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의료기사단체협의회 공동대응 선포…"입법 철회" 한 목소리
30만명의 의료기사와 학생들이 의무기록사 응시자격을 사이버대학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 추이가 주목된다.
대한의료기사단체협의회 소속 8개 단체는 26일 저녁 용산역 인근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입법 철회 및 면허제도 정상화를 촉구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의무기록사 응시자격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현행 법상 의료기사 등 국가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부산디지털대학교의 응시자격을 승인해준 것에서 촉발됐다.
올해 초 의무기록협회가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행정법원은 "의료기사 등의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는 학교는 고등교육법에서 정한 대학과 산업대학, 전문대학에 한정된다"며 "'사이버대학'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이 지난 5월 의무기록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넓혀 사이버대학 등 원격대학을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부친이 해당 사이버대 초대학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의무기록협회와 뜻을 모은 의료기사 단체장들은 "보건의료직군에서의 교육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의무기록사를 배제한 입법 추진을 강력히 비판했다.
"학생모집 수단으로 이용말라" 당사자 합의 '강조'
김원숙 의료기사단체협의회장(대한치과의생사협회장)은 "규제 완화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범위가 어디까지 돼야하는지는 숙고해야 한다"며 "직무와 교육의 일치를 위한 면허제도 정상화를 위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문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의료계 현실은 많은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의료의식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인 행태가 이뤄지고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퇴보하는 형태의 법률을 특정인을 위해 입안했다는 데 의료기사로 살아온 35년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전범수 대한물리치료사협회장 또한 "행정소송에서 분명히 불법이라고 했음에도 복지부에서 응시자격을 승인해준 것은 힘의 논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학생을 모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진 대한작업치료사협회장은 "의무기록사는 병원에서 생성되는 많은 보건의료 통계를 담당하는 중요인력이다. 작업치료사의 경우도 세계연맹 기준으로 1000시간 교육, 퀄리티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거꾸로"라며 "당사자와 합의된 상태에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원 대한의무기록협회장은 "면허를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복지부가 이런 불법승인을 자행했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라며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직결된 면허제도 확립을 위한 일인 만큼, 우리가 나서는 것을 직역 이기주의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부산디지털대 의무기록사 국가시험 응시자격 승인 무효화 ▲관련 입법 철회 ▲공급자 중심 면허제도 운영 탈피를 촉구했다.
의료기사단체협의회는 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치과기공사·치과위생사·의무기록사·안경사 8개 대표 직역단체로 구성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