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 토론회
"자율 규제 통해 회원 보호·전문가 품위 손상 방지해야"
SNS도 품격 있게! 의사들의 안전한 소셜미디어 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안)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PC방 살인 사건'은 지난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사건 자체는 물론 피해자를 치료한 의사가 SNS를 통해 적나라하게 피해자의 상황을 묘사한 것 역시 프라이버시와 의료윤리 논란을 일으켰다.
응급실에 연예인 OOO가 왔다며 SNS에 올리거나,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SNS에 공유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보건 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부정의약품 제조)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2019년 5월 30일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000만원 원심이 확정된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운영자인 김 모 한의사는 최근 유튜브에 '▲▲▲의 한방진료실' 채널을 개설,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처럼 의료인들의 SNS 활동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자 의료계 안팎에서 직업전문성과 의료윤리에 입각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의협은 지난 2018년 10월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 특별위원회'(위원장 안덕선·의료정책연구소장)를 구성, 골격과 쟁점을 하나씩 정리했다. 지난 1월 29일에는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이대로 좋은가?' 주제 토론회를 열어 안전하고, 바람직한 SNS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모았다.
신현영 한양의대 교수(명지병원 가정의학과)는 이날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 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초안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은 ▲개인의 정보(비밀)보호 ▲정보의 적절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전문가로서의 품위 ▲의사(동료) 간 커뮤니케이션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 ▲이해의 충돌 등 7개 항목을 제시했다.
김대하 의협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는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 개발 배경 및 경과' 발표를 통해 "소셜미디어는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로,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의사들 역시 업무나 개인적으로 활발히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며 "의사회원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올바른 이용을 촉진하고, 윤리적·법적 문제로부터 회원들을 보호하며, 전문직의 명예 훼손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초안을 마련했다고 개발 과정을 설명한 김대하 이사는 "해외의 경우, 공통적으로 '환자의 개인정보'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특히, 독립된 의사면허관리기구가 있는 경우, 실질적 면허관리법 연계 등 구체적이고 강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정토론 참가자들은 가이드라인 개발 필요성에 공감했다.
은백린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셜미디어는 순기능이 있지만, 역기능이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정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처럼 반영되거나 얼마 전 발생한 '안아키' 유튜브 등 잘못된 정보의 파급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우리나라의 지성인의 훌륭한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최주혁 대한개원의협의회 정보통신이사는 가이드라인이 또 다른 제재 수단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균형점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주혁 이사는 "직역 단체에서 선도적으로 이런 것을 제시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에게 어느 정도 가이드를 가지고 책임 있는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적정한 지점을 모색해 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명순구 고려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의사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집단의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SNS에서 일어나는 일반적 문제 외에도 의사들의 직업적 특성, 사회적 지위,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수준보다 더 높은 윤리가 요구된다"면서 "가이드라인 만드는 것 자체는 타당하다"고 무게를 실었다.
다듬어야 할 부분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이일학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는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이드라인을 서론, 권고, 실천의 세 가지로 구성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 추가로 언급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우민지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국원(고려대구로병원 안과 전공의)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묶기에, SNS의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박홍준 의협 부회장은 플로어 발언을 통해 "의료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5%의 강한 주장이 95%의 의견으로 비치는 경우다. 95%는 어찌 보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면서 "이렇듯 의료계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회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을 강조한다면 더욱 바람직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희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전문가들이 SNS를 통해 사건에 대한 의료행위를 평가할 경우 법정공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SNS와 미디어를 통해 의료행위를 평가하는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순구 교수는 "온라인상에서의 의사의 책무·품위 유지가 동일해야 한다는 것을 더 상위에 주면 좋을 것 같다. 가이드라인이 의사강령, 윤리지침, 의료법 등에 기반한 것이란 걸 기재한다면, 더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방상혁 의협상근부회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소셜미디어는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진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비례해 존재한다. 잘못된 정보나 민감한 내용이 미디어를 통해 퍼지거나 개인정보, 가짜뉴스 등의 파급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의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제정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안) <서문> 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에는 특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소셜미디어는 작성 즉시 그 내용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고, 내용을 추후 취소하거나 수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중은 의사의 사적인 소셜미디어상의 내용을 근거로 해당 의사와 의료전문가 전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 개인이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셜미디어를 단순한 사적 공간으로 간주하여 비전문적이거나 부정확하지 않은 정보 또는 의견을 게시하는 경우, 환자-의사 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의료전문가 전체가 환자, 사회, 그리고 동료 전문직을 대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뢰가 깨질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의사는 전문직종의 소셜미디어 사용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환자와 동료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의사회를 비롯한 해외 단체들의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권고 및 지침에 발맞추어 의사 소셜미디어 사용 가이드라인(지침, 준칙)을 정하고자 한다. |
1. 개인의 정보(비밀)보호 2. 정보의 적절성 3. 환자와 의사의 관계 4. 전문가로서의 품위 5. 의사(동료)간 커뮤니케이션 6.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 7. 이해의 충돌 |