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훈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비인후과·R3)
'호국 보훈의 달'이라는 6월이 지나는 시점에는 휴전중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평화로이 살아가는 현재의 나를 있게 해주신 호국영령들을 생각하게 된다.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짖으며 일제에 저항하던 독립투사 선열들과 피할 수 없었던 전쟁에 동원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선열들을.
1945년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해방돼 제 스스로 국가를 건설하지 못해 미국과 소련의 개입을 물리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해방 5년만에 6.25 전쟁을 치르게 되고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3년간 치른 전쟁은 '휴전'이라는 이름으로 마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다. 이렇게 얻는 것도 없이 서로 피해만 많이 입고 소모적이니 승자도 없는 시점에 일단 이 전쟁을 잠깐 쉬자고 했다.
그 뒤 나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들에 의해 우리나라는 경제화 운동·새마을 운동 등의 이름으로 급속화된 경제 발전을 이룩하여 전세계가 놀랄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를 선도한다는 OECD국가가 됐고, 단순히 영어 Great를 생각하게 되는 G20국가가 됐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 뒤에는 그에 동반되지 않는 의식성장이 있었다. 기술은 발전해 테이프는 CD로 CD는 mp3로 발전했고, 삐삐는 시티폰과 휴대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발전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나 그에 반해 상응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 수준은 세계를 주름잡지 못하는 것 같다.
세월호에 유난히 학생들 실종자/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두고 "자리를 지키라"는 방송을 듣고 배안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그 정도면 빨리 배를 버리고 탈출 했어야 했다고들 한다.
재난 대응 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서로에게 구명조끼를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도 배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안내 방송에 순응하는 순진함을 보여주었다.
세월호 사건은 이제 두 달이 지났지만 사건 수습을 두고 미흡한 부분이 많다. 재난에 대해 대처하는 훈련이 미흡했던 우리 사회에서는 정작 맞닥뜨린 재난에서 교육이 부족한 미숙함을 보여주었다. 수십년간 우리나라가 이루어온 경제성장 사이사이에 있었던 몇 건의 재난에도 마찬가지였다.
성수대교가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서해훼리호가 침몰하고, 대구지하철 화재를 겪었어도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특히 승객의 대부분이 아직 꽃다운 꿈을 펼치지 못한 학생들이기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청소년들의 대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씨랜드 참사에서 수십명의 유치원생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고 가깝게는 올해 2월에 경주에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직 채 입학식을 치르지 못한 예비 대학생들의 참사가 있었다. 당시에도 책임자 처벌, 관련자 처벌은 있었지만 재난 발생시 안전 대책에 대한 교육을 확대하자는 목소리는 부족했다.
세월호 사건 뒤로 한강 유람선 타기가 국제선 항공편 타듯이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화재대피 훈련을 하고 민방위 훈련 최초로 해양 재난 구조 훈련이 있었다고 한다. 미리 대피하고 건성으로 훈련에 임했다는 지적들이 당일 뉴스 여기저기서 보도됐고 뱃머리에서 난로 하나 피워놓고 소화기로 끄고는 배에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 했다고 한다. 이건 뭐지.
예전에는 교과과정에 '교련' 과목이 있어 유사시 대응하는 법을 학교에서 가르쳐 주었다. 구시대의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하나 그 내용은 재난 혹은 유사시의 움직임을 교육하기에 좋았던 내용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이들에게 구시대의 교련처럼 재난에 대응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면.
그렇다고 교련을 부활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청소년에게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과 더불어 반드시 가르치고 엄격히 물어야 할 것은 역사와 재난 대응 교육이 아닐지.
오늘도 맹골수도에는 수십명의 잠수사들이 몇 개월째 잠수를 이어가고 있고 잠든 학생들과 돌아오길 바라는 가족들의 눈물이 흐르고 있다.
'리멤버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