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 혈액검사 결과 엉터리로 해석"

"한의사들 혈액검사 결과 엉터리로 해석"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5.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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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총연합 "잘못된 해석하면서 한방치료 효과있다 환자 기만"
"검사결과가 어떤 의미 있는지도 몰라...국민건강 보호 위해 고발"

▲ 일부 한의원들이 혈액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한방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광고를 하고 나서고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잘못된 혈액검사는 잘못된 치료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해당 한의원을 고발키로 했다.
일부 한의사들이 잘못된 혈액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에 위협을 주고, 공중 위생상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2일 '한의사 혈액검사 기기 오용 사례 보고서'를 통해 "한의사들의 혈액검사기기 오용 사례들은 일부 한의사들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일부 한의원에서 '연구 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하였을 때, 환자에게 동의를 받고 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빌미로 혈액검사를 편법으로 시행하고 있다"면서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한의사들은 혈액검사를 해석할 능력이 없고,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치료성적을 과장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의사들이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비롯한 진단검사기기를 활용해 판독하고 있는 데 대해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진단의학검사 결과를 통해 병의 원인은 물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면서 "잘못된 판독이나 부정확한 해석은 잘못된 치료결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의사의 진단검사는 의료법상 면허된 의료행위가 아니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받지도 못했다"고 밝힌 진단검사의학회는 "한의사는 진단검사의학과 진료행위를 수행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의사들의 혈액검사기기 사용이 합법화된다면 부작용 사례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의료인 면허의 권위를 빌어 환자에게 잘못된 검사결과를 전하면서 치료행위를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은 "한의대의 한의사 교육은 의학의 현대 의료기기에 대한 교육과 수련을 위한 기초적인 하부구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서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원한다면 필요한 절차와 교육을 통해 의사면허를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한의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혈액검사 사례들에 모아 관련 학회에 감정을 요청한 결과, 한의사들이 검사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해석할 능력조차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국민 건강권 보호차원에서 허위·과장 의료광고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의계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한의사들에게 첨단 과학문명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권장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은 "현대 첨단 과학발전으로 만들어진 의료기기들이 서양의학을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견인했듯이, 한의학적 이용과 응용은 한의학의 현대화·과학화·객관화를 통해 근거 중심의 의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밝혔다.

 

▲ 한의계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한의사들에게 첨단 과학문명의 산물인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권장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암 전문을 표방하고 있는 A 한의원은 종합병원에서 췌장암 진단을 받은 B 환자가 처음 내원할 당시 혈액검사상 CA 19-9가 624.6 이었는데 한 달 한방치료를 받은 후 457.5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백혈구 수치는 1500에서 3500으로 상승해 면역력이 증가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학계는 "CA19-9는 종양 특이성 항원이 아니라 종양 연관성 항원이기에 특정 암(췌장암)에서만 증가하는 항원이 아니다. CA19-9는 종양성 병변 뿐만 아니라 췌장염이나 담도염과 같은 염증성 병변에서도 상승할 수 있고, 염증이 호전되면 다시 감소한다"면서 "CA19-9 수치가 624.6에서 457.5로 27% 감소한 것은 암의 호전에 의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CA19-9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감소하거나 기존의 수치에서 괄목할 만한 정도의 감소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위암이나 대장암에서도 증가할 수 있고, 췌장암에서도 약 13%는 CA19-9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CA 19-9 수치만으로 췌장암이 호전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CA19-9 수치는 다른 원인이 교정되거나 동반된 췌장염의 호전만으로도 감소할 수 있다"고 밝힌 의학계는 "이 정도 수준의 CA19-9 수치만으로 췌장암이 호전됐다고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면서 "이같은 수치를 내세워 췌장암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CA19-9 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종양표지자검사 기본도 몰라서야
A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한 담관암 환자의 경우 내원 전 CEA 수치가 1.54에서 한방치료 후 1.51로 하락하고, CA 19-9 수치 역시 10.4에서 한방치료 후 9.7로 하락했다며 담관암 치료효과를 광고했다.

