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협 집행부 출범 1년을 되돌아 보다
② 회원의, 회원에 의한, 회원을 위한 의협
추무진 집행부는 임기 직후부터 메르스라는 암초를 만났다. 메르스 사태는 의협 집행부의 위기 관리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였다. 의협은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메르스 감염병 의심자 자가격리 지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진료 및 관리 지침, 메르스 중소병원 감염관리지침, 메르스 진단검사 지침, 메르스 극복을 위한 대국민 7대 권고사항을 잇달아 배포해 현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협회 내부에 콜센터(자택 격리자와 그 가족을 위한 의협 메르스 상담센터)를 설치, 회원과 국민의 민원을 24시간 상담했다. 추 회장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경유한 병원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릴레이 현장 방문'에 나섰다. 협회의 노력은 정치권을 움직여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신상진 국회 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협회를 방문해 격려했으며, 2015년 6월 7일 이뤄진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한 여야 4+4 회담 합의문에 협회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되기도 했다.
회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메르스 진료 의료인에 대한 보호장구 보급을 요청하고, 메르스 환자 발생 기관 뿐만 아니라 경유했거나 인근에 있는 의료기관까지 지원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특히 의협의 지속적인 메르스 피해 보상 예산 증액 요구에 힘입어 국회는 애초 정부가 제출한 1000억원의 예산을 두 배가 넘는 2500억원으로 편성했다.
보건부 독립 등 10개 아젠다가 담긴 '국가감염병예방관리 선진화 종합계획'을 정부와 정치권에 공식 제안한 것도 전문가단체의 선제적 정책 제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밖에 경기도 모 중학교·초등학교에서 의료인 자녀에 대한 등교 불허조치가 내려졌다는 제보를 받고 경기도교육청 등 관련 기관에 강하게 항의해 교육부의 개선 조치를 이끌어냈으며, 보건소내 선별진료소 설치를 제안해 서울 25개 구를 비롯한 전국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국민들이 메르스 감염 위험에 대한 걱정 없이 일차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메르스 사태 초기 의료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협회의 적극적인 언론 대응, 국민 홍보로 긍정적 인식으로 전환됐다. 메르스 의료진을 응원하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2000 건이 넘는 응원의 메시지가 넘쳤다. 메르스 사태는 국가적 이슈에 협회가 개입·통제할 수 있는 실전능력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회원 목소리 귀기울여 와닿는 서비스 제공
회원 민원처리의 효율성 및 신속성을 위해 설치된 KMA 콜센터가 제39대 집행부 이후 크게 활성화됐다. 콜센터에 접수된 민원 처리 건수는 2014년 8월 604건에서 2015년 9월 3167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협회의 모든 민원 서비스를 KMA 콜센터로 단일화해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민원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결과로 보인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회원들의 입장에서 인사·노무 문제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때 신속·정확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의협은 노무법인과 업무협약을 통한 대회원 노무서비스 사업을 시작, 회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협 홈페이지를 통해 인사노무 상담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1년 단위로 인사노무 자문 서비스 계약 체결을 통한 전문적인 자문서비스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근로계약서 작성, 근로시간 설계, 취업규칙 작성 및 신고 등 인사노무 관련 컨설팅 등을 받을 수 있다. 직원 급여와 4대보험 관련 업무도 노무법인 아웃소싱 으로 수행하고 있다. 현재 회원들의 높은 만족도 속에 이용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밖에 협회는 회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협회 홈페이지를 개편·통합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회원들은 연수교육, 면허신고, 의료광고 심의, 회비 납부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책임 강화 정책에 따른 의료기관 실태점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전한 병원 개인정보 방침 가이드' 동영상을 제작·배포한 것도 호평 받았다. 특히 회원들의 피해가 없도록 개인정보보호 자율점검 이행 기간을 연장시키고,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결과 신청률 84.4%, 이행기관 94.4%라는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추 회장은 의사 회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복지사업 추진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추 회장은 지난 2014년 6월 의협회장 보궐선거 출마 당시 "회원들이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 면허 정지, 휴폐업 등 사유로 일정 기간 수입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공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 뒤 2015년 5월에도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중심으로 회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의사 출연 방송 가이드라인 제정
제39대 의협 집행부는 의사에 대한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폭넓고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2015년 9~12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손잡고 시민건강열차를 운영해 호응을 얻었다. 지하철 역사내 홍보관을 설치해 손씻기·치매·절주 등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한국의사100년기념재단과 공동 주관으로 인천 남동공단 인근 북한이탈주민과 외국인 근로자, 고려인, 다문화 가정, 난민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제2회 대한의사협회 의료사랑나눔 행사를 같은 해 9월 13일 가졌다. 해외 봉사활동에도 눈을 돌려 2015년 4월 25일 발생한 네팔 대지진 사태 현지에 의료지원을 벌여 의사 회원을 중심으로 선발대를 구성·파견하고 응급의약품 키트를 제작·지원했다.
