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확인 맹점...수진자조회 먹통 땐 병의원 '독박'

자격확인 맹점...수진자조회 먹통 땐 병의원 '독박'

  • 고수진 기자 sj9270@doctorsnews.co.kr
  • 승인 2014.06.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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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손해 감수하면서까지 자격확인 해야되나" 반발
"수진자조회 3년간 7회 먹통...전산장애로 병원,환자 피해" 자격확인도 우려

오는 7월부터 요양기관에서는 건강보험 무자격자나 고액체납자에 대한 자격여부 확인이 의무화 되지만, 자격확인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기존 수진자조회 시스템이 수차례 오류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 자격확인에 대해서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병의원의 수진자 자격확인이 의무화되는 7월부터는 무자격자 진료비 사후 청구가 전면 불가능하다. 따라서 수진자조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병의원은 환자를 진료하고도 진료비를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7월1일 부터 건강보험 무자격자와 6회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급여가 제한된 1749명에 대해 급여제한 조치를 실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요양기관들이 수진자 조회 시스템을 이용해 수진자의 정보를 입력하면, 건보 무자격자에 대해서는 '무자격자', 보험료를 6회 이상 체납한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는 '급여제한자'라는 표시를 색깔과 점멸로 표기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공단은 자격확인 결과 무자격자일 때는 비급여로, 급여제한자는 100% 본인부담으로 진료비를 받도록 하면서,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가 진료비 청구시에는 해당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자격확인과정에서 시스템의 오류가 생기거나, 또는 실수가 발생한다면 요양기관에서는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과거 수진자조회 전력에서도 여러차례 나왔던 상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수진자조회를 위한 공단 전산망에 매년 수차례 장애가 발생하면서 환자는 진료받지 못하고, 의료기관은 환자를 볼 수 없는 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다.

▲ 2011~2013년 발생한 수진자조회 장애현황 및 원인 (김성주 의원실 제공).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 8월까지 3년간 모두 7번의 수진자조회 먹통현상이 발생했다. 7번의 장애 중 1번은 한국전력의 건물 전기설비검사로 인한 것이었지만, 6번은 모두 공단의 준비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장애였다.

공단의 수진자 자격조회 전산서비스는 병의원과 약국 등 약 8만여개 이상의 요양기관이 KT망을 통해 공단의 통신장비를 거쳐 수진자의 자격 여부를 확인토록 설계돼 있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접속하는 전산 통신회선이 KT망 하나뿐이다보니, 동시 접속자가 많을 경우 전산장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과거의 사태를 봤을때, 건보 자격여부확인에 대해서도 전산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 "요양기관에 모든 책임 뒤집어 씌우다니..."

이에 대해 의료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용선 대한의원협회장은 "수진자조회에서도 과부하로 인해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며 "만약 자격확인에서도 먹통이 된다면, 환자 진료 전 환자의 자격을 조회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피해를 입게되고, 환자진료에 있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나 보험자격 변동이 자격조회 전산시스템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요양기관은 전산시스템을 믿고 진료 후 나중에 억울하게 진료비를 환수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 등이 그 직장을 그만둔 경우, 원칙적으로 퇴직 다음날부터 보험자격은 상실되나, 사용자는 14일 이내에 공단에 신고하면 된다. 이렇게되면 실제 무자격자임에도 전산시스템에는 급여자격자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전산오류가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사진이 부착되지 않은 건강보험증으로는 본인 여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며 "공단이 보험자의 역할은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요양기관에 그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 복지부 "의료기관 행정부담 크지 않을 것....원칙 고수"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공단은 원칙을 고수했다.

정승열 공단 급여관리실장은 "이미 처음 공지할 때부터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를 건강보험 적용 청구했을 때 해당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프로그램 장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별도로 조치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환자가 접수할 때 자격확인 버튼만 누르면 실시간 가능하기 때문에 접수지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자격확인을 사전관리 하는 것에 대해 의료기관의 행정부담 증가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며 보상책 마련도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하기로는 의료기관의 행정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격확인 사전관리를 통해 건보재정 누수가 방지되고, 건보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자와의 마찰이 발생할 우려에 대해서도 "올해 대상자가 1749명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혹시 발생할 지 모르는 환자-의료기관간 마찰을 방지하기 위해 부정수급자들에게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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