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커 영국 애버딘 왕립대학 교수(병리학)
새로운 기전의 암치료제로 주목받는 면역항암제의 문제는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싸다보니 의료계는 면역항암제 투여에 반응할 환자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면역항암제 투여 전 미리 반응할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면 가격이 비싸다는 면역항암제의 문제는 어느정도 극복될 수 있다.
그래서 주목받는 바이오마커가 종양세포의 '항PD-L1 반응률' 정도다.
최근 급여협상 중인 한국도 면역항암제의 급여기준을 항PD-L1 반응률로 하려하면서 항PD-L1 반응률의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과 한계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방한한 세계적인 병리학자 키스 커 영국 애버딘 왕립대학 교수를 만나 항PD-L1 반응률을 급여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우리를 비롯한 각국 정부의 면역항암제 급여와 관련된 숙제는 동일하다. '불완전한 항PD-L1 반응률을 급여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와 '그럴 수 밖에 없다면 부당하게 배제되는 환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이다.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최선의 답을 찾기위해 오늘도 전문가의 얘기에 귀기울여 본다.
<일문일답>
면역항암제별로 예상반응률 등을 알 수 있는 각각의 진단법을 표준화하자는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동반진단법의 표준화가 왜 필요한가?
세포의 면역관문인 PD-1, PD-L1 등의 기전에 관여해 개발하는 면역항암제가 현재 5종이다. 면역항암제별로 고유의 진단검사법을 따로 개발했다. 면역항암제들이 국가별로 출시되면 5종의 면역항암제를 위해 5가지의 검사키트와 진단법을 갖춰야 한다. 실용적이지 않다. 5가지의 검사법은 모두 PD-L1 발현율을 측정하도록 설계돼 표준진단법을 만들 수 있는데 5가지를 운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환자에게 채취할 수 있는 조직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면역항암제를 쓰기 위해 매번 조직을 채취해 검사할 수 없다.
여러가지 치료제마다 고유의 동반진단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모든 치료제의 동반진단법을 표준화할 계획인가?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는 면역항암제에 관련된 'PD-L1 IHC(IHC 면역조직화학염색)'에 대해서만 표준화를 시도하는 연구이다. 다른 치료제로 확장할 계획은 없다.
5가지 면역항암제는 모두 고유의 진단법으로 임상시험을 해 결과를 내놨다. 만약 표준화된 진단법이 개발된다면 이전 진단법으로 나온 결과를 신뢰할 없는 상황이 오지 않겠는가?
실질적으로 당면한 과제이다. 블루프린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국제폐암학회(IASLC)도 다른 고유의 동반진단법과 비슷한 임상결과를 내놓는 정도의 표준진단법을 만들려 한다. 모든 임상연구를 새롭게 하지 않는 이상 고유의 동반진단 결과를 표준진단법이 100% 재현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완벽하진 않더라도 90% 수준에서 유사한 결과를 내는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의학, 과학은 완벽하지 않다. 같은 조직을 채취하더라도 오늘 한 검사와 며칠 후 한 검사가 다르다. 이런 한계는 병리학을 비롯한 의학 나아가 현대 생물학이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병리학자들이 PD-L1 관련 동반 진단법을 표준진단법으로 하려는 배경에는 PD-L1이 일부 논란에도 면역항암제의 유효성을 가늠할 수 있는 최선의 바이오마커라고 인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수님이 만일 가상의 국가에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면 항PD-L1 반응률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급여여부를 결정할 건지?
먼저 그런 어려운 복지부 장관직은 맡고 싶지 않다.(하하하)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PD-L1 발현율이 높을수록 반응률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항PD-L1 반응률이 음성이거나 낮다고 면역항암제에 반응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항PD-L1 반응률이 음성이거나 낮은 환자에게 대안이 되는 치료제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된다.
우선 면역항암제는 표준요법보다 치료혜택이 있어 의사는 처방하고자 하는 생각이 클 것이다. 문제는 재정이 한정돼 있다는 거다. 복지부 장관을 맡는다면 재정기획부 장관의 의견과 여러 임상 연구결과, 임상 의사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기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답변이 모호하다. 그런 직접 묻겠다. 한국에서 현재 키트루다는 항PD-L1 반응률이 50% 이상일 때 급여하는 방향이 논의 중이다. 적절하다고 보나?
키트루다는 항PD-L1 반응률 50%를 기준으로 임상설계했다. 치료제를 선택하고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 수를 최소화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항PD-L1 반응률 50% 이상 뿐 아니라 1~49%인 경우를 봤는데 도세탁셀보다 치료 혜택이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50% 미만인 경우도 키트루다를 투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50% 이상의 발현율을 보인 환자보다 약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의 비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의사 결정자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항PD-L1 50% 이상을 급여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옵디보는 한국에서 항PD-L1 반응률 10%가 급여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옵디보는 키트루다와 달리 항PD-L1 반응률을 임상시험 단계에서 설계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키트루다와 달리 항PD-L1 10% 이상이 급여기준으로 결정될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 하다.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는 '도'아니면 '모'식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연속선상에 항PD-L1 발현율이 낮은 환자와, 높은 환자가 늘어서 있는 상황이다. 옵디보의 항PD-L1 발현율 1, 5, 10%로 나눠 살펴본 임상 데이터를 보면 발현율 10%를 급여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10% 이상 항PD-L1 발현율을 보인 환자는 확실히 항PD-L1 1% 이상을 보인 환자보다는 치료 혜택이 컸다.
하지만 1, 5, 10% 환자군 간의 치료 혜택의 차이가 작았다는 점은 한계다. 특히 몇 %를 컷오프하더라도 거의 모든 환자군에서 반응을 보인 경우가 있다. 반응을 보일 환자 중 반드시 배제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항PD-L1 반응률이 만족스러운 바이오마커가 아니므로 일어나는 한계라고 생각된다. 혹시 항PD-L1 반응률보다 완벽한 마커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
PD-L1 IHC가 불완전하다는 말은 맞지만 100% 완벽한 바이오마커는 다른 질환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일부 사람들은 항PD-L1 IHC와 기존 표적치료제의 표적이 되는 'EGFR'·'ALK' 변이를 비슷한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EGFR과 ALK와 PD-L1은 다르다. 'EGFR'·'ALK'는 변이여부에 따라 투여여부를 결정한다.
'Nothing'아니면 'ALL'이다. 반면 항PD-L1 반응률은 연속선상의 어느 부분을 반응률로 잘라내는 거다. 그 어느 부분을 잘라도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의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항PD-L1 반응률을 대체하는 바이오마커를 찾으려한다기보다 보완적으로 함께 사용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하려는 흐름이 있다.
주로 암세포가 아닌 면역세포에서 마커를 찾으려는 연구가 진행된다. 혈액 성분을 분석하거나 유전자 단위에서 면역반응에 대한 신호를 찾고자 하는 노력도 있다. 병리학자로서 항PD-L1 반응률이 불완전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으나 좋은 바이오마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