보건의약단체들과 함께 하는 사회공헌 활동에 의협은 중심적 역할을 했다. 안혜선 의협 사회참여이사가 협의회 중앙위원장을 맡아 2015년 하반기에만 총 3차례에 걸쳐 장애인 보호 기관 등에서 물품지원, 봉사활동을 벌였다. 협회는 사회공헌협의회의 보다 활발한 활동을 위해 법인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년은 대언론 홍보 강화에 주력한 한 해이기도 했다. 총 225건의 보도자료 배포, 108건에 달하는 UCC 제작·홍보, 142건의 언론매체 광고 등을 통해 국민·회원과 소통에 주력했다. 협회는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의협내 인터넷 방송국(가칭 KMA i-Broadcast) 개설을 추진 중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을 위한 SNS위원회 구성·운영,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반론닷컴' 운영 등도 기획 중이다.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지켜야 할 언행의 길잡이 역할을 한 것도 지난해 의사와 협회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의미있는 활동 중 하나였다. 의협은 의사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기준을 정립한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공개 했다.
또 의사 신분으로 케이블TV 등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과장·허위 광고를 일삼는 일부 의사들, 이른바 '쇼닥터'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키로 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쇼닥터 근절에 공동대응키로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자정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지난 1월 수면내시경 환자 성추행 사건 등이 발생하자 협회는 즉각 해당 의사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추 회장은 회장 취임식 석상에서 "의협은 단 한명의 의사라도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든든한 방패막이 되겠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의사로서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반인륜적 행위에 대해서는 더이상 비호하지 않겠다. 이것이 전체 의사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회비 납부율 4% 증가…재정 '안정화'
제39대 의협 집행부는 협회의 극심한 재정 악화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회비 수납률이 2014년 59.9%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자 협회는 임직원 급여 지급을 유보하는 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본격적인 개선에 나섰다. 가장 먼저 사무처 조직을 '슬림화'하는데 착수해, 기존 7국 1실 25팀을 4국 15팀으로 바꿨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집중했다.
회비 납부율 증대를 위해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일선 병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15년 회비 납부율은 전년 대비 4% 증가한 63.9%를 기록했다. 특히 2014년도 10억 7800여만원의 당기 손실이 발생한 것과 달리 올해에는 총수입금액 173억원, 총지출금액 163억원으로 10억 8000여만원의 흑자운영을 했으며, 고유사업은 7년만에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카드수수료 인하, 세액 감면 추진
협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조치가 이뤄졌다. 애초 새누리당과 정부가 2015년 11월 발표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실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일선 회원들의 실망하는 분위기가 컸다. 그러나 올해 3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실질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게 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카드가맹점 수수료가 평균 2%대에서 1% 초중반으로 인하되고, 현재 최소 3일에서 15일이 걸리는 신용카드 매출채권 지급일이 당일 처리로 대폭 단축된다. 이에 따라 카드 수수료는 평균 2%대에서 1% 초중반대로 자연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더불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업종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안을 정부와 정치권에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가 도입된 1992년 당시엔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에 포함됐으나 2004년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제외됐다. 의협의 요구로 제19대 국회에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 대상 업종에 포함시키는 법안 2건이 발의되기도 했다.
전세계 의료계의 중심으로 '우뚝'
의협이 세계 의사 단체들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한 것도 집행부의 성과다. 2015년 4월 16~18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의사회(WMA) 제200차 이사회에서 신동천 의협 국제협력위원장이 WMA 재정기획위원장으로 만장일치 당선됐다.
재정기획위원회는 WMA 3대 위원회 중 하나로서 조직의 예결산을 비롯한 재정 운영과 각종 회의와 산하단체와 협력, 발전 전략 등을 관장하는 핵심 기구이다.