의학계는 "CEA 수치가 1.54에서 1.51로 0.03 감소한 것은 채혈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정도의 변화"라며 "이를 치료 효과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CEA의 경우 흡연자는 3까지 정상으로 판단할 수 있고, 비흡연자도 1.54 정도의 수준만으로 담관암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

"CA 19-9도 검사실 별로 차이가 있지만 35 이하 정도를 참고치로 두고 있다"면서 . "CA 19-9 수치 10.4와 9.7은 모두 참고치 내에 들어있는 정상 수치이고, 이 수치변화를 암의 호전 사례로 언급한 것은 종양표지자 검사의 기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판단"이라고 밝혔다.
 

CA19-9 20% 감소한 것이 재발췌장암 한방치료 효과?
췌장암 수술 후 담도 주위에 재발한 환자의 경우 한방치료 전 CA19-9이 9750에서 한방치료 후 7780으로 떨어졌으므로 재발췌장암을 한의학적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문제점을 꼬집었다.

"췌장암의 호전 여부는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밝힌 의학계는 "CA19-9으로 암 치료 효과를 판정하려면 수치가 정상에 가깝게 감소하거나 괄목할 만한 수준의 감소가 있어야 한다"며 "CA19-9이 20% 감소한 것으로는 암 치료효과에 의한 감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학계는 "담도 주위 재발암의 경우 담도염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담도염의 호전만으로도 CA19-9 수치가 변화할 수 있는만큼 A 한의원에서 주장하는 췌장암에서의 치료 효과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A 한의원의 주장에 대해 전의총은 "암표지자 검사에서 측정값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나 수치 변화 정도에 대한 임상적 이해가 전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 항암치료 효과인지 한방치료 효과인지 불분명
췌장암을 앓고 있는 C환자는 2013년 2월 국립암센터에서 항암치료(젬시타빈)를 받았다. 한 달 뒤 A 한의원에서 한방치료를 병행했다.

A 한의원은 'C 환자가 한방단독치료를 위해 내원하여 이후 종양의 크기 감소와 종양표지자 수치의 감소 소견(CA19-9이 110에서 76.52로 감소)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2013년 4월 CT 촬영에서 종양의 크기가 미세하게 감소한 것은 한방치료 덕분이라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의학계는 "항암제 젬시타빈 치료효과는 일반적으로 12주나 16주차에 영상의학적으로 호전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면서 "A 한의원에서 주장하는 종양 감소효과가 젬씨타빈에 의한 것인지 한약에 의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학계는 "한방치료에 의해 췌장암이 호전됐다고 말하려면 항암제 젬씨타빈의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영상학적으로 증명한 이후부터 한방치료를 하고, 영상학적 으로 호전 소견을 보인 경우라야 한다"면서 "더욱이 CA19-9 수치가 110에서 76.52로 감소한 것으로는 한방치료 효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요로감염 치료했다는 B 한의원, 환자는 여전히 염증?

▲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진단의학검사 결과를 통해 병의 원인은 물론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면서 "잘못된 판독이나 부정확한 해석은 잘못된 치료결과로 이어져 국민의 건강에 심대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B 한의원은 선천성 요로방광기형으로 사구체신염·신우신염·기타 요로 감염증상이 있는 환자가 한방 치료를 받아 크레아티닌 수치가 4.3에서 4.1로 떨어지고, BUN이 46에서 43으로 낮아져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광고했다.

이에 대해 의학계는 "크레아티닌 검사는 비특이적 혈액검사로 신장기능 외에 전신수분 상태·근육량·근육 손상 등 혼란 인자의 영향을 받는다"면서 "크레아티닌 변화가 의미가 있으려면 사구체 여과율 수치가 기저치에서 30% 이상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30% 이하의 변화는 혼란 변수들의 영향일 수 있고, 검사실 측정 오차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B 한의원은 "한방치료를 받은 후 요 시험지봉 검사에서 백혈구가 2+에서 1+로 감소하고, 아질산염이 +에서 -로 변화됐다"면서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던 세균 박테리아가 한방치료에 의해서 완전히 사라졌고, 한방치료의 효과와 안정성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의학계는 "요로 감염의 유무 판단과 중증도에 대한 판단은 증상(요로 증상·발열 등)과 혈액 검사에서 염증수치(백혈구·C 반응성 단백시험)를 종합적으로 참조해 진단할 수 있고, 요로계 세균 감염 여부는 균이 자라는지, 몇 마리나 자라는지 균배양 결과로만 확진이 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주장은 요검사에 대한 무지가 빚어낸 소치"라고 일축했다.

