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법' 국회 본회의 통과

'연명의료 중단법' 국회 본회의 통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6.01.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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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연명의료법' 제정...환자 동의 전제로 연명의료 중단 가능
심폐소생술 등 4개 행위...보험료 징수 위탁금지 '건보법'도 의결

우리나라에 호스피스·완화의료가 도입된 지 50년 만에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법이 제정됐다. 법이 시행되면 제한적이나마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얻어 연명의료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게 된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법)'을 통과시켰다. 시행은 오는 2018년부터다.

이번에 제정된 연명의료법은 연명의료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단순히 임종 기간을 연장할 목적으로 심폐소생술 등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임종과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규정했다.

호스피스 대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 경변, 그 밖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자 중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 의사 1인과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말기 환자'로 제한했다.

또한,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모든 행위는 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연명의료 중단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원칙도 명확히 했다.

특히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기본적으로 연명의료계획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환자가족의 진술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한 경우, 즉 환자가 의식이 또렷한 상황에서 스스로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힌 것을 확인하도록 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했다.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에는 환자 가족과 전문가의 동의는 물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결정의 당위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행할 때는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금,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은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의 제도적 확립을 위해 '국가연명의료호스피스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추진하도록 했다.

연명의료법 제정 필요성은 연명의료 개념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50년 전부터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10여 년 전부터는 상당수 시민사회단체들도 법 제정 추진에 동참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연명의료를 받고 있던 김 할머니 사건이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을 크게 모았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존엄사'를 인정해 인공호흡기 제거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세브란스병원 의료진들은 고민 끝에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했다. 이후 김 할머니에 대한 병원측의 의료과실 여부와 치료비 청구 문제 등으로 지리한 논란이 이어졌다.

연명의료법 제정은 막바지까지 쉽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등이 연명의료법상 연명의료 결정 의료인 범위에 원안에는 없던 '한의사'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법사위 의결 직전에 심의가 보류되기도 했다. 

이후 한의사 포함 여부에 대한 대한한의사협회의 국회 로비 의혹과 해명이 이어지며 논란이 지속되자, 보건복지부가 나서 한의협을 설득했고 결국 한의협은 한의사 제외하는데 동의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 범위 확장에 따라 상임이사(3명→4명)와 전문심사위원(50명→90명)의 수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5년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과 이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국회에 보고토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료 등 징수업무와 4대 사회보험료 통합징수 업무 등을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약제 요양급여대상 여부 결정절차를 법률에 명시하고 이를 위반한 자에게 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보험료 연체금 계산방식을 현행 월할 계산방식에서 일할 방식으로 변경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개정안에 원래 포함됐던, '허가-특허연계'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제네릭의 시판이 중지되면서 발생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초과이익에 대해 건보공단이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하도록 하는 내용은 빠졌다.

대신, 비슷한 취지로 마련된 ▲의약품 또는 치료재료 제조업자 등이 약제·치료재료의 상한 가격이나 판매가격을 높이는 등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주거나 ▲판매금지기간 동안 급여비용이 과다하게 지급된 경우 등에 대해 건보공단이 손실에 상당하는 금액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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