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지음/광연재 펴냄/2만 5000원
'윤리'의 출전인 <예기>는 '인간이 한 동아리로 서로 의존해 지켜야 할 질서'라고 말했다. 윤리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며 인류를 유지시킨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윤리의 의미 역시 더욱 세밀해지고 전문화되면서 직업윤리까지 닿는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의료윤리가 엄중하게 작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생명의 가치를 위협하는 비윤리적인 사안에 대한 단호한 저항이 필요한 까닭이다.
의료 윤리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념정리가 필요하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어떤 원칙을 삼고, 윤리강령과 윤리 지침에 히포크라테스 선서까지 아우르는 의료윤리에 대한 개념 정립은 수없이 많은 윤리적 쟁점에서 우리를 올바른 판단으로 이끌어준다.
개원의로서 의료윤리에 천착해온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서울 금천·명이비인후과의원장)이 <의료와 윤리 Ⅱ>를 펴냈다.
지난 2013년 <이명진 원장의 의료와 윤리> 이후 두 번째다. 초판이후 여러 언론매체와 학술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았다. 의료계에 의료윤리를 알리기 위해 글품 노고를 아끼지 않은 시간의 기록이다.
의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지만 의료에 관련된 정책 입안자, 정치인, 언론인 등이 의료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좋은 의사'를 향한 길찾기다.
먼저 1장은 의료윤리 이해하기다. 의료윤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개념과 실제적이고 기본적인 지식을 소개한다.
2장 의사직업윤리에서는 의사가 꼭 알고 지켜야 할 직업 윤리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환자에 대한 윤리, 동료의사에 대한 윤리, 교수윤리, 이해상충의 관리 등에 대한 명쾌한 해설을 접할 수 있다.
3장은 생명윤리다. 난자와 정자의 수정에서부터 죽음까지 생명윤리에 관한 쟁점을 톺아본다. 자신도 모르게 훼손된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4장은 전문직업성과 의료개혁이다. 의학전문직업성이 무엇인지, 의료개혁을 위해 프로페셔널리즘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해를 돕는다.
5장은 자율징계와 면허관리다. 전문직의 정체성에 생명과 같은 의료 규제에 관한 내용이다. 면허가 가진 의미가 무엇이고, 다른 직종과 달리 자율규제와 자율적 면허관리가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6장은 '정의로운 의료를 향하여'라는 부제를 달았다. 정의로운 의료를 위해 필요한 실제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에 대해 알아보고, 개선되거나 개혁돼야 할 비윤리적인 의료정책과 정의롭지 않은 의료 환경에 대한 대안에 다가선다.
7장은 좋은 의사 만들기다. 환자에게 신뢰받고 인정받는 의사, 동료의사들과 직원들에게 인정받는 의사, 자신에게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덕목과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8장은 의사와 사회다. 여러가지 사회 현상에 대한 전문가적 목소리가 필요하다. 의학적 전문지식과 철학적 식견을 지닌 의사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사회의 병리현상 개선과 개혁을 향한 주저함 없는 그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저자는 책 들머리에서 "책을 준비하면서 윤리는 지식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진리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며 의료윤리에 다가서는 마음을 옮겼다(☎ 070-4149-1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