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확 줄어, 월말인데 직원들 월급은..." 한숨
줄기세포 치료제에 비아그라까지, '끝'은 있나
눈 뜨자마자 확인하는 게 뉴스라지만 요즘은 다르다. 하루가 다르게 못볼 꼴들이다. 눈과 귀에 미안할 지경이다.
이번엔 '비아그라'다. "고산병 치료제"라 변명하는 청와대 대변인을 보고 있자니 엊그제 '비정상회담'에서 젊은의사 남궁인이 "다들 고산 오른다며 받아간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최순실 사태가 벌어진 지도 벌써 한 달이다. 트럼프 당선이란 악재까지 겹쳤다. '우리만 미친 게 아니구나'란 동질감을 느끼기엔 마주하는 현실들이 춥다.
토요일 오전이었다. 환자들이 진을 치고 있어야 할 병원이 한산했다. 속으로 "나이스 타이밍"이라 외치며 진료실에 들어간 순간, A원장님은 "최순실 때문에 미치겠다"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A원장님은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며 묻는 말에 대답을 참 잘 해주신다. 그 말인즉슨, 묻지 않으면 먼저 말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런 분이 묻지도 않은 최순실 이야기를 꺼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아닌가.
"환자가 팍 줄었어요. 2주 전엔 사흘간 환자가 없었어. 사회 불안감이 이렇게나 클 줄은 몰랐다"라며 "최근에는 다행히 회복했지만 최순실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대기실 TV에서는 연신 청와대 대리처방과 줄기세포 주사제 뉴스가 흘러나왔다.
"우리 같았으면 바로 면허정지 먹을텐데, 어떻게 대통령이란 사람이...어떻게 대통령이"라며 혀를 차던 원장님은 "차병원 참 훌륭한 곳인데 확 죽을까봐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병원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B의원 원장님은 "최순실 사태 이후로 지금까지 매출 회복이 되지 않아 죽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환자가 없어 자금 회전이 안 되니 미칠 노릇이다. 월말인데…"라며 한숨을 내리쉬었다.
C의원 원장님은 "연말에 건강검진하는 내과 말고는 다들 힘든 분위기"라며 "작년보다 환자가 20%는 줄었다. 최순실 사태로 국민들이 넋이 나갔잖나"라고 했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나라판, '비정상적'으로 추워진 날씨에 문득 달력을 봤다. 22일, 첫 눈이 내린다던 소설(小雪)을 막 지났다. 개원가에 몰아친 것은 포근한 눈이 아니라 매서운 한파인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