 STEMI 환자의 브릴린타 등 신규 항혈전제 처방율 역시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리버풀을 중심으로 수행된 HEAT-PPCI 임상연구도 전체 STEMI 환자의 62%가 브릴린타를 처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신규 제제의 처방률이 높고 최신지견을 잘 아는 의사들이 신규 제제 처방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혈관계 전문의가 아닌 경우 플라빅스 처방률이 더 높았지만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나 관상동맥우회술(CABG) 등 중재시술을 많이 하는 심혈관계 전문의들은 확실히 신규 제제를 선호하고 있다.

브릴린타는 출시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0년 유럽심장학회(ESC)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가이드라인에서 'Class1' 치료제로 권장하면서 브릴린타 등 신규 항혈전제 처방률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5~10년 사이 플라빅스의 한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플라빅스에 대한 환자의 반응률이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아시아 환자의 경우 백인 환자에 비해 반응률이 더 낮다는 점은 한국 의료계가 주목해야 할 데이터라고 본다.

플라빅스의 약효발현 시간(onset time)이 상당히 느리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STEMI 환자 같이 긴급한 환자의 경우 신속히 항혈소판 효과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플라빅스 600mg 고용량을 투여해도 약효 발현이 하루에서 길게는 이틀 정도 걸린다.

반면 브릴린타는 발현시간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효과가 일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약물의 발현 속도는 급성 STEMI 환자에게 신속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여를 중단할 경우 약효가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도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앞둔 환자는 플라빅스의 경우 5일 전에 약제의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보았을 때, 브릴린타는 5일보다 더 짧게 약물투여를 중단하더라도 혈소판 수치가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상된 효능에 따라 출혈 위험도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출혈의 위험과 관련해  PLATO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브릴린타는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웨덴의 카롤린스카연구소가 연구한 결과, 브릴린타가 플라빅스에 비해 출혈의 위험이 높은 경우는 환자가 수술을 앞두고 약제의 투여를 중단한 시간이 24시간 미만일 때 뿐이며, 그 이외에는 오히려 브릴린타가 출혈 위험이 적은 것으로 발표됐다. 주요 출혈(major bleeding)의 발생위험은 두 약제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출혈의 범위를 확대하면 브릴린타의 출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로 더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사용할 경우 출혈 위험 역시 높아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요 출혈의 위험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유럽에서 진행된 임상연구 가운데 '숨가쁨(dyspnea)' 증상으로 임상시험을 중단한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LATO 임상연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13%가 숨가쁨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이로 인해 시험을 중단한 경우는 1% 정도다. 그리스에서 브릴린타를 복용하는 600명의 환자를 1년간 추적한 결과 2.6%의 환자가 숨가쁨 증상으로 시험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복용을 중단해야 할 만큼 중증의 숨가쁨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은 며칠이 지나면 숨가쁨 증상이 없어지고 환자에게 곧 약에 적응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투약을 지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PLATO 임상연구 결과, 브릴린타는 플라빅스 대비 심혈관계 사망의 상대위험도를 21%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하위분석 결과라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만 브릴린타의 사망률 감소효과가 임상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PLATO 임상연구 초기에 브릴린타의 사망률 감소효과를 기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후 브릴린타가 이처럼 기대치 않았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해 본 결과, 브릴린타는 항혈소판 경로(anti-platelet pathway)뿐만 아니라 아데노신 경로(adenosine pathway)로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브릴린타가 PLATO 임상연구를 통해 플라빅스에 비해 사망률 감소 효과가 더 좋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호흡곤란이나 출혈의 발생위험 등에 대한 우려가 있겠지만 브릴린타를 통해 환자의 삶이 연장됐다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다.

브릴린타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현재 PARTHENON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PARTHNON 프로그램 중 말초혈관질환(PAD) 환자에 대한 브릴린타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EUCLID 임상연구,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 대한 브릴린타와 아스피린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SOCRATES 임상연구, 당뇨 환자에 대한 브릴린타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THEMIS 임상연구 등 3개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결과에 따라 적응증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브릴린타가 출시 된지 1년째로 현재까지 좋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의사들이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로 브릴린타 처방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백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체중이 적은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인종적 차이 등이 이런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PLATO 임상연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5구간(unit) 정도 변하면 혈소판 활동의 변화가 약 4% 정도 되더라는 데이터가 나온 적이 있다.

체중이 변화하면서 혈소판 활동의 변화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하다는 근거다. 체중이 적다는 이유로 브릴린타 처방을 주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최신 항혈소판제 브릴린타는 환자의 연령과 신기능 이상여부, 당뇨병 보유 여부, 뇌졸중 병력 여부 등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주저없이 처방할 수 있는 좋은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