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늘린다고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할 수 없어"

"의사수 늘린다고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할 수 없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5.09.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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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응급환자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시설·인력·장비·예산 지원해야
전남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 심포지엄...일차의료·의뢰체계 강화 공감대

▲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연구회 심포지엄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심포지엄을 주최한 서종옥 순천시의사회장·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필수 전남의사회장.
의사수를 늘린다고 농어촌·벽오지 등 의료취약지 응급환자 생존율을 높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대를 신설하기 보다는 취약지 거점병원을 지정, 시설·인력·장비·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응급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10일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심포지엄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순천시의사회와 전라남도의사회가 주최하고,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연구회(회장 박정진·류마내과)가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김기태 전남도의회 의원·이창용 순천시의사회 부의장·이복남 순천시의회 의원을 비롯해 고재경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부의장·이정희 순천시보건소장 등 지역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전남의사회에서는 이필수 회장·이희장 감사·윤한상 총무이사와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연구회 회원 150여명이 참석, ▲담배사용장애의 이해와 금연 약물요법(윤성호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호흡기내과) ▲독감과 독감백신(장희창 전남의대 교수·전남대병원 감염내과)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이진석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 등의 발표를 경청했다.

▲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연구회 심포지엄에서 서종옥 순천시의사회장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진석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는 지난 30년 간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민건강 수준과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계층·지역 간 격차와 저부담·저보장·저수가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면서 "의료의 과잉공급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차의료가 위축되고, 일차의료에 불리한 건강보험 보상체계와 의료시책으로 인해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의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 미흡하고, 대형병원의 공격적인 외래 확장과 중소형 병원의 과잉공급으로 인해 동네의원 진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한 이 교수는 "일차의료 강화를 저해하는 보상체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취약계층에 국한된 보건소 중심의 사업을 전체 주민을 포괄하는 동네의원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보건소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환자 의뢰를 체계화하고, 상급병원에서 동네의원으로 회송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종합병원도 경증질환 진료 비중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화 하고, 중소형 병원의 신규 공급을 억제하되, 기존 중소형병원이 의료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고, 농어촌지역에 한해 규모의 경제를 충족할 수 있도록 M&A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보건의료 의사 양성과 관련해 이 교수는 "농어촌의 의료 접근성 문제는 의사와 병원이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농어촌 의사와 병원은 도시 지역 못지않게 꾸준히 늘고 있고, 증가율은 오히려 도시 지역보다 높아 고혈압·감기·배탈 등 일반적인 진료를 받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장병·뇌졸중·사고 등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며 "지역마다 이같은 응급상황 초기에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지정하고, 시설·장비·인력·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의대 신설로 취약지의 의료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응급상황이 발생한 현장에서부터 상급병원에 이르는 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심포지엄에 끝까지 참석, 강의를 들은 이정현 의원은  "의료계의 현안을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과학관련법의 경우 몇 사람의 짧은 설명으로 판단해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있다"면서 "의료 현안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한상 전남의사회 총무이사는 "취약지 공공의료 문제는 의사의 수를 늘려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병원의 시설·인력·장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서종옥 순천시의사회장은 "공공의료를 함께 고민해보고, 민간의료와의 협력을 통해 상호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이자 의료계의 현안을 고민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자리를 더 마련해 이해와 인식의 폭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필수 전남도의사회장은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의료현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심포지엄을 진행한 순천시의사회와 공공의료연구회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2시 반 넘게 진행된 순천시의사회 공공의료심포지엄을 끝까지 지켜본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은 이필수 전남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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