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저가구매 인센티브, 리베이트 3진아웃 등 2일 시행
저가구매 압박 여전, 인센티브는 ↓...생태계 변화 예고
새롭게 설계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와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을 급여리스트에서 퇴출하는 약가 관련 제도가 7월 2일부터 시행되면서 제약계 뿐 아니라 의료계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경우는 병원계와 제약계,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계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가구매 인센티브 폐지된 거 아니었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말그대로 의료기관이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고시된 상한가보다 싸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일부를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를 통칭하는 일반 명칭이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시장형 실거래가제'라는 명칭으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시행했다.
제도가 2012년 1월까지만 시행된 이유는 2012년과 2013년 각종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되면서 제약사에 지나친 약가인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을 잠정연기했기 때문.
일단 잠정연기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제도 재시행 날인 올 2월이 다가오면서 미봉책은 점차 '시한폭탄'으로 변해갔다.
재시행 여부를 앞두고 정부와 병원계, 제약계, 시민단체측의 대립각이 깊어지던 올 1월 정부는 인센티브 지급률을 조정하는 수정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제안하면서 사태는 해결국면을 맞았다.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률 70%를 30%이하로 줄이고 저가구매 노력 뿐 아니라 의료기관의 의약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까지 감안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새 제안의 뼈대다.
정부의 발표 직후 한국제약협회는 환영 의사를 밝히고 병원계 역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사태가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가 새 제도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제약계 관계자들은 "이전 제도와 크게 달라진게 없다"며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막상 새 제도의 뚜껑을 열어보니 인센티브 지급률이 조정됐을뿐 저가구매에 대한 인센티브가 살아남아 여전해 의료기관의 약가인하 압박은 여전할 것이라는 것이 제약계의 불만이다.
복지부, 약가잡고 인센티브 절감하고...
새 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받을 주체 가운데 한 곳인 제약사들은 새 제도 시행에도 여전히 의료기관들로부터 저가구매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인센티브 지급률이 종전 70%에서 최대 30%까지로 줄었다고는 하나 의료기관은 여전히 30%의 지급률이 살아있는 저가구매 시도를 멈출 이유가 없다.
사실 보건복지부도 병원들의 저가구매 의도를 없앨 생각은 없었다. 단지 저가구매로 인한 약가절감액이나 절감액에 비례해 의료기관으로 지출되는 인센티브 지급액이 거의 같아 재정절감 효과가 의료기관으로만 전가된다는 시민단체측의 비판에 의료기관으로 흐르는 인센티브를 줄일 필요가 더 컸다.
시민단체측은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시행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의 데이터를 토대로 보험재정 절감액은 최소 399억원에서 최대 2146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한 반면, 대형병원 등에 지급된 인센티브가 1966억원에 달한다며 대책을 요구했었다.
한마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도가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 보건복지부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새 제도를 만든 만큼 새 제도가 시행되면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줄어들 것은 확실해 보인다.
새 제도는 의료기관이 아무리 저가구매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내도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의약품 사용량을 줄이지 못해도 일정 비율의 '기본지급률'은 받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지만 저가구매 성과로만 인센티브를 받던 방식에 비해 지급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저가구매 인센티브 재시행을 두고 벌어진 갈등에서 영리하게 행동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저가구매 압박은 여전히 남기면서 의료기관으로 흘러갈 인센티브 지급액을 줄였다. 동시에 의료기관의 의약품 사용량 절감 유인책까지 강화한 최상의 결과를 냈다.
제도 시행 이후 구체적인 절감액 등이 집계되면 보건복지부의 영리함이 보다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리베이트액에 상관없이 3회 적발 퇴출
건강보험법 개정령안에 담긴 소위 '리베이트 투아웃제'도 관심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회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리베이트 액수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리스트에서 영구퇴출되는 제도다.
복지부가 최근 밝힌 시행령에 따르면 리베이트 적발액이 '5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이면 최소 1개월 동안 급여가 중지되고 1억원이 넘을 경우 최대 1년 동안 급여가 중지될 수 있다. 1억원 이상을 2회 이상 제공하다 적발되면 건강보험 급여가 영구취소된다.
리베이트 제공액이 1억원 이하일 경우는 리베이트 금액 정도와 상관없이 3회 이상 적발되면 급여가 영구취소된다.
제약계는 굳이 2회 이상 적발되지 않더라도 20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로 1개월만 급여가 중지되면 해당 약의 매출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시민단체 활동가 경력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 의원의 작품이다. 남윤인순 의원은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취지로 제약계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질 급여퇴출안을 법안에 담아 올 1월 국회를 통과시켰다. 보건복지부는 남윤인순 의원의 법안 통과 직후부터 법안 발효 준비에 발빠르게 나서면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제약계 구조조정 촉발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리베이트 마케팅 방식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전체 제약업체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제도 시행에 따른 국내 대형 제약사와 중소형 제약사의 생존방식이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제약사는 리베이트 영업방식에서 벗어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리베이틀 제공하다 수백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표 품목이 퇴출당하기라도 하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영업방식을 버린다는 것은 국내 의약품 시장이 영업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제네릭 품목들을 만드는 동시에 제약사를 대표하는 브랜드 '신약'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절박해 질 수밖에 없다.
굳이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아니더라도 대형 국내 제약사들이 현재 당면한 과제는 신약개발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대형 제약사들이 최근 느끼고 있는 신약개발에 대한 절박함을 한층 절실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형 제약사의 한 임원은 "마케팅만으로 몸집만 키운 일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의 경우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등으로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심해졌다"며 "투아웃제 시행이 제약사의 구조조정을 부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제약사는 대형 제약사에 비해 투아웃제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모 중소제약사의 경우 판매하는 품목이 수백가지에 달한다. 한두가지 소형 품목이 퇴출되도 견딜만 하다. 막말로 안팔려서 시장에서 퇴출되나 리베이트 투아웃제로 퇴출되나 마찬가지인 상황은 리베이트 영업을 고집하게 만들 여지도 있다.
물론 중소제약사 관계자들 역시 투아웃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들처럼 R&D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리베이트'를 없애는 것 뿐 아니라 제약계 구조조정을 촉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