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매출 1조 달성이 목표돼서는 안된다"

"더는 매출 1조 달성이 목표돼서는 안된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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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⑦] 권세창 한미약품 R&D 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권세창 한미약품 R&D 부문 총괄 대표이사 사장 

대한민국에서 한미약품은 여러 국내 제약사 중 한 제약사를 단순히 이르는 말이 아니다. 한국 제약산업의 대표주자이자 신약개발 선구자,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 글로벌 제약사에 가장 다가간 국내 제약사로 인식된다. 거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15년간 1조원의 R&D 투자를 감행한 끝에 얻은 과실이다.

물론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한미약품은 올해에도 여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기술수출해야 하고 수익을 내야하고 연구해야 한다.

7일 만난 권세창 대표이사 역시 "최근 몇년이 힘들었고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앞으로 몇년 안에 한미약품을 비롯해 몇몇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신약과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출시하고 글로벌 제약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임기 1년을 넘었다. 한미약품의 지난 한해는 어땠나?

한미약품에 들어와서 20년을 달려왔다. 되돌아보면 20년 동안 한 해도 같은 일을 한적은 없었다. 매년 이슈가 터졌다. 매년 늘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늘 새해가 오면 긴장도 되지만 올해는 어떤 일을 할까 기대된다. 지난 한해 동안 여러 이슈가 있었다. 최근에는 평택에 짓는 한미약품의 바이오플랜트와 팔탄 스마트 플랜트에 관심을 가장 기울이고 있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사노피와 얀센 등에 기술수출된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의 임상약과,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될 상용화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생산 시설로 준공된다. 팔탄 스마트 플랜트는 ICT 기반 4세대 스마트 공장이다. 연간 12억정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최신식 공장이다.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 중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는 후보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얀센에 기술수출된 후보물질이 모두 임상에 들어갔다.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GLP-1 유사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새로운 임상 3상 계획도 발표됐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미국 시장에 들어가면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시판허가를 신청할 거다. 'LAPSGLP/GCG'는 미국 1상을 진행 중이다.

GLP-1과 인슐린을 복합한 LAPS인슐린 콤보 개발의 속도를 높이려고 'LAPS인슐린(HM12460A)' 미국 임상 1상을 시작했다. 혁신성을 인정받은 내성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은 미국 2상에 진입했다. NASH(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 'LAPS Triple Agonist'는 미국 임상 1상을 신청했다. 어떤 물질은 때때로 파트너에 기술수출했다. 최종적으로 상품화까지 끌고 갈 물질도 있다. 순차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모두 글로벌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약이 한미약품의 글로벌 신약 1호가 될지 관심이 크다.

이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로 시작했다. 올리타를 한미약품의 글로벌 신약 1호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한 해 10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제품이 나와야 한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의료진은 지난해 발표된 올리타 임상 2상 결과와 함께 관련 모든 데이터를 궁금해 한다. 초록발표와 함께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는 관례에 비쳐 아직 모든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지난해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데이터, 특히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능이 확인됐다. 학회 이후 관련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임상 3상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의 경영전략, 특히 국내 매출과 R&D 투자의 선순환 시스템이 가능한 비결은?

'매출 1조 달성'이 국내 제약기업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1조 클럽 가입', 이런 표현은 국내 제약기업이 장기적인 신약개발 보다 단기 이익 창출에 조바심을 내게 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문의약품 10개 중 토종 제품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이 유일했다는 통계가 한국 제약기업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한미는 국내 시장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통해 성장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 대부분을 신약개발에 투자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렵지만 제약강국을 위한 길이라 확신한다.

한미는 다른 국내 제약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25개의 파이프라인을 가동 중이다.

신약개발에 대한 임직원 모두의 전사적인 열정과 자신감,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의지와 뚝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한미약품의 전체 임직원 2195명 중 550명 이상 R&D 부문에서 일한다. 전체 인력의 25% 수준이다.

국내 영업·마케팅 인력 1000여명을 제외하면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이 R&D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1조원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 최초로 R&D 연간 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 1871억원, 2016년 1626억원, 2017년 1707억원 등 매출액의 15%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2017년 R&D 비용이 기술료 수익을 제외한 매출액 대비 19.9%까지 올라갔다.

한미는 백화점식 신약개발을 지양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소질환 부문이 큰 축이다. 플랫폼 기술(랩스커버리·펜탐바디)을 통한 확장성있는 신약개발 전략은 글로벌 제약기업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

한미 R&D 투자의 원동력은 국내 매출이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어땠나?

먼저 영업사원들에게 감사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는 회사를 묵묵히 믿고 따라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막대한 R&D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해 영업사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역할이 다를 뿐 신약개발에 모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영업사원의 노력에 힘입어 한미약품은 순환기 분야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아모잘탄 640억원, 로수젯 386억원, 아모디핀 237억원, 로벨리토 1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발기부전치료제 팔팔과 구구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다. 각각 292억원, 174억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은 226억원, 통증치료제 낙소졸은 1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경영슬로건이 '신뢰경영'이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전사적으로 노력했다. 고객이 한미약품에 기대하는 건 혁신적인 신약개발이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임상 개발이 정상화되고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면서 신뢰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주가도 정상화됐다. 내부적으로는 'ISO37001' 같은 국제 윤리경영 표준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는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도 집중했다.

올 한해 계획과 비전은?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가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올해 4분기 FDA 시판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올리타의 글로벌 임상 3상도 추진한다. 릴리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한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BTK inhibitor)'의 글로벌 2상 결과도 올해 선보일 것 같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한미약품이 제약강국의 길에 앞장서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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