"요 현미경 검사 상 세균이나 백혈구의 숫자, 화학반응 검사 결과는 환자의 요로에 세균이 늘어났는지 줄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밝힌 의학계는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이 희석되거나, 소변 카테터를 새로 가는 것만으로도 검사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 "B 한의원이 제시한 검사 소견만으로는 본 환자의 요로감염증이 소실되거나 호전되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요로 감염증의 진단과 중증도는 요 배양 결과와 임상 증상을 비롯해 혈액검사에서 염증수치를 봐야 판단할 수 있다"면서 "B 한의원이 제시한 검사 소견과  현미경상 백혈구가 계속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이 환자는 여전히 요로 염증소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학계는 "B 한의원은 소변검사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판독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 신부전증 치료효과 증명한다며 크레아티닌 수치 제시
C 한의원은 홈페이지에 신부전증을 성공적으로 치료했다며 치료 후기를 소개하고 있다.

크레아티닌 수치가 1.8에서 한방치료 후 1.7로 개선됐다며 호전 사례의 증거로 혈액검사 수치를 제시했다.

의학계는 "한방치료 후 의미있는 크레아티닌 변화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구체여과율(GFR) 수치가 기저치에서 30%이상 변화해야 한다"면서 "이 환자를 30대로 가정했을 때 GFR수치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학계는 "이 한의원은 크레아티닌 수치 변화가 의미하는 임상적 효용성과 검사의 제한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신기능이 좋아지기 위해 크레아티닌 수치가 얼마나 돼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 난소암 치료했다는 D 한의원

▲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의사들의 혈액검사기기 사용이 합법화된다면 부작용 사례들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의료인 면허의 권위를 빌어 환자에게 잘못된 검사결과를 전하면서 치료행위를 하는 것은 학문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8월 13일 종합병원에서 난소암 진단을 받을 당시 환자의 CA125 수치는 240.7. 8월 28일 이 병원에서 난소암 수술을 받은 직후 CA125 수치는 55.9로 떨어졌다.

하지만 난소암 수술을 환자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채 D 한의원에서 3개월 동안 한방치료에 매달렸다. 같은 해 12월 혈액검사 결과 CA 125수치는 4.83을 보였다.

D 한의원은 "의사들이 손 놓고 구경만 하던 환자를 한방치료로 호전시켰다"며 광고했다.

이에 대해 의학계는 "수술 직후 CA-125 수치가 하락했으므로, 3개월 동안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아도 CA-125수치는 자연스럽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D 한의원은 고의적으로 이러한 변수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의 조직학적 소견과 임상적 병기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는 데 대해 의문을 표했다.

의학계는 "이 한의원이 CA-125 값의 변화에 대해 무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난소암에서 CA-125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떠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며 "CA-125 만으로 난소암 환자를 추적 관찰하지 않는다. 난소암의 수술시 조직학적 소견과 병기가 가장 중요하고, 병기가 낮을 경우에는 수술만으로도 CA-125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 백혈병 치료했다고 주장한 E 한의원
E 한의원은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10750개에서 한의학적 치료를 받은 후 7850개로 호전됐다"면서 "백혈병이 거의 80% 완치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E 한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의학계는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는 위험도(RAI risk) 2∼3이상부터 치료한다"면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서 이 정도 혈액검사 수치를 보이는 경우에는 10년 이상 생존한다. 이 환자가 한의원에 내원하기 전 CBC 검사 수치는 병이 잘 조절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혈액검사에서 환자는 매우 안정적인 상태였으며, 이 정도 혈액검사 변화는 한방 치료와 전혀 상관없는 상태라는 것.

E 한의원의 주장에 대해 의학계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서 백혈구 수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하고,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의 호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어떠한 검사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무지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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