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치료학회 엮음/학지사 펴냄/1만 5000원
한국 최초의 여성 정신과의사. '가장 현대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가장 전통적인' 인품으로 영원한 현역으로 후학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여의사. 다섯 자녀의 어머니로서, 시부모의 며느리로서, 공부제일주의인 남편의 아내로서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선재(善齋) 김동순 선생(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이사장·대한의사협회 고문)의 회고록 <정신과의사로 살아온 한 여성의 길>이 출간됐다.
한국정신치료학회에서 엮은 이 책에는 정신과 의사로 지낸 63년의 열정적 인생과 92년 삶의 향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 입학(1944)한 후 서울여자의과대학(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을 졸업(1949년)한 선생은 서울의대 신경정신과 조교를 거쳐 미국 뉴욕대학교의과대학 벨뷰정신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1955∼1956)을 이수했다. 1963년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국립정신병원 특치과장을 지낸 이후 서울 성북구에 동북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했다(1965∼2007). 선생은 서울시 성북구의사회 부회장(1970∼1974)·한국여자의사회장(1974∼1976)·한국여성정신의학회 초대회장(1986∼1989)·한국정신치료학회 회장·이사장(1989∼1991)·제23대 신사임당상 수상(1993)대한의사협회 의인미전운영위원장(1993)·안양소년원 상담의사(1983∼1986)·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1981∼1998) 등을 역임하며 의료계는 물론 의학계와 사회 곳곳에도 의미있는 흔적을 남겼다.
선생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어나 혹독한 시대적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또 개인과 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한 부군(故 이동식 한국정신치료학회 명예회장)과 함께 한국정신정신치료학회를 만들고 학회 창립회원으로서, 2인자로서 늘 자상한 어머니처럼 걱정하고, 때로는 학회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려 깊은 관리자로서 부족한 점을 두루 살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불안하고 가난했지만 기죽지 않았던 어린시절 ▲재주 많은 문학 소녀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 시절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정신과 의사 ▲정신치료자로서 걸어온 길 ▲결혼의 심리학 ▲오월의 되면.
책 부록으로는 부군인 소암 이동식 선생이 생전인 2006년 3월 25일 서울치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정신치료학회 학술연찬회에서 강연한 '정신치료 활성화를 위한 연찬회-정신치료자로서 지나온 길' 강연록이 실려 있다.
박경아 연세대 명예교수는 축하글에서 "선생님께서는 아흔이 넘으셨어도 한국정신치료학회를 중심으로 공부모임에 참석하셔서 지금도 꼿꼿한 자세로 강의를 들으시는 모습에 감탄할 따름"이라며 "선구자적인 인생을 기념해 한국정신치료학회 후배들이 회고록을 출간한 것은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이고 롤모델이 되셨으니 백수를 하셔서 다시 기념사로 축하드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02-33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