협회가 마련한 '의사의 방송출연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WMA 이사회 본회의에서 결의안으로 상정됐고, WMA 산하에 젊은 의사들의 기구인 JDN(젊은 의사 네트워크)에 한국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문제나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해 세계의사회가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한 것도 의협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이었다.
신속한 대응, 발로 뛰는 모습 보여줘
자칫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발빠른 대응도 눈에 띄었다. 2015년 5월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학생·교사 100여명의 결핵 집단발병 사건이 발생하자 의협은 즉각 성명을 내어 "보건소가 전염병 예방이라는 본래의 기능 대신 일반 진료에 치중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추 회장은 메르스 의료기관 릴레이 방문·격려, 메르스 사태를 통해 공론화된 보건부 독립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열린 김주현 기획이사와 장성인 정책자문위원의 1인시위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발로 뛰는 수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의사협회가 회관 용도 변경을 통해 '현대의료기기 교육 및 검진센터'를 설치하려 하자 관할 서울 강서구청을 항의 방문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회원들을 직접 찾아 다녔다. 추 회장은 올 초 전국 시도 의료기관을 잇따라 방문해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지키려 노력했다. 보건복지부에 '의정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 재개에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면서도 정진엽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에 긍정적인 발언을 하자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하는 등 냉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비판·오해·논란…시행착오 겪은 한 해
구설수에 휩싸여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일부 사례들은 집행부의 시행착오로 기록됐다. 임기 시작 직후인 2015년 4월 당시 신응진 학술이사는 모 의과대학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PA 제도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한 전문지에 보도됐다.
이에 대해 전의총·평의사회 등 단체들은 PA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신 이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은 "이사 개인의 발언일 뿐이며 협회 공식 입장은 PA제도 반대"라며 진화에 나섰고, 신 이사는 이후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인사 논란도 있었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의 핵심 임원인 연구조정실장에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가 임명되자 일부 회원들이 반발한 것. 이 교수가 과거 포괄수가제 확대, 한방 건강보험 확대, 총액계약제 동의 발언 등을 한 전력을 문제삼아 부적절한 인사라는 주장이었다. 이같은 논란을 추 회장은 '흑묘백묘'란 비유로 일축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현직 의사인 35번 환자가 다수의 일반인과 접촉한 사실을 서울특별시가 공개하자 추무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부분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선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추 회장은 이후 대국민 사과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회원들에게 머리숙였다.
한의사협회장의 현대의료기기 공개시연과 관련해 협회측이 김필건 한의협회장을 고발하지 않은데 대한 질타도 있었다. 당시 의협은 김 회장을 고발하는 것이 한의협측의 공론화 전략에 말려드는 것으로 보고 고발을 자제했으나 회원들의 격앙된 정서와 유리된 판단이라는 비판이었다.
면허관리 개선 방안과 관련한 '동료평가제' 논란은 집행부가 회원들을 이해·설득시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교훈으로 남았다. 동료평가제는 의사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보를 바탕으로 한 선진적인 모델로 꼽히지만 일부 의사 단체가 회원간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의 면허관리 개선안에 대해선 일부 시도의사회 마저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명해 민감한 사안에 대한 내부 공론화·합의 과정이 절실하다는 점을 실감케 했다.
"집행부 많은 일 해…소통에 더 힘써야"
현 집행부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해달라는 본지 요청에 대해 대부분 시도의사회장들은 총회를 앞둔 민감한 시기라며 말을 아꼈다. 현병기 경기도의사회장은 "학점으로는 B학점 정도 주고 싶다. 현재 의협이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솔직히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누가 (회장을) 하더라도 지금보다 잘 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추무진 집행부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사전 조율, 사전 정비작업을 적절히 잘 했다고 평가한다. 의협이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지만 민감한 부분이 많아 회원들에게 알릴 수 없던 점이 있었다"면서 "회원들은 로드맵을 밝혀라, 청사진을 내놔라 하는데 그런 걸 다 밝히면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작전을 예고하는 경우가 어디있는가"라고 강조했다.
회원과 신뢰 관계 속에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병기 회장은 "(회원들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소통이 덜 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신뢰가 최선이다. 회장에게 전권을 주고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혁명적인 방법이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