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우종수·권세창 공동대표 동반 인터뷰
한미약품측은 공동 대표체제에 대해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현재'에 집중하는 대표이사는 우종수 사장이다. 우 사장은 한미약품의 블록버스터 '아모잘탄(고혈압치료제)', '로수젯(고지혈증치료제)' 등 굵직한 제품의 상용화를 이끈 제제연구 전문가다.
우 사장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미약품의 '한국형 R&D 모델'의 토대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제연구 뿐 아니라 한미약품의 팔탄공단 등을 총괄하면서 경영관리 부문에서도 여러 성과를 이끌기도 했다.
한미약품의 '미래'에 집중하는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한미약품 연구센터장을 지내며 한미약품의 밑그림을 처음부터 그려나간 신약개발 전문가다. 사노피와 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이끌어 낸 한미약품의 핵심 플랫폼기술 '랩스커버리'도 권 사장의 손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당뇨와 비만, 암치료 보조제(호중구감소증), 인성장호르몬제 등에 머물렀던 랩스커버리의 적용 분야를 희소질환치료 분야까지 확대해 한미약품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두 대표이사를 24일 만났다.
<일문일답>
공동대표 체제란?
우종수 대표(우 대표): 권 대표가 신약개발 부문을 총괄하고 저는 경영관리 부문을 맡는다. 신약개발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현재의 한미'와 '미래의 비전'이 선순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동대표 체제는 이 두 파트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해 책임경영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권세창 대표(권 대표): 제약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R&D 투자 비율이 높다.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15%대를 10년 이상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안정감과 혁신성, 올바른 기업가치를 제시하겠다.
대표에 임명된 후 각오는?
권 대표: 안으로는 내실을 다지고, 밖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핵심은 신약개발이다.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은 "신약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늘 말씀했다. 때로는 아쉬운 소식을 알릴 때도 있겠지만 한미를 믿어 주시면 글로벌 신약 창출로 국민께 반드시 보답하겠다.
우 대표: 최근 한미약품은 엄청난 성원과 질책을 동시에 받았다. 특히 지난해 안팎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때문에 대표를 맡고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한미는 지금까지 특유의 뚝심과 R&D로 어려움을 돌파해 왔다. '완전히 새로운 한미', '국민과 주주께 신뢰받고 힘이 되어 드리는 한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신뢰경영'을 모토로 다양한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우 대표: 신뢰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사주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사내규정을 만들고, 신약개발 관련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코너를 홈페이지에 신설했다.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전달을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업데이트했다. 물론 이런 것은 부차적인 거다. R&D에 대한 한미약품의 비전과 성과를 여러분께 보여드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신뢰경영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권 대표: 신뢰경영에 대한 해답은 임성기 회장으로부터 얻었다. "신뢰경영의 핵심은 신약개발이다" 한미약품의 본질에서 답을 찾자는 말씀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해법을 내놓겠지만, 현재 하고 있는 많은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잘 끌고 가는 것이 신뢰회복의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미약품은 국내 신약개발의 상징이 됐다.
권 대표: 수십년간 이어진 R&D 투자와 연구원의 노력이 어우러져 지금의 한미약품이 됐다. 지난해 기술수출 계약변경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신약개발 과정의 일환이었다고 본다. 글로벌 신약'개발'에만 매진하다보니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국민과 주주께 소상히 알려드리는데 미흡했다. 지난해 어려움을 성장통으로 삼아, 신뢰받는 제약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우 대표: 1990년 제가 입사할 때부터 이미 한미약품은 R&D에 기업의 미래가치를 두고 있었다. 한미약품은 1989년 로슈에 세프트리악손 제조기술을 600만달러에 수출했다. 국내 제약 사상 첫 기술수출이었다. 1997년에는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전 기술을 6300만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당시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이었다. 최근까지 노바티스로부터 올린 수익은 1000억원대에 이른다. 한미약품은 2000년대 초 의약분업과 함께 급성장했지만,그 전부터 R&D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가장 앞선 회사였다.
대표적 플랫폼 기술로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가 있다. 향후 개발 목표는?
권 대표: '랩스커버리'는 여러 임상을 통해 당뇨·비만 뿐 아니라, 암치료 보조요법(호중구감소증), 인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바이오신약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소화흡수불량증이나 당 분해 효소가 부족해 발생하는 희소질환 등의 치료제로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펜탐바디'는 한미약품의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기술이다. 현재 유방암과 위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글로벌 신약으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펜탐바디 기술을 활용한 신약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중국의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맺고 2019년 1상 진입을 목표로 세웠다.
그 외에 개발 중인 플랫폼 기술을 소개하자면?
권 대표: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치료제 개발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년에 수십조원씩 R&D에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신약개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와 '펜탐바디' 외에도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오라스커버리)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에도 플랫폼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할 수도 있지만 외부의 유망한 플랫폼 기술도 적극 도입할 생각이다.
신약 이외에 해외수출, M&A, 오픈이노베이션 등 신규 계획이 있으신지?
우 대표: 역량있는 글로벌 기업과의 해외수출 파트너십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MSD와 2009년 '아모잘탄(고혈압치료 복합제)' 수출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로수젯(고지혈증치료 복합제)'을 21개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모잘탄'은 '코자XQ'란 브랜드로 수출국가를 늘리고 있다. 올해 완제품의 미국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수출도 작년대비 약 20% 성장하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M&A한 제이브이엠은 한미약품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힘을 실어줄 역량있는 기업이다. 제이브이엠은 최근 중국 현지법인인 '북경한미'를 통해 중국 전역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한미벤쳐스(신생 제약·바이오 투자회사)의 투자 계획도 올해 구체화할 방침이다. 우수 역량을 갖춘 외부와의 협력을 위한 '가능성의 문'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지난해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영업은 크게 성장했다. 올해 목표는?
우 대표 : '아모잘탄', '로수젯', '로벨리토(고혈압·고지혈증치료 복합제)' 등 주력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다. 비뇨기 특화품목(구구탐스, 한미탐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수입약의 독점을 깬 독감치료제(한미플루)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CP규정 강화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한 영업사원에게 감사하다.
한미약품은 올해도 차별화된 신제품과 지식영업을 기반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골다공증치료제와 과민성방광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 등 신제품을 비롯해 대표 품목인 '아모잘탄'에 스타틴이나 이뇨제를 복합한 3제 복합제도 출시 준비 중이다.
국민과 주주께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 대표: 지난해 여러 일로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고 죄송스럽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리딩컴퍼니에 걸맞는 역량과 내실을 갖춰나가겠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뚝심있게 신약개발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성원 부탁드린다.
권 대표: 신약은 임상단계에서 최종 상용화까지의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장기적 안목에서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을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한미약품도 기술수출 성과를 넘어, 글로벌신약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글로벌 신약 창출을 우리보다 더 갈망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넓은 안목으로 한미약품을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