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북부병원, 취약계층 지원 '301네트워크' 1주년 평가
중구난방 지역사회 서비스 통합·조정해야 사회적 비용 절감
서울시 북부병원은 17일 '301 네트워크 1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어 지역사회 내 보건·의료·복지 제공기관 간 연계체계를 구축, 통합적으로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301 네트워크'는 지난해 5월 북부병원과 중랑구청·중랑구 보건소·지역복지관·건강증진센터·지역 의사회·사회복지협의회 등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기관이 협력망을 구축, 3가지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 개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협력 연계망을 의미한다.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이 아닌 개별 병원이 지역사회와 손잡고 자생적으로 시작한 현장중심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각 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취약계층 가운데 병원 치료가 필요한 대상자를 북부병원에 의뢰하면 방문진료·외래 및 입원치료를 통해 질병을 치료한 후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지역사회 협력 네트워크에 연결, 적합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권용진 북부병원장은 "저소득층은 병원비가 걱정돼 병원에 가지 않으니 건강이 악화되고, 건강이 악화되면 일자리를 잃게 돼 더욱 가난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삶의 의지를 꺽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며 "치료비 걱정없이 진료를 받도록 하고, 다양한 복지·보건 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것이 301네트워크를 출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301네트워크를 통해 의료지원을 받은 주민은 204명. 연인원은 2467명(입원 1474명·외래 923명·방문 70명)에 달했다.
의뢰경로는 보건소 23.5%(48명)·구청 23.1%(47명)·복지관 18.6%(38명)·주민센터 16.2%(33명) 등 다양했다.
이영선 중랑구 보건소 의약과 방문간호팀 방문간호사는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은 병원에 입원해 병명이 나오고, 비용이 발생한 후에 지원 여부가 결정되지만 301네트워크는 먼저 진료를 받도록 한다는 점에서 병원비 걱정을 접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지원 대상자는 의료급여나 차상위 계층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건강보험 대상자가 47.1%(96명)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 40.7%(83명), 차상위계층 7.4%(15명), 외국인 및 일반환자 3.4%(7명), 의료급여 2종 수급권자 1.4%(3명) 등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준희 북부병원 공공의료팀 의료사회복지사는 "301네트워크의 주된 이용자들이 건강보험 대상자라는 것은 의료 사각지대의 틈이 현실에서는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지난 3월 발생했던 세모녀 사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계층이 하락하는 시점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치료 후 연계 서비스는 입원 및 외래 진료 이후 입원이송이 39.3%(71명)로 가장 많았으며, 지역사회 사례관리 28.7%(52명)·지역사회 자원 연계 14.4%(26명)·의료지원 9.9%(18명)·서울의료원 이송지원 7.7%(14명) 등으로 집계됐다.
권용진 북부병원장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160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이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미약하다"며 "있는 서비스 조차도 연계가 안되고, 현황 파악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기존 복지제도의 미흡한 연계와 조정 문제를 지적했다.
행정망을 통해 지원이 이뤄지는 보건·복지서비스와 환자의 선택에 의해 이용이 결정되는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역시 연계가 미흡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권용진 북부병원장은 "병원은 의료진은 물론 사회복지사와 영양사를 비롯한 보건의료복지 인력이 다 근무하고 있어 서비스의 통합·조정 역할이 용이한 곳"이라며 "전국의 공공병원으로 301네트워크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301 네트워크 1주년 기념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이 '건강 악화→실업→질병'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국립대병원과 국공립병원으로 301네트워크를 확산시켜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은 "공공병원과 지역사회 복지·보건 분야가 합심해 새로운 의료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며 301네트워크 출범 1년의 성과를 격려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공공의료혁신팀장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시민에게 신속히 서비스 제공하고, 사회복귀를 지원함으로써 의료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모범적인 활동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팀장은 "301네트워크의 비전과 노하우가 널리 확산될 수 있길 바란다"며 "공공의료기관의 공익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심포지엄에 참석자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하향식 정책이 아닌 개별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시작한 301네트워크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랑구에서 시작된 301네트워크는 현재 이웃 자치구인 노원구까지 확대된 상태.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높이 평가한 서울시는 301네트워크 출범 이후 2억 5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한국의료지원재단도 의료비의 70%를 보조해 주며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주도하는 정책이 아니다보니 한계점도 노출되고 있다.
이영민 중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희망복지지원팀 계장은 "기관장의 열정과 사생활을 희생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301네트워크가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관장이 얼마나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복지기관들이 함께 사업을 한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서로 신뢰하고 협조해야만 원활하게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301네트워크 확산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활한 연계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정기 용인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사회복지사에게 부과되는 많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 확보를 해야 한다"며 "행정업무의 간소화와 충원을 통해 사회복지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과 공공의료사업 수행을 위한 지자체의 사업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용진 북부병원장은 심포지엄이 끝난 후 열린 301네트워크 1주년 기념식에서 "의료 취약계층이 질병으로 인해 빈곤층으로 하락하기 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병원이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삶을 치유하는 본래